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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답 전도사님의 take it easy
최상현 전도사님 | 2016년 05월호
  • 하루는 페이스북에서 ‘#테이킷이지’라는 태그가 달린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니 요즘 손목 긋나?”, “도대체 얼마나 처마셨길래”. 걸걸한 부산 사투리가 난무하는 이 짧은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그리고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교회에 이런 사람만 있으면 나도 신을 믿었을 거다’라는.
    최상현 전도사의 주변에는 늘 부모조차 외면한 상처투성이의 아이들이 있다. 그렇게 상처로 마음을 굳게 닫은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품이 넓은 사역자라도 다가가기가 부담스러운 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독기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노려보는 그 아이들이 최 전도사 앞에서는 무장해제된다. 그리고는 무심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털어놓는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김주경 기자

      

    “그런 콩나물은 없습니다. 계속 물을 부어주면 반드시 자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밑 빠진 독이라서 잘 압니다. 저도 종자부터 글러먹은 콩나물 대가리였습니다. 저도 노답이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을 부어준 사역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겁니다. 그게 예수님의 사랑 아닙니까? 내 같이 호래자식 소리 듣던 놈도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예수님의 그 지독한 사랑 아닙니까” (최상현 전도사의 「노답이 정답이다」 중에서)

     

     

    # 전도사님의 영상을 봤는데, 왠지 전도사님의 사연도 애들 못지않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청소년기에 좀 문제가 많았어요. 전형적으로 부모님한테 협조 안 하는 애들 있잖아요. 제가 그런 애였어요. 말 안 듣고, 가출하고… 저희 집안도, 교회도 분위기가 좀 엄격하고 지시적이었거든요. 맨날 금식 시키고 성경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고. 그때는 그런 게 다 올무같이 느껴지고 싫어서 결국 부모님과 교회에 대한 반항심으로 집을 나왔죠. 그때부터 어린 나이에 공사장에 일하러 다니고, 떠돌아 다니다가 사회복지사한테 부모가 없다고 거짓말하고 보육원까지 들어가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말씀에 뿌리가 없이 그냥 방황하는 거랑 뭘 알고 방황하는 거랑은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싫든 좋든 먹은 말씀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사람은 방황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돌아오게 돼 있죠. 저 역시 가출을 해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항상 무언가 나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싸~한 느낌이 있었어요. 안 될 것 같으면서도 계속 어떤 상황에 처해지고,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지고. 그렇게 우연처럼 보육원까지 이끌려 왔는데요. 하필 보육원이 교회와 관계된 곳이어서 하루는 교회에서 하는 집회에 강제로 참석하게 됐어요. 물론 저는 가서 자고, 애들이랑 장난이나 치고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거기서 들리는 찬양과 말씀 소리에 쑥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예수님을 만나는 과정이 있었어요.

     

    # 전도사님의 책이나 영상을 보면, 전도사님 주변에 유독 사연 많은 친구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전도사님이 방황했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시는 건가요?

    그렇다기보다는 결국 예수님의 손길을 맛보았던 경험, 저 같이 말도 안 되는 녀석을 지켜보고 참고 기다리고 받아주시기까지 그 넓은 품을 맛본 경험이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흘러가는 거라고 봐야겠죠. 제 관심과 의지로 애들을 만나고, 어떤 방법으로 변화시킨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에게 유독 상처 있는 친구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 요즘 친구들이 다 그래요. 제가 지금 교회를 떠나서 어디를 가도 거기에 분명히 있을 거예요. 죄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하나씩 갖고 있죠.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정상처럼 보여도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저는 애들을 보면 ‘점마 맛이 갔네’라는 게 딱 보여요. 사실 그런 친구들한테 제일 필요한 건, 변화되기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거예요. 하나님처럼요. 저도 하나님이 “야, 찐따 모습 그대로도 괜찮으니까 이리 와. 니 모습 그대로가 좋은 거야”라고 해주지 않으셨다면 무슨 수로 애들을 돌볼 수 있었겠어요? 

