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20여 년간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학업과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캠페인과 사업을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화제를 모은 건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캠페인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꿈을 담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립 정보 공유, 정서적 지원, 관계망 형성, 인식 개선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이자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로 섬기고 있는 허진이, 조규환, 강영아를 만나 조금 일찍 어른이 된 과거부터, 누구보다 성숙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다.

취재 서진아 사진 제공 아름다운재단

조규환

저는 광주애육원이라는 보육원에 5살 때 입소해 15년 동안 생활하고 2018년 퇴소했습니다. 자립한 지 이제 5년 차 된 자립준비청년입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 보호 종료 당시 상황과 마음가짐은 어땠나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 예정이었기 때문에 보호 연장을 하지 않고 스무 살이 되자마자 보육원에서 퇴소했습니다. 당시에는 자립에 대한 두려움보다 혼자서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다는 설렘이 더 컸던 거 같아요.  

설레는 가운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살았던 보육원은 전라도 광주에 있었는데 진학 예정인 대학교는 경기도 부천에 있어서 보호 종료가 되는 동시에 수도권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육원 퇴소 전에 LH청년전세임대로 집을 구해야 했는데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수도권의 집 매물을 보러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죠. 주말마다 인천으로 올라와 집을 보러 다녔는데, 다행히도 인천의 교회 분들이 저 대신 매물을 보러 다녀 주셔서 집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의 생활은 순조로웠나요? 

거주할 집을 찾는 것도 어려웠지만, 자립을 시작하고 나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15년 동안 보육원에서 단체생활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혼자서 생활을 하려니 낯선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자립 초기에는 혼자 잠을 자는 것이 무서워 가위에 눌리는 일도 많았고, 공과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몰라 의도치 않게 연체가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아, 이것이 내가 온전히 맞이하고 견뎌야 할 현실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저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주변에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와 지원기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어려움을 겪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주변에 제 어려움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 상황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사실 저는 그동안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살았어요. 보육원에서의 삶이 저를 지켜 주고 잘 성장시켜 준 건 사실이지만, 중학생 때 보육원에서 산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에 제 상황을 밝히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접하고 저보다 먼저 캠페인에 참여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선배들이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삶에 함께해 주신 분들과 제가 보육원에서 생활할 때 저를 지원해 주신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단체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래로 전달하는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보육원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이 마냥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오히려 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러 기관의 지원과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누구보다 밝은 사람으로 잘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의 관점에서 사회적 지원이 자립준비청년 한 사람에게 어떤 변화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저의 이야기를 담아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나요?

일단은 제가 진행하고 있는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를 잘 마치는 게 1차적인 목표이고요. 저는 사람들에게 “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잘 성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자립준비청년이라서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응원을 잊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좀 더 먼 미래의 목표를 잡는다면 결혼 후 가정을 꾸려 제가 받지 못했던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누구보다도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실수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마세요. 저도 처음 자립을 시작했을 때 실수투성이였고, 혼자서 모든 짐을 다 짊어지려고 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지원사업과 커뮤니티가 많아요.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이 자립을 하면서 겪은 실수들이 비슷한 상황의 청년들에게 또 다른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선배들, 친구들, 그리고 뒤따라올 후배들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자립준비청년에게 직접적인 지원이나 후원을 해 주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매년 더 좋은 정책과 개선안을 만들어 주고 있지만 아직 혜택이 못 미치는 자립준비청년들도 많아요. 모든 자립준비청년이 지원과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함께 목소리를 내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