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오페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영국 로열 오페라, 취리히 오페라, 로마 국립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주인공 역을 도맡아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용훈 테너를 만났다. 1년에 단 4주, 서울대 출강을 위해 한국에 머물기 때문에 여간해선 그를 만나기 쉽지 않다. 한국 무대에서 공연한 것도 2016년 딱 한 번, 단 두 곡만을 불렀다.
향후 5년 뒤까지 공연 일정이 꽉 짜여 있을 만큼 바쁜 그이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시간의 한 조각을 「빛과소금」에 할애해 주었다.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며, 하나님과 온전히 동행하는 그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어주었다. 스스로 ‘노래하는 선교사’라 칭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녹음이 짙어 가는 서울대 교정으로 향했다.
취재 서진아 사진 정화영

 

 

인생에서 겪은 큰 사건을 꼽는다면?
큰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웃음). 한 가지 일로 인생의 특별한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기보다, 수많은 여러 사건들을 통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성공하고 싶어서 노래를 시작했을 때는 결국 노래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후에 부르심에 의해 다시 노래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제 삶의 목적과 목표가 바뀐 상태로 음악을 대하게 하셨죠. 또 그 이후에 저를 선교사로 부르시고 음악이란 영역에서 크리스천 뮤지션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알게 하셨습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갈라디아서 2장 20절,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는 말씀을 무대에서 경험하게 해주신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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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저는 독실한 모태 신앙인이고, 중학교 때부터 해외 선교지나 군부대, 교도소를 다니면서 선교할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주일은 물론이고, 매일 학교를 마친 후 교회에 들러 기도를 드리고 집으로 갈 정도로 누구보다 신앙생활에 열정적이었죠. 친척들은 저더러 그래서 축복받았다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주께서 계획하시고 이루신 일들에 대해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내 안에 99% 믿음이 있어도 1%의 비어 있는 틈으로 사단은 얼마든 틈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결과는 인간의 행위로 인함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계획과 뜻 가운데 은혜로 이뤄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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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한 것 자체도 기적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죠?
성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때가 음악과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대학에서 공부하며 방황할 때였어요. 그 전까지는 딱히 꿈이란 것도, 잘할 줄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찬양 팀을 섬기는 정도였죠. 그때 성악 공부하는 친구 앞에서 노래를 몇 마디 해봤는데 재능이 있다 하여 그 친구의 선생님께 레슨을 받고 5개월이 좀 안되는 기간에 수험 준비를 해서 서울대 음대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죠. 노래가 너무 즐겁고 사람들에게 받는 칭찬도 너무 좋아서 열심히 노래했습니다.
졸업도 수석으로 했지만 삶 가운데에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면서 노래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실감에 시달리면서 결국 다시는 노래하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죠. 그렇게 나의 전부였던 음악을 포기하고 나니 98㎏에 달하던 몸무게가 60㎏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건강에 큰 위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야말로 영과 육이 죽어가는 그때에 주님을 만났습니다. 한없이 연약하고 미천한 저를 만나주신 주님께 저는 너무 감격해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생명을 드리는 선교사로 삶을 드리겠다고…. 그렇게 기도할 때 하나님의 응답하심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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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뭐였죠?
처음에는 서울대 들어가서 제 인생을 노래로 역전시켜 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말로는 찬양한다고 했지만 실은 제 욕심이 컸던 거죠. 그 마음을 원래 하나님께서 계획하셨던 맘으로 돌이키기 위해 노래를 그만두게 하셨죠. 그리곤 주께서 주시는 맘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기도원에서 선교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은 저더러 다시 노래하라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이 음악계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하며 버텼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노래하는 사람으로 창조하였다. 나를 위해 노래하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그 초대를 통해서 그동안 진정으로 하나님을 위한 노래를 부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렇다면 이제는 진정 ‘하나님만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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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비전을 품고 나가는 길에 가시밭길은 없었나요?
하나님을 위해 노래하는 선교사가 되기로 서원하고, 다시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 돈 한 푼 없이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뉴욕 맨해튼이라고 하면 다들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시는데, 가난한 유학생에게 그곳은 쥐와 바퀴벌레가 득실대는 곳일 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아내를 만나 그곳에서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내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나에게는 동반자인 아내가 곁에 있어 그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사실 최근에 아내가 고백하더군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가난했지만 가난을 힘겹다고 느낄 수 없을 만큼 큰 은혜를 날마다 순간마다 경험하게 하셔서 너무 황홀했다고….
그런 극한 가난의 유학 생활이 8년 동안 이어졌고, 고난과 기다림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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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세계 무대에 발을 디디게 된 거군요?
