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밑바닥에는 고난이 깔려있다. 삶에는 기쁨보다 고난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는 때는 삶이 깨어지는 경험을 겪을 순간이다. 우리가 건강하고 기쁨이 넘칠 때는 성경이 매우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수많은 인생의 고난들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나타내셨는가에 대한 기록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고난을 겪으면서 성경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하나님의 말씀임을 깨닫게 된다. 성경은 고난을 외면하지 않으며 고난에 정면으로 맞선다. 

고난은 우리의 환상의 풍선을 터뜨리는 바늘과 같다.
사람들은 고난을 피하려다가 더 큰 고난을 겪게 되기도 한다.
고난이 주는 고통을 잊으려고 찾은 술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어 더 큰 고난을 겪는다. 아니면 또 다른 중독적인 행동으로 고통을 부인하거나 제거하려고 하다 더 큰 고난을 겪는다. 고난은 피하려 할수록 필연적으로 새로운 고난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은 새로운 고난까지 덧입은 채 더욱 불행해지는 것이다. 고난 속에서 더 천박해지고, 더욱 악마처럼 변하는 것이다. 고난을 피하는 길은…, 없다. 고난 속에서 낙심하고 방황하든지 아니면 고난을 통과하여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더 영광스럽게 달라지는 길밖에 없다. 

알렉산더 솔제니친은 스탈린 시대 러시아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수년간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이런 고백을 했다. “감옥아, 내 너를 축복하노라! 나는 거기서 내 영혼을 먹였으며, 주저 없이 이렇게 고백할 수 있다. 감옥아 내 너를 축복하노라, 내 인생에 네가 함께 있음이여!”

존 번연은 영국의 베드포드 감옥에서 12년간 생활할 때 자신의 영혼이 어떻게 도리어 꽃 피울 수 있었는지를 고백한다. 첫째는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죽은 것으로 여기고 자신 또한 그들에게 죽은 것처럼 되는 기간이었다고 한다. 둘째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잇대어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감옥에서 「천로역정」을 저술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12년간 감옥에 있었던 것은 그의 자유로운 선택이었다. 설교하지 않는 대신에 얻을 자유를 거부하고 청결한 양심을 지키고 감옥을 선택했다. 설교하지 않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사는 대신에 고난을 자청한 것이다. 

고난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은 고난은 사랑의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하나님은 고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서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받으신 고난은 하나님께서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시는가를 보여 준다. 

세상에는 오직 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고난을 통과하여 새로운 변화를 경험한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고난을 지나는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부르심을 따르는 사람들은 고난의 이유가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들이 되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분을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들이 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심판의 표입니다. 그 나라를 위해 여러분도 고난을 받고 있습니다”(살후 1:5, 우리말성경).

고난은 하나님의 개입이다. 우리의 삶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개입하시고,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자가 되게 하시려고 개입하시는 것이다. 그 부르심의 계획이 클수록 그 개입은 더 크고 고난도 더 클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주시는 고난은 두 가지로 표현된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고난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여러분을 시험하려고 오는 불같은 시험이 있더라도 무슨 이상한 일이 여러분에게 일어난 것처럼 여기지 말고 오히려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기뻐하십시오. 이는 그분의 영광이 나타날 때 여러분이 크게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하려는 것입니다”(벧전 4:12~13, 우리말성경).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십자가의 고난과 동일한 고난을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의로운 고난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과 동일한 고난의 가치는 되지 못한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그리스도의 고난의 유익을 믿음으로 나의 것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옛 자아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함께 죽음으로 그분의 고난이 주는 유익을 함께 누린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통해 죄를 끊으시는 역사를 이루셨기에 우리도 내 안에서 그리스도께 속하지 않은 모든 것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나의 옛 자아에 대하여 죽음을 선고하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십자가를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면 부활의 생명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지 않고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할 수 없다. 고난은 옛 성품을 드러내고 십자가로 나아가게 한다. 고난을 통해 드러난 나의 옛 성품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함께 죽음을 경험하고 나의 삶을 향한 나의 권리를 내려놓을 때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면 그 어떤 세상의 고난일지라도 고난은 영광이 된다. 고난은 유익이 되고 축복이 된다. 이 세상에 고난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한다. 

둘째, 우리를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자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주시는 고난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이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해 받은 고난을 기뻐하며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분의 몸 된 교회를 위해 내 육체에 채웁니다”(골 1:24, 우리말성경).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이란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다 받지 않으시고 피하신 고난이 있어 십자가의 은혜가 불완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고난의 유익이 전해지는 데 요구되는 고난이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 주시는 축복을 세상 속에 증거 하는 고난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상 속에 성육신하려 할 때 겪는 고난이다. 

기쁨으로 고난받을 수 있는 때가 있다. 힘든 고난이 영광스러운 고난이 되는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산고이다. 여인들이 사랑하는 자녀를 낳는 것은 때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을 겪을 수 있음에도 기쁨으로 그 고난을 이겨낸다. 아내가 첫 아이를 낳을 때 분만을 돕는 호흡법을 배워서 함께 분만실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여기저기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소리들이 들린다. 그런데 그 고난을 기쁨으로 이긴다. 생명이 주는 기쁨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장기를 이식해 줄 때도 기쁨으로 그 고난을 이긴다. 

내가 아닌 또 다른 영혼이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 부활의 생명을 얻도록 해 주기 위해서 고난받는 것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내 육체에 채우는 것이다. 이 고난은 기뻐하며 즐거워하며 받는 고난이다.
고난은 우리가 살아 있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 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이다. 고난을 제거하는 것은 인간적인 삶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있다. 고난은 우리의 믿음을 자라게 하고 사랑을 풍성하게 한다. 고난은 다른 사람의 필요와 염려를 더욱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이 있다. 고난은 우리를 하나님께 항복하게 하여 하나님 나라로 안내하고, 인내와 연단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자로 변화시킨다.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 우리에게 임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셨다. 우리는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자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원과 풍성한 삶의 축복을 나누기 위해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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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은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이다. CGNTV 이사장, 한동대학교 이사장, 한국로잔위원회 의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 「나의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은혜가 이긴다」, 「생각을 생각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