     

    # 그래서 전도사님의 사역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냥 애들 만나서 투닥투닥 얘기 나누고 노는 게 전부잖아요.

    저는 다른 거 없어요. 그냥 같이 어울려서 욕하고 장난치고 재미있게 놀다가 예수님 얘기 조금 흘려주고. 아주 단순하죠. 애들이 보기에 저 분은 어쨌든 교회 전도사님인데, 뭔가 하는 짓이 자기들이랑 비슷하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님도 뭔가 자기들과 가까운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겠죠. 복음을 말해줄 시기요? 그런 거는 제 알 바 아니에요. 그분이 알아서 하시는 거지. 저는 살짝살짝 한 마디 흘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제 역할은 예수님이라는 존재를 애들이 제대로 느끼게 하는 거, 그것 같아요. 그 다음에 복음을 듣게 하는 작업은 잘하는 누군가를 통해 또 하나님이 하시겠죠. 저는 그저 예수님은 잘나고 성스럽고 멀리 거룩한 데 있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현장에서 뒹구는 분이고 나와 같이 계시는 분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요. 삶이 망가진 친구들을 정죄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꾼이 아니라, 그런 친구들을 아끼시고 함께 계시려는 분이라는 걸요. 사실 예수님도 잘난 분이 아닌데요 뭘. 이사야서에 써 있잖아요. 흠모할 만한 게 없다고요. 얼굴도 찐따 중에 찐따고 뭐 하나 잘난 게 없는 분이죠. 저나 애들이랑 똑같이요.

     

    #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데 계속 퍼주는 게 힘들 때도 있지 않으세요?

    힘들면 제가 때려치죠. 가끔 애들이 밤 열두 시에도 전화하는데, 그러면 ‘고마 나 잔다 꺼라’하고 끊어버려요. 그냥 힘들면 힘들다고 애들한테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애들이 그걸 좋아해요. 제가 의무적으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대한다는 걸 아는 거죠. 그러고 나면 그 양아치 같던 애들이 저를 위로한답시고 괜찮냐고, 무슨 일 있냐고, 남한테 말 못하는 거 자기한테 하라고 말해줘요. 지들이 봐왔던 전도사 노릇을 따라 하는 거예요. 한동안 저도 ‘별 짓을 다 해도 애들 마음을 여는 게 불가능하구나. 이제 저눔아랑 그만 떨어지고 싶다’라는 생각에 자포자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야, 저눔아가 나다. 니가 꼴 보기 싫어하고 보면 토 쏠려 하는 점마가 나다.” 그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짜증 내면서 겨우 애한테 한 마디 던진 거, 귀찮다고 투덜대면서 주일 아침에 꾸역꾸역 애 깨우러 갔던 거, 거기에 애들이 반응하더라고요. 하나님은 그걸 받으시거든요. 결국 제 방법으로 뭔가를 해내고, 저를 통해서 애들이 변화되는 걸 바라시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 애를 예수님으로 보는 그 사랑의 현장, 그 장면을 원하시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순간이 천국이 돼요. 가끔 그런 걸 맛봐요. 저에게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사람을 대하는 특별한 은사가 있어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하나님 일을 하는 데 은사나 달란트가 있어야 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은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은사가 없어요. 이건 못해요”라고 회피하게 돼요. 그냥 “저 애가 바로 나다”라는 예수님의 한마디. 그 말을 머리에 넣어놓으면, 그게 바로 은사이고 능력이지 않은가 싶어요.

     

    # 마지막으로, 20년 후에 전도사님은 어떤 모습일 것 같으세요?
    저는 내일도 모르겠어요. 그냥 오늘만 살아요.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나는 오늘만 살아”라고 하던데, 비주얼은 참 다르지만 제 삶의 모토도 원빈이랑 같아요.(물론 제 아내는 제가 원빈보다 잘생겼다고 합니다. 크크크) 청소년들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니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고요. 사람들도 사회도 다 미래를 말하고 비전을 가지라고 말하는데요. 결국 우리들이 겪는 모든 순간들을 종합해서 열매로 만드는 건 하나님의 능력에 달려있어요. 아무리 노답 같아 보이는 삶도 하나님 앞에서는 가치 있는 삶이고, 그 속에서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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