힘든 유학 생활 중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공연 제의가 왔습니다. 오페라 주인공을 맡은 테너 가수가 공연 시작 보름 전에 그만두게 되었다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저에게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죠. 그러나 아내를 집에 혼자 두고 갈 일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때 상황이 집 주인이 방을 빼라 해서 어디론가 이사를 해야 했는데 갈 곳이 마땅히 없던 때였거든요. 게다가 독일로 간다 해도 가져갈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없었습니다.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는 걱정 말고 승리하고 돌아오라며
제 손에 이사할 자금으로 모아둔 200달러를 쥐어 주었습니다.
그 돈을 들고 독일에 도착했지만, 배고픈 날들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15일 후에 제가 하게 된 오페라 작품은 제가 해본 적 없는 〈돈 카를로스〉 5막 버전이었고, 제가 맡은 역은 주인공인 돈 카를로스 역이였습니다. 15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5시간의 긴 오페라를 완벽히 소화해 무대에 올린다는 건 너무나 큰 부담이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굶주림과 외로움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힘없이 연습 후 극장 앞 광장을 지나가는데 놀랍게도 너무나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니?”라고 물으시는 그 음성이 저의 영·혼·육을 뒤흔들어 강타했습니다. 광장 한복판에서 짐승처럼 울며 고백하였습니다. “주님, 평생 가난해도 좋으니 주님의
그 따뜻한 음성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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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카를로스〉 공연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오페라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TV와 신문 등에 소개되었고, 이후로 공연 계약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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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탄탄대로를 걷게 되셨겠네요?
이곳저곳에서 공연 제의가 들어오는 중에 세계적인 지휘자 로렌 마젤과의 협연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분과의 협연은 모든 성악가들이 원하는 꿈의 무대 같은 것이에요. 개런티도 전보다 높았지만, 무엇보다 함께 무대에 서는 가수들이 모두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었거든요. 당시 데뷔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저에게는 엄청난 기회였죠.
그런데 제가 가야 하는 날짜가 토론토에 있는 큰빛교회에 찬양 봉사를 하기로 한 날짜랑 겹치는 거예요. “토론토 교회에 다른 성악가를 보내고 공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 공연도 하나님이 주신 기회다, 이 공연을 해야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며 매니저의 끈질긴 설득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공연을 거절하고 교회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여겼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흔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전화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로렌 마젤 위에 누가 있나요?” 하더군요. 그 아내의 말이 저를 토론토로 향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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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로렌 마젤과의 공연은 무산되었나요?
토론토에 도착했는데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로렌 마젤이 반드시 저와 함께 공연을 해야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저는 로렌 마젤과의 협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데뷔 3개월 만에 세계 오페라계의 톱클래스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무대에 서는 사람은 공연 중에 본인이 가장 드러났을 때 성공했다 하거든요. 그러나 크리스천의 삶은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드러나야 진정한 승리고 성공이잖아요. 나는 죽고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는데, 때때로 그것을 망각하고 살죠. 삶 속에서도 그렇지만 무대에서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이 일어날 때, 나의 부족한 몸짓과 목소리에서 위대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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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된 뒤에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오죠?
2008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토스카〉를 공연하는 도중 성대 파열을 겪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 중에 나를 잘 따르던 형제가 있었는데, 그 공연에 함께 참여했어요. 형제의 영혼 구원을 위해 계속 기도하며 전도했지만 복음을 받아들이질 않았어요. 그런데 〈토스카〉 첫 공연 때 성대가 파열되어 노래를 중단하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성대 회복이 안 되자 그 형제는 실망했고 그렇게 공연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때 “피 흘림 없이 생명을 낳을 수 없다”는 성령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알게 하셨습니다.
이후 반드시 성대 수술을 해야만 노래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수술을 거절하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회복되길 간구했습니다.
이유는 하나님께서 만지신 그 흔적을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놀랍게도 한달도 안 돼 성대가 완쾌되는 기적을 겪었고, 바이올린 연주자 형제는 저의 중보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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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도 역사하심이 있었을 거 같아요.
살고 있는 곳이 미국이고, 해외 공연이 4~5년 뒤까지 미리 잡혀 있을 만큼 바쁘다 보니, 한국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5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어느 날 서울대로부터 교수 임용 제의가 왔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라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라 거절했지요. 그렇게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솔직히 거절할 마음으로 세 가지 제안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무리한 제안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학교 측에서 제의를 철회할 것이라고 여겼죠.
첫째, 학교에서 복음을 위한 활동을 할 때 어떠한 제재를 가할 수 없고 해임할 수 없다. 둘째, 1년에 4주 정도 학교에 출강한다. 셋째, 남자 제자만 맡는다. 무모해 보이죠?
그런데 학교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더군요. 더 이상 거절할 빌미가 없었어요. 결국 학교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수가 되었고,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후 서울대와의 면접 일정을 빼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해마다 가는 해외 선교지가 그해 캄보디아로 결정된 거예요. 더욱이 선교 준비 장소가 한국으로 정해졌는데, 그 날짜가 면접 날짜와 딱 맞아 떨어지면서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선교 일정으로 인해 당장 제자로 받을 학생들 면접도 보지 못하고 그냥 학교에서 보내준 명단을 보며 기도로 학생을 선발하고 부랴사랴 캄보디아로 떠났죠. 저 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일들이 순조롭고도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나를 위해 준비하신 하나님의 또 다른 부르심임을 알고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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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은 건가요?
