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피는 꽃

issue 2021년 08월호 여름마다 피는 꽃 글 문성모

인간은 모두 죽는다. 신앙생활이란 자신의 종말을 깨닫고 인정하고 대비하는 삶이다. 살아생전에 “내 생애 최고의 날은 내가 죽는 날”이라고 말씀하셨던 고(故) 하용조 목사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지도 벌써 10주년이 되었다. 그분은 이 땅에 사시면서도 언제나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사셨다. 그러므로 그분은 세상의 명예나 인기나 감투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선교적 열정으로 온몸 바쳐 살아오셨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죽기까지 쉼 없이 최선을 다하므로 많은 열매를 거두셨다. 


돌아가시기 1년 전인 2010년 봄에 하 목사님을 만나 뵈었는데, 목사님은 나에게 온누리교회 창립 25주년에 맞추어 10월까지 책을 써 달라고 부탁하셨다. 목사님의 사역 25년을 정리하는 책 한 권을 불과 5개월 남겨 놓고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사님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무언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환경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함이 아닌 거룩한 열정의 발로였다. 그해 여름방학을 오로지 책 쓰는 일에 몰두했고, 기적같이 400쪽이 넘는 책 「하용조 목사 이야기」가 출판되었다. “아, 이래서 하라고 하셨구나. 안 된다는 것은 내 생각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목사님의 믿음이 정말 부러웠다. 


책을 받아 드신 목사님의 기뻐하시고 겸손해 하시는 모습을 대할 때만 해도 이별이 그렇게 성큼 다가올 줄은 몰랐다. 책을 써서 드린 지 1년도 못 되어 2011년 8월 2일 목사님은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 타이밍을 생각하니 내가 쓴 책은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만 늦었어도 하 목사님의 전기(傳記)는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사님을 만나 뵈면 항상 면담이 끝날 때 내게 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내가 목사님의 기도를 받고 싶어도 한사코 목사님은 먼저 기도해 달라고 머리를 숙이셨다. 그리고 나중에 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이는 나의 가슴에 평생 목사님에 대한 감동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 목사님에 대한 그리움은 해마다 여름에 피는 꽃처럼 8월이 되면 만개한다. 목사님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을 이끌고도 거대한 산처럼 모든 이들의 의지가 되어 주셨다. 그렇기에 떠나신 그분의 빈자리는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 자체이다. 목사님의 선교 비전인 중국과 인도를 지나 이슬람 세계를 넘어 이스라엘까지 복음 전하는 일은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다. 


하 목사님은 두 달란트 받아 다섯 달란트를 남긴 하나님의 착하고 충성된 종이었다. 그분은 온누리교회와 함께 사도행전 29장을 써 나가는데 온 생애를 바치셨고, 민족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달리셨다.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용암처럼 분출하는 하 목사님의 열정과 헌신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함께 죽도록 충성하겠다는 결단을 끌어냈다.


하 목사님은 한국교회에 거시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교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수많은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66년의 길지 않은 삶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얻고 최고의 열매를 거두었다. 그분의 머리는 목회에 대한 아이디어 뱅크였다. 그분의 가슴은 언제나 사도행전적 교회에 대한 열정으로 폭발할 지경이었다. 온누리교회가 놀랍게 부흥하는 동안 그분의 육신은 찢겨지고 건강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그분은 교회만 생각하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항상 말하며 살았다. 


하 목사님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쇠약한 육신을 가졌지만, 그분의 사역은 강인함이 넘쳐났고, 피곤을 모르는 열정으로 선교의 마라톤을 완주한 보기 드문 전사(戰士)였다. 


사도행전이 보여 주는 원형대로의 교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하 목사님은 사도행전의 사도들처럼 살고 싶었다. 그분은 사도행전의 원형대로 설교하고 목회하고 선교하고자 애쓰면서 한평생을 살았다. 그런 의미에서 하 목사님은 우리 시대의 최고의 설교자요, 목회자요, 선교사였다.


하 목사님은 언제나 선교에 대하여 배고파했고 목말라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뵈옵고 생명의 면류관을 쓰고 계실 목사님은 얼마나 행복하실까? 다시 질병도 없고, 아픔도 없는 영광의 나라에서 주님의 품에 안겨 찬송하며 감사하는 목사님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평소에 목사님의 열정대로라면, 하늘나라에 살면서도 계속 한국교회 선교를 위해 마음 놓지 못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사랑하는 하용조 목사님! 이제 천국에서는 일하지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냥 찬송하고 기뻐하며 지내세요. 건강한 부활의 몸으로 주님의 위로 안에 사십시오. 일은 남아 있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리움에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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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모는 강남제일교회 목사다. 서울장신대 총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하용조 목사 이야기」, 「민족음악과 예배」, 「우리가락 찬송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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