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스터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소개 부탁드려요. 

‘캥스터즈’는 자립적으로 보행할 수 없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시공간이나 이동에 제약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 피트니스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장비뿐만 아니라, 어플이나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죠. 저희가 개발한 어플을 통해 훈련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게임을 이용하실 수 있고, 본인의 운동 분석 데이터나 이용자들 간의 랭킹도 볼 수 있게 해서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언제 어디서나 정확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에이블테크 회사가 많지 않은데,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대 초반에 미국 유학을 하면서 태권도 사범으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태권도 시범을 보이다 낙상사고로 허리 디스크가 터져 한국으로 돌아와 3개월 정도 입원을 하게 됐죠.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된 거예요. 처음엔 ‘하나님께서 주신 유일한 선물이 절실함과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해서 가족을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한 것밖에 없는데 왜 그것마저 가져가시나요!’라며 하나님을 원망했어요. 그런데 몸이 불편한 채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공감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계셨는데요. 그럼에도 너무 잘 살아내셨기에 장애의 불편함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겪어보고 깨달은 순간부터 제 존재의 이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그래서 기도하던 중에 부모님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고 섬기기 위해 나를 이 땅에 보내셨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제 기도도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돕고 섬길 수 있을까’로 바뀌었죠. 돕고 섬길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겠지만, 저는 제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로벌 비즈니스와 기술을 활용한 회사를 세우게 되었죠.

*에이블테크 : 의료용품과 보조기기 등을 ICT 기술과 결합하여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덜어주고, 나아가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술.​

막상 창업을 하시고 나서는 힘든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막 창업을 했을 땐 모든 것들이 순탄하게 진행됐어요. 대부분 스타트업이 불안정하고 힘들다고 하는데 6개월 만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쳤고,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많이 받았어요. 한 1년 반 정도는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크게 어려운 순간이 없었죠. 그런데 1년 반이 지나면서 여러 문제들에 부딪치게 되었어요. 재정적인 여유가 사라져가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죠. 당장 직원들에게 월급도 줘야 하고, 믿어주시는 투자자들도 챙겨야 하니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매일 울면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도 해결이 안 되니까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자포자기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딱 그 시점이 오면 하나님이 갑자기 어디선가 천사를 보내주셨어요. 갑자기 투자자가 생기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매출이 발생하면서요.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운이라고 말하겠지만 저와 저희 팀원들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순간들이었어요.

감사한 경험이네요. 그럼 ‘캥스터즈’가 일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두 개의 공간을 두고 있어요. 판교에는 본사가, 그리고 안산에는 공장과 연구소가 함께 있는 공간이 있죠. 안산에 있는 곳에서는 제품을 테스트하고 개발하고 출고하고, 재고를 관리해요. 개발, 생산, 출고의 전반적인 일들은 안산에 있는 공장에서 담당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본사에서는 비즈니스를 주로 해요. 영업, 마케팅, 사업기획 등을 하고, 전략을 짜고, 운영하고, 투자를 받아오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업무들은 본사에서 진행돼요.

대표님께서 일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자격이 없는데 하나님이 사랑해 주셔서 구원을 받게 된 거잖아요. 이 사실을 뜨겁게 경험하고 ‘예수님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라고 진심으로 고백했을 때,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일하게 해주셨어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내가 혼자 노력하는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누군가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계속 체험하게 해 주셨죠. 그렇게 교만해지거나 본질을 잃으려고 할 때마다 하나님이 방향을 잡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 고객도 사람이고, 직원들도 사람이니까 이 사람들을 살려야 비즈니스가 잘 운영될 수 있다고 확신해요. 그래서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사람, 나에게 허락된 하루에 진심을 다하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하다 보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일하신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고객들의 변화를 통해 기적을 많이 봐요. 한 친구는 휠체어로 혼자 집앞 경사로를 넘을 수가 없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 제품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나서는 그 경사로를 넘게 되고, 지금은 혼자 운전도 하고 다녀요. 집 안에만 갇혀 있던 한 사람의 생활 반경이 완전히 바뀐 거예요. 이건 단순히 생활 반경이 바뀌는 문제를 넘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일은 그저 한 개인이 운동을 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자립성과 주체성을 회복시키는 일이에요.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은 수동적이고, 도와줘야 하고,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사회에는 만연해요. 그런데 본인에게 남아있는 능력을 이끌어 내서 최대한 건강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세워지면,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돌보는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던 이들의 삶의 질도 달라지죠. 그래서 고객들의 기적 같은 변화를 볼 때 보람을 크게 느껴요. 그리고 이것이 결국에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저희에게 맡기신 일이 이런 거구나’라는 것 또한 느껴요. 

취재│엄예지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