결혼 5년 차 부부

issue 2020년 06월호 결혼 5년 차 부부 남편 서종현 / 아내 신지혜

우리 부부를 소개합니다 

여기, 수십 년, 십수 년, 그리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부부들이 있습니다. 
타인이었던 두 사람은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무수한 기억의 편린들로 부부의 시간을 가득 채워 가고 있습니다. 출렁거리는 시간 속에서 부부는 하나의 확고한 ‘부부’의 의미를 찾았고,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빛과소금」은 결혼 연차가 다른 세 부부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떠한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도 부서질 수 없는 남편과 아내의 사랑, 고결한 ‘부부’의 아름다움을 세 부부는 보여 주었습니다.

취재 이승연
사진 서종현, 백흥영, 최민영, 인성욱

남편 서종현은 힙합 뮤지션 ‘미스터탁’으로 활동하는 문화 선교사이다. 현재 그는 외국어 성경을 랩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해외 문화 선교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가 하나님의 꿈인 것, 그게 중요해」, 「청년 설교자의 예수 찾기」 등이 있다. 아내 신지혜는 CCM 가수다. 그룹 ‘에즈’에서 활동했다. 〈샤랄라〉, 〈그 빛은 나의 소망〉, 〈가끔은〉 등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남편  아내는 CCM 가수로 활동했는데, 무대에서 자신을 어떻게 하면 감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루는 제가 “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더니 인정하더군요. 주님을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전 그걸 잘 못 하거든요. 아내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심한 건 장인어른, 장모님 뵙고 나서죠.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분위기에 감동했다고 할까요.

아내  당시 ‘미스터탁’으로 힙합 음악을 제작하던 남편이 제게 피처링(featuring) 작업을 요청했어요. 작업을 위한 미팅 약속을 잡은 후 남편의 저서 「내가 하나님의 꿈인 것, 그게 중요해」를 읽었어요. 당시 저는 대학생이었는데, 과제도 제쳐 놓고 읽을 정도로 빠져들었죠. 뻔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던 저의 신앙에 경종을 울렸거든요.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성경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정말 사랑했기에 결혼을 결심했죠.

결혼 후 서로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가 있다면요?
남편  아내는 아침에 아이들이 깨기 전에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말씀을 읽어요. 작고 연약한 아내가 몸을 웅크리고 크신 하나님을 대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스스스스’ 이런 소리를 내며 조용히 기도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살림’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살림’이라는 게 죽어 있는 집기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거라고 하잖아요.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에요.

아내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선물로 준다거나, 야식 메뉴를 저보고 고르라고 할 때? 호호. 육아와 살림을 하느라 지친 저를 배려해서 먼저 나서서 집안일을 하는데, 비록 서툰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저를 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사랑스러워요.

서로에게 고마울 때도 궁금합니다.
남편  아내는 말이 좀 많아요. 하하. 그런데 아이들이 말 많은 엄마 때문인지 표현력이 엄청 발달했어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한 주민이 19층 버튼을 누르면 “아저씨는 19층에서 사세요? 저는 13층에서 사는데. 19층은 어때요?” 이런 식으로 어른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눠요. 저는 아이들이 무언가 말하면 앞뒤 정황을 살피면서 논리적으로 접근을 시도하다가 멍해지곤 하는데, 아내는 아이들의 말을 정말 정확하게 통역해요. 아이들이 밝게 자라 주는 모습을 보면 아내에게 참 고맙죠.

아내  남편은 ‘츤데레’ 기질이 있어요. 집안일 좀 했다고 너스레 떨거나 생색내지 않아요. 제가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거 같으면, 조용히 아이들 옷을 입혀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 놀아 주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고맙더라고요.

서로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은 무엇일까요?
남편  아내가 감정적으로 말할 때! 이런 아내의 모습에 견디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 문제로 싸우게 되면 저는 설교자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말하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치사한 억지를 피우기도 하죠. 이런 제 모습에 아내는 얼마나 힘들까요?

아내  남편은 조금 예민한 기질이 있어요. 저도 예민한 성격이긴 하지만, 남편과는 조금 다른 성질이에요. 저는 감정적인 부분에서 예민하고, 남편은 이성적인 부분에서 아주 예민해요. 거짓말을 하거나 앞뒤가 다른 소리를 하면 힘들어하죠. 제가 하는 이야기 중 귀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꼭 짚고 넘어가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하죠. ‘아, 이 남자 정말 쉽지 않네!’

권태기가 있었나요?
남편  권태를 느끼게 하는 상황들은 주기적으로 있었죠. 저는 선교를 하는 목사이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아요. 현지인을 만나 그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노래도 아니고 랩으로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문화를 가지고 십자가 없는 곳으로 전진해야 하는 선교사이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아내에게 가끔 죄인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저는 비행기가 아니라 자전거도 탈 수 없어요. 가정은 제게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사명 공동체니까요. 선교에 대한 제 열심이 만일 제사라면 하나님은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 나의 제물을 흠향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내  권태기 비슷한 시간이 있었어요. 2015년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2016년 1월에 낳았어요. 그리고 둘째 아이를 동년 12월에 낳았죠. 두 아이를 키우는 1~2년의 시간이 제 인생에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독하고 힘들었어요. 그 시기 남편은 대학원 재학 중이었고, 선교 사역으로 아주 바빴거든요. 남편의 도움이 절실한데, 남편은 너무 바쁘다 보니 서운함이 폭발하더군요.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내  어느 날 밀려드는 서운함과 미움을 터트렸어요. 한참을 울며 쏟아내는 제 이야기를 다 들은 남편이 “정말 미안해. 고생 많았어. 내가 잘못했어”라고 사과하더군요.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한 게 그 “미안해!”라는 한마디에 상한 마음이 쑤욱 내려가더라고요. 진심이 담긴 사과, 진심이 담긴 용서는 언제나 통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결혼 생활의 위기가 있었나요?
남편  결혼 생활은 언제나 위기인 거 같아요.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자신들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착각하고 결혼하니까요. 거짓말처럼 아내와 저를 반반씩 닮은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님 마음을 알아 가고 있어요. 그러면서 성숙해지는 거 같고요. 저는 아내를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켜 가는 동지라고 생각해요. 위기는 언제나 계속되지만 아내와 함께 이겨 내며 나아가고 있어요.

