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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애와 루이, 318일 간의 버스여행"
여행가 최미애 | 2005년 11월호

  • 큰 키 

    요즘은 키 큰 것이 자랑인 시대이다. 그러나 올해 41세인 그녀가 자라던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았기 때문에 도드라지게 큰 키는 그녀를 남들과 다른 이상한 애로 만들었다. 버스를 타도, 길거리를 걸어도 사람들이 남들보다 훨씬 크고 마른 그녀를 자연스럽게 왕따시켰다. 그래서 최미애의 청소년기는 우울했고,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힘든 시절이었다. 만약 최미애가 요즘시대에 태어났다면 달랐을텐데… 

     

    가족들이 다 키가 크셨어요? 

    아빠가 179, 엄마가 169이셨어요. 그리고 언니는 172, 오빠는 185, 그리고 제가 183 그리고 동생이 187이에요. 식구들이 다 컸죠. 

     

    뭘 드셨길래 그렇게 크셨어요. 

    특별히 키 크기 위해서 먹은 것은 없었는데, 집안내력인 것 같아요. 생각나는 건 우유를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팩이 아니라 병으로 된 우유였는데, 손가락으로 종이뚜껑을 눌러서 먹었던 기억이 나요. 

     

    요즈음은 키 큰 게 자랑이 된 시대인데 시대를 잘못 태어나신 건가요? 

    요즈음은 정말 그래요. 하지만 제가 자라던 시대에는 큰 사람이 흔치 않았어요. 지나치게 큰 키 때문에 열등감이 심했어요. 버스를 타도 뒤쪽 환기구 있는 곳에 서야 머리를 들고 제대로 서서 갈수가 있었어요. 버스 안에서 늘 만나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쟤는 왜저래, 왜 저렇게 커…”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됐어요.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심한 경우 저에게 욕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래서 자살을 늘 생각했어요. 본래 외향적이던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고, 밖에 나가기가 싫어서 방 안에 있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서였죠. 

     

    모델 

    아버지의 강요로 최미애는 중 3에서 고 2때 까지 억지로 농구를 하게 된다. 당연히 하기 싫었고, 결국 고 2때 운동을 그만두게 된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낸 최미애는 이후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자연스럽게 모델로 들어서게 된다. 모델라인에서 연수를 받고, 패션, 광고, 잡지의 모델로 나섰다. 모델일은 운동보다 훨씬 좋았다. 결과는 대박 한국 최고의 모델로 인정받으며, 박영선 등과 함께한국인 모델로는 최초로 동경콜렉션에 데뷔를 했고, 프랑스 파리 쁘레타뽀르테까지 진출하게 된다. 

     

    키 크다고 농구선수를 시키셨나봐요? 

    아버지의 일방적인 강요였어요. 하지만 저는 운동과 맞지 않았어요. 하기 싫었고, 몇 년을 버티긴 했지만 결국엔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모델일이 맞으셨나봐요. 

    좋았어요. 열심히 했고, 당시 한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모델까지 오를 수 있었어요.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 지기도 했어요. 또, 외국에 여행할 기회도 많아지고, 패션쇼가 있을 때마다 동경과 프랑스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루이 

    잘나가던 모델이었던 최미애는 92년 프랑스인 사진작가 장 루이 볼프와 4년의 연애 끝에 27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사진작가와 모델로 만난 두 사람은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된 이들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동경에서 3년, 태국에서 1년, 홍콩에서 2년 반, 파리에서 3년, 그리고 서울에서. 

     

    첫 눈에 반하셨나봐요. 

    프랑스 사진작가였던 루이는 한국을 좋아했어요. 제 사진을 찍어주었던 루이는 저를 처음 봤을때 ‘아름다운 큰 새’ 같았대요. 루이는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전 세계를 여행하죠. 결혼을 해서 아들 이구름과 딸 릴라를 낳았어요. 지금 남편과 아이들은 상해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저는 일 때문에 혼자 한국에 떨어져 있지만 우리 가족의 사랑은 변함이 없어요. 

