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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그우먼 김선정입니다
개그우먼 김선정 | 2023년 02월호
  • MBC 공채 개그우먼 김선정. 그녀는 자신을 항상 “미녀 개그우먼 김선정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에게 각인된 그녀의 캐릭터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못생긴 캐릭터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녀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알고 보니 그 자존감은 그녀 안에 계신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 

     

     

    김선정은 4대째 믿음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학교는 빠져도 교회는 빠지면 안 된다”는 엄마의 철학 때문에 교회에서 살다시피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학생부 임원은 당연하고, 성탄절에 성극과 찬양을 하거나 친구 초청 행사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교회 안에서 ‘인싸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알게 된 무대의 맛. 그때부터 그녀는 뮤지컬 배우든 에어로빅 강사든 뭐든 좋으니 사람들 앞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학 입시 시즌.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소신지원을 했지만 지원하는 족족 떨어지고 만 그녀는 재수를 선택했다. 두 번째 입시는 전략을 바꿔야 했다. 사람들 앞에 설 가능성이 있는 다른 학과에 안정지원 하는 것으로. 그래서 선택한 학과는 레크레이션과. 그런데 무작정 들어간 학과가 그녀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글쎄, 동기들 중에 교회 사역을 더 잘해보고 싶어 입학한 전도사님과 사역자들이 꽤 있는 데다, 배우는 과목도 악기부터 스포츠, 댄스, 게임까지 뭐 하나 지루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알았다. ‘하나님이 알아서 내게 맞는 곳으로 인도하셨구나. 술자리도 많고 자유분방한 뮤지컬과에서 나는 아마 버틸 수 없었겠구나!’

     

     

    대학 시절. ‘MBC 개그동아리 선발대회’라는 구미가 당기는 콘테스트 소식을 듣고 친구 넷이서 가수 ‘핑클’ 콘셉트로 도전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무려 예선 1등이라니! 비록 본선에서는 1등을 하지 못했지만 그 일로 그녀 마음에 ‘방송’, ‘개그우먼’이라는 키워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행사를 담당한 PD가 “나중에 너희들 공채 시험 보러 오면 붙여줄게” 하는 인사치레도 마치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렸다. 그리고 몇 년 후인 2001년, 그녀는 그 뚫기 어렵다는 MBC 공채개그맨 시험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합격했다. 주변 사람들의 기도 지원을 듬뿍 받으며 도전했던 KBS 시험에서 떨어진 전력이 있던 터라 아무에게도 기도 요청을 하지 않고 몰래 도전했는데 덜컥 붙어버린 것이다. 

     

     

    바라던 개그맨 공채 합격. 하지만 동시에 영적 상태는 바닥을 찍고 있었다. 공채를 준비한다며 1년 넘게 교회에 가지 않고도 합격을 하자, ‘하나님 의지하지 않아도 잘되네?’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던 어느 날 우연히 들은 한마디에서 하나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 어떻게 합격한 줄 알아? 5명 뽑는 시험에서 4명이 먼저 뽑혔고 마지막 두 명이 최종 동점이었는데, 심사위원이 합격자가 다 남자라고 여자를 뽑으라고 했대. 그래서 뽑힌 거야” 그랬구나. 내 실력으로 합격한 줄 알았는데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구나!

     

     