아내  부부의 위기는 언제나 일상 가운데 도사리고 있어요. 상대의 말투, 각자 다른 사소한 삶의 패턴이 조금씩 부딪히는데, 풀지 않고 그냥 참다 보면 상대방을 부정적인 모습들로 짜깁기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그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그 부정적인 인물이 내 배우자라고 느껴지게 되면 위기가 왔구나, 라고 생각해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남편  내 가정이 내 것이 아니고, 내 아이가 내 것이 아니고, 내 선교와 내 육체와 영이 내 것이 아님을 계속 선포해요. 아내는 내 아내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라는 걸 잊으면 골치가 아파요. 골치가 아파!

아내  부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 감정이 상해서 얼굴도 보기 싫은데 원만한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 때가 있잖아요. 이럴 때 저는 말씀으로 돌아가요.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문제의 원인이 상대가 아닌 저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언제나 하나님 앞에 저를 점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남편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호호. 여전히 진행 중이에요.

사는 동안 갈등은 늘 따르기 마련인데요. 지금 부부에게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남편  제 마음이 좁은 게 갈등의 원인이에요. 저는 정말 부족해요. 원인은 제게 있어요. 언제나 반박할 수 없도록 말의 앞뒤를 강직하게 만들어 아내의 탓이 되도록 꾸미지만 우리 부부 문제의 원인은 제게 있어요.

아내  글쎄요. 남편이 너무 많은 원인을 얘기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긴 하는데요. 푸흡. 아이 둘을 출산하고 ‘월경 전 증후군’이 생겨서 일정한 패턴으로 굉장히 심한 기복이 드러나고 있어요. 아이들은 평소와 다른 엄마와 마주해야 하고, 남편은 대화가 잘되지 않고 감정적인 아내와 며칠을 지내야 하죠. 생리 전 주가 되면 저희 가족 모두 예민해져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저의 눈치를 보는 거죠.

이러한 갈등은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남편  아내가 출산을 통해서 심신이 많이 약해졌어요. 그런데 건장한 저로서는 물리적으로 그걸 100% 다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내도 그걸 알아요. 주님께서 주신 사랑으로 그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요. 최근 아내는 호르몬 안정에 도움을 주는 한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내가 나아진 건 약 때문인가? 아니면 함께 한의원에 앉아 의사의 조언을 경청하던 내 모습 때문인가? 정말 약초가 약인가? 아니면 주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사랑이 약초인가?

우리 부부는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남편  너무 잘 맞아요. 우리는 선교를 위해 대화할 때 완전히 한 팀이 됩니다. 비록 아내는 야식으로 곱창을 좋아하고 저는 치킨을 좋아하지만 뭘 먹든 간에 우리의 이야기는 선교로 향해요. 우리 가정을 세우신 목적이 명확해지는 순간은 언제나 아내가 곱창과 마늘을 깻잎에 싸 먹으면서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꿈꿀 때이죠.

아내  선교적인 이야기나 그 외에 이야기는 잘 통해요. 그래서 저희는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아주 많아요. 무엇보다도 두 사람 다 예술 계통에서 일하다 보니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 거 같아요?
남편  뭐 지금도 내가 최고인 줄 알고 까불면서 떠들고 다녔겠죠. 
아내  지금 저의 삶보다는 더 자율적이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자유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희 남편이니까 까탈스러운 저와 살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호호.

우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남편  우리는 길을 지나가다가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보면 잠시 멈춰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왜 멈췄는지 알아요. 함께 하나님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아내  동감. 덧붙이면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일! 아이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건, 부모의 중요한 사명이죠.

우리 부부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면요?
남편  주일과 수요일에 가정예배 드리기. 잠자리에 들기 전 함께 기도하기.
아내  예배를 이어가는 것만큼 저희 부부에게 중요한 규칙은 없죠.

우리 부부에게 자녀는 어떤 존재인가요?
남편  첫째 아이 이름이 ‘서신서’인데 바울의 서신서를 뜻해요. 둘째 아이 이름은 ‘서로서’인데 나뉘고 대치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연합을 이루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주님은 아이들을 통해 제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말씀해 주셨어요. 하나님은 여전히 복음 전하기를 바라시며 사랑으로 하나 되기를 바라세요.

아내  보물 같아서 이따금씩 아이들이 저의 소유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언제나 생각해요. ‘나는 그냥 청지기일 뿐이야!’

각자 부부의 정의를 내려 주신다면요?
남편  2행시로 해 보겠습니다. 부-부족하지만, 부-부탁해. 
아내  부모님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셨지만, 배우자는 나의 세상 끝 날을 봐 주는 동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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