     

    318일간의 버스여행 

    보통이 아닌 이 가족은 최미애의 나라 한국 서울에서 루이의 나라 프랑스 파리까지의 버스 여행을 계획한다. 결국 2001년 9월이 엄청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중고버스를 손수 개조해서 만든 버스 캠핑카로 서울과 파리의 왕복 4만 Km를 운전하며 여행했다. 15만부가 팔린 이 가족의 여행기는 현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고, 미애와 루이는 유명한 가족이 되어버렸다. 

     

    돌아다니며 사는 게 좋으세요?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늘 새로운 마음으로 그곳의 문화를 배워요. 돈도 많이 들고 힘들기는 하지만, 매력있는 일이에요. 

     

    고생스럽지는 않으셨나요? 

    물론 고생도 많이 했죠. 돈도 떨어지고, 물도 떨어지고, 버스가 고장나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그 때 마다 기도했어요. 이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이에요. 물론 하나님께서는 그때마다 응답하셨어요. 제 책 속에 담겨있는 여행이야기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한 여행이 아니었어요. 가족을 사랑하고,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어요. 생각을 바꾸고, 편견을 버리는 게 여행이죠. 

     

    너무 긴 여행이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으시겠어요. 

    그럼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두 권의 책으로 묶었어요. 한 번은 카작스탄이라는 나라의 아랄해를 지날 때, 버스가 빠졌어요. 밤에는 강도가 나오는 위험한 곳이라 너무 무서워서 ‘제발 트럭이 우리처럼 빠져서 우리 옆에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대로 되었고, 트럭의 사람들을 우리 버스로 초대해서 함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여행을 하면서 하나님을 만나셨다면서요. 

    결혼하기 전에도 하나님을 알긴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2002년 6월부터 제대로 신앙생활을 했어요. 여행에서 하나님을 만난거죠. 

    티벳을 지날 때였는데, 국경근처의 좁은 도로에서 4시간을 서 있었죠. 차를 막고 서있었던 남자들과 차를 빼라는 루이와 말다툼을 하다 루이가 그들을 밀치게 되었는데, 상황이 심각했어요. 그 남자들 이 루이를 죽이겠다며, 4명이 각목과 돌, 파이프를 들고 와 루이를 낭떨어지 앞에서 쳤어요. 루이가 휘두른 각목을 팔로 막고 넘어져 있는데, 제가 그 앞을 가로막으면서 ‘남편과 우리 가족이 죽는군요. 하나님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그때 갑자기 ‘쓰러지라’는 강한 음성이 들렸어요. 그래서 그냥 쓰러져버렸죠. 그랬더니 그 남자들이 도망가고 있었어요. 나중에 안 일인데,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를 죽인 줄 알고 도망건 거였대요. 

     

    하나님 

    최미애의 책을 보면 그녀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자신들도 가진 것이 없는 처지지만, 자신들보다 더 힘든 제 3세계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고, 그들을 대접하며, 그들에게 절실한 물질까지도 나누는 것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녀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아직은 많지만,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은 곳곳에 숨어있는 하나님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얼마 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여행을 다녀왔어요. 재미있었죠. 그리고 요즘 무엇보다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은 학생들과 함께 하는거에요. 저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있는 게 좋아요. 사람을 가르치고 돕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에요. 그게 제 은사인 것 같아요.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저에게 이 일을 주신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이 있으세요? 

    무엇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 어른이 되는 거에요.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대안학교를 세우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처럼 상처 받고 힘든 시절을 보낸 청소년들, 젊은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서 돕고 싶어요.   

    지금은 교회에서 고등부 교사로 섬기고 있어요.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삶의 목표를 세워 도전하라고, 그리고 도전한 일에 불가능은 없다고요. 

     

    취재/ 김형민 , 사진/ 이남수, 여행사진/ 장 루이 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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