    개그우먼 합격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하나님과 멀어져 있었다. 그저 빨리 성공해서 어려운 집안에 보탬이 되고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100kg가 넘는 남자 선배를 업고 안고 목마까지 태우는 ‘율동개그’ 코너를 맡아, 힘들어도 내색하지 못하고 버티는 7개월 동안 무릎 연골이 찢어지고 연골판이 다 닳아 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수술, 재활, 수술, 재활… 그 와중에 발견된 갑상선암 수술까지.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어 투병으로 7년을 보내면서 그녀는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말았다. 병실에서 TV로 동료들을 지켜보는 자기 신세가 마치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똑똑똑. 입원해있던 병실로 누군가 찾아왔다. 교회 식구들이었다. 오래 교회에 안 나갔지만, 워낙 교회 죽순이(?)였던 그녀의 입원 소식에 교회 식구들이 몰려 온 것이다. 그런데 참 놀라웠다. 다가와 손을 잡고 “선정아,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이 하나님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목발을 짚고라도 교회에 나갔다. 예배당에 겨우 몸을 앉히고는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주님~’, ‘주의 길로 인도하사 자유케 하소서’ 이 찬양을 부르며 매주 펑펑 울었다. ‘내 길로 왔더니 이렇게 됐어. 그런데 주의 길로 가면 자유하다고? 안 믿기지만 한번 해 보자’ 그때부터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만 전념하던 어느 날, 몸이 회복되고 영혼이 회복되더니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동료 크리스천 개그우먼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개그플러스’라는 개그 사역팀이 결성된 것이다. 하나님은 그렇게 크고 작은 교회에서, 또 해외까지 복음 전하는 일에 그녀를 사용하기 시작하셨다. 

     

     

    개그우먼으로 활동할 때는 PD와 작가들의 “다른 거 뭐 없어?”라는 평가가 항상 주눅 들게 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별것 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열린 마음으로 웃고 공감해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주님 안에서 맘껏 웃었다고, 또 덕분에 교회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인사를 들으며 깨달았다. ‘하나님은 먼저 내 안에 기쁨을 회복시키시고, 그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로 흘려보내게 하시려는 거였구나!’ 지금 그녀는 개그플러스 사역을 끝내고 여러 기독교방송과 크고 작은 무대에서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꿈꾸던 TV 무대는 아니지만 자부심이 엄청나다. 이제 그녀의 목표는 ‘유명 개그우먼’이 아니라, ‘웃음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 ‘하나님이 말하게 하시는 대로 전하는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개그우먼’이라고 소개하는데 정작 대표작이 없던 그녀는 기도했다. “공개 무대의 길을 열어주세요”라고. 하지만 13년이나 방송을 쉬었으니 인맥도 기회도 없는 상황. 그때 난데없이 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못생긴 남녀 커플이 민폐를 끼치는 콘셉트를 해보려는데, 못생긴 여자 역할 해 볼래?” 순간 자존심이 상해 거절했다. 자기를 뭐로 보나 싶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건 기도응답이었다. 13년 만에 공개무대 기도응답을 받았는데 거절하다니! 황급히 연락해 수락을 했고, 그렇게 <웃찾사>의 ‘민폐남녀’는 그녀의 13년 만의 복귀작이자 대표작이 되었다. 그리고 망가지는 역할에 대한 해답도 찾아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요 3:30)라는 말씀처럼, 내가 망가져서라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구나! 

     

     

    그녀는 10년째 초, 중, 고등학교 진로특강 교사로 전국을 다니고 있다. 사실 돈도 되지 않고 몸도 힘들뿐더러 스스로 ‘개그우먼’이라 소개하기도 민망해 시간 때우듯 하던 일이었는데, 2-3년차 되던 때부터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이제 영혼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돈 많은 백수’가 꿈이고, 주식 하한가 같으니 파랑색 분필도 쓰지 말라는 아이들에게 직업은 ‘돈’이 아닌 ‘소명’임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얘들아, 꿈은 직업 자체가 아니라 직업에 대한 마음가짐이야. 쌤은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세워주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어서 오늘도 그 꿈을 이루려고 너희들에게 온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스스로를 사랑했으면 해. 꽃에 물을 주고 햇빛을 쏘이면 서서히 자라서 활짝 피는 것처럼, 너희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스스로에게 관심의 물과 사랑이라는 햇빛을 주다 보면 어느 순간 활짝 피어서 너희 자신도 행복하고, 보는 사람도 네 향기와 아름다움 때문에 기분 좋아질 거야. 그런 게 꿈이야.” 

     인생의 터널 같은 막막함 속에 있었지만, 결국 진짜 꿈을 발견한 그녀는 이제 이렇게 고백한다. “터널을 만든 목적은 빠르게, 편하게 지나가라는 거잖아요. 내 입장에서는 터널 안이 어둡고 막막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위해 이 인생의 터널을 준비하신 거예요. 그러니까 어두운 터널은 사실 지름길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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