면접을 보지 못한 상태로 함께 공부할 학생들이 정해졌는데, 놀랍게도 학생들 중에는 노래를 부를 줄 모르는 아이도 있었어요. 게다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가진 아이,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워 휴학했다 복학한 아이 등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학생들이 제게 배정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어려움에 부딪쳤습니다. 그 아이들을 사전 면접했다면 선발하는 데 망설였을 수도 있어요. 게다가 저는 1년에 한 달밖에는 학교에 머무르지 못하는 터라 더욱 난감한 상황이었죠.
첫 학기는 매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오전 7시에 모여 한두 시간씩 예배를 드리고 수업을 시작했어요. 당연히 제가 있는 동안에만 예배가 진행될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없을 때도 자기들끼리 모여 예배를 이어가더라고요. 학생들 중에 선교사님 자녀가 한 명 있어요. 노래 기본기가 잡히지 않은 친구였는데, 캄보디아로 선교를 갔을 때 그 아이와 부모님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고, 또 제 후배가 오래전 단기 선교 갔다가 캄보디아에서 그 학생을 가르친 인연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지금 그 학생이 4학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저와 동역하며 캠퍼스 복음화를 위해 열심을 다해 섬기고 있습니다. 정말 귀한 열매입니다. 지금은 성악가로서도 멋지게 잘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했다면 이런 귀한 결실을 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자를 양육하고 그 제자가 동역자로서 바로 서는 것을 보며 하나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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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 선교사로서 세계 복음화에 힘쓰고 계신데, 선교 활동 중에 겪은 특별한 간증이 있나요?
시간의 십일조 개념으로 1년에 한 번씩 선교 지역을 방문하지만, 사실 크리스천이라면 1년 365일 선교사로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세계 곳곳으로 공연을 다니는 일이 주업인 사람인데, 이상하게 가는 나라마다 선교할 기회를 주세요. 한번은 로마 극장에서 큰 공연 일정이 잡혔는데, 그 공연이 유럽 전체에 TV로 생중계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공연이었어요. 마침 그때 로마에서 몇몇 지체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자는 요청이 있어서 원래 일정보다 좀 먼저 방문하게 됐습니다. 당시 교회의 어려움으로 인해 열 명 남짓한 분들이 함께 모여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저와 함께 드린 예배에서 너무 큰 은혜와 회복을 경험했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주일 예배를 같이 한 번 더 드리자고 요청하셨는데, 그날이 마침 공연 오프닝 날이었어요. 예배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가면 되었지만, 저는 그 예배가 1~2시간 안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결국 저는 공연을 취소했어요. TV 생중계까지 예정된 공연인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난리가 났죠. 그 후로 지금까지 저는 로마 극장에 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할 수 있죠. 오페라 가수로서 책임을 망각한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그런데 저는 제 이름을 걸고 커리어를 쌓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뭘 하든지 우리의 커리어가 하나님 앞에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하나님은 크고 화려한 것만 받으시는 분이 아니라, 눈에 보기에 작고 미천한 것이라도 하나님 아버지의 맘에 나의 맘이 연합되는 것을 기뻐하시고 인정하심을 경험케 하시는 분이니까요. 이후에 주께서 로마 땅에 코람데오 교회를 세워주셨고 중동 지역 선교를 감당하는 아름다운 교회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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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한 명을 두고 계신데, 아빠를 닮아서 음악적 재능이 있나요?
아들 주안이는 6살인데 특별한 아이에요. 결혼하고 한참 만에 선물로 주신 아이입니다. 처음에는 자폐아라고 판명이 났어요. 지금은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요.
말을 전혀 못했는데, 은혜로 조금씩 제한된 단어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아이에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고, 그저 평범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여느 평범한 가정처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나는 완전하다. 내가 주안이를 창조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안이는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확정하시고 계획하신 아이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주안이를 통해 하나님의 계획이 이루어진다면, 조금은 외형이 특별할지라도 가장 복되고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라는 고백이 흘러나왔습니다. 세상적인 기준에 맞춰 주안이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주안이에게 하늘의 꿈을 품게 하는 부모가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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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전을 나눠주세요.
특별히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역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마음은 없습니다.
그냥 주님 오실 때까지 하나님만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저에게 계획하신 것들을 매순간 분별하여 순종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시작은 정말 아름다웠고 중간도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때에 열매와 상급, 그것으로 평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혈투를 벌여야 합니다. 눈 감는 날까지 세상 유혹과 나의 자아와 싸워 진정한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 앞에 서는 것보다 더 큰 비전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그것이 저에게 가장 도전이 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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