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색, 너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prologue 2019년 09월호 나의 색, 너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빛과소금

세상에는 수많은 색이 있다. ‘많다’라는 수식어로는 턱없을 만큼 까마득한 색깔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특히 하나님의 손길이 스친 자연의 색들은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세세히 보면 저마다 다른 빛을 띠고 있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하늘빛은 조금씩 변하여 매일 다른 빛깔의 하늘이 펼쳐지고, 한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도 완전하게 일치하는 색은 없을 정도다. 우리의 조급하고 얄팍한 지식으로 그것을 하늘색, 연두색으로 ‘퉁’치기에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디테일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렇게 다양한 색은 우리 삶에도 깊숙이 관여해 ‘색’을 빼놓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색은 성격과 심리 테스트에 폭넓게 활용되며, 정치 성향을 표현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과거에 색은 사회 계층이나 신분을 구분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고, 어떤 색은 종교적인 경건을 나타낼 때 언급되기도 한다. 색이 회화, 패션, 그래픽, 영상 등의 시각예술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색은 ‘모든 예술의 기초’가 되기에 티끌의 부족함이 없다.

자연에 존재하는 무궁한 색을 표현하고자 인간들은 끊임없이 욕심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 회사인 미국의 팬톤(PANTONE)으로, 1만 가지 이상의 색을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는 노력을 해 왔다. 색마다 ‘팬톤 넘버’를 붙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과학적인 컬러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노력이야 격려할 만한 것이나, 하나님께서 만물에 부여하신 고유하고 고귀한 색채의 디테일을 좇기에 인간의 노력은 헛되고 삿될 따름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모두 다른 색을 입히셨다. 색이 다르다는 것이 미움이나 갈등, 다툼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색으로 너를 물들이고 너의 색이 나에게 물들어 갈 때 우리의 색은 서로 닮아 가고 변해 간다. 그 변화된 색이 끊임없이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면서 비로소 세상을 아름답고 진귀한 빛깔로 물들일 수 있는 것이다. 

 

글 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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