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선교사에게는 후방이 없다. 평생을 전방에서 격전을 치른다. 피 흘리며 돌아온 그들을 위로할 사람은 없다. 오직 하나님의 위로만 기대할 뿐이다. 농사에 저수지가 필요하고, 전쟁에 병참기지가 필요하다면 선교지에도 하나님을 대신할 사람의 위로가 필요하다. 하나님도 사람을 통해 사역하시니 말이다. 고국에서 보내는 기도도, 반짝 다녀가는 선교팀도 한 모금 생수 같은 위로를 전할 뿐이다. 

분쟁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위로하는 돌봄 사역을 하는 선교사가 있다. 필요를 채우고, 마음을 돌보고, 사역의 든든한 동역자가 된다. 선교 사명을 안고 아픈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티베트로 떠났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선교사 돌봄 사역이었다. ‘SRC International’ 대표 김경환 선교사를 지금 공감한다.

취재 김재원 정리 이승연 사진 한치문 장소 제공 및 취재 협조 사랑의교회 뉴스네트워크실 

 

 

 

선교사님의 지금 삶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어떨까요? 결실을 맺는 계절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결실을 위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죠. 그러면서 작은 열매를 하나씩 하나씩 따고 있어요. 제 삶에서도, 가정에서도, 사역에서도. 

 

지금 행복하신가요?  마음이 그냥 편안해졌어요. 그냥 뭐, 이제 이 길을 가면 되겠구나 싶어요. 주님께서 허락하신 이 길을 하루하루 걸어가다 보면 저를 통해 그리려고 계획하신 마지막 그림이 완성되리라 믿습니다. 

 

여전히 사역의 현장에 계시고, 인생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죠. 일의 크기나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의 가치라고 할까요? 이 일이 꼭 필요하고, 혹시 내가 이 일을 그만두어도 또 누군가 이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과거를 돌아보면 어떤 것은 빨간 종이에, 어떤 일은 노란 종이에, 어떤 사건은 파란 종이에 적혀 있어요. 빨간 종이는 그만큼 힘들었고, 파란 종이는 그보다는 견딜 만했고, 노란 종이는 그래도 숨 돌리던 시간이었어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환갑이 되고 보니 이래서 그 일이 필요했구나 싶어요. 퍼즐이나 모자이크를 맞추는 느낌이죠. 지금 그려진 인생 그림을 보니까 빨강, 파랑, 노랑이 다 필요한 거예요. 유독 빨간색이 많은 그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림이 열정적으로 보이더라고요. 티베트에 가면 4천 미터 고산에 들꽃이 피어 있어요. 가까이서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멀리서 보면 산과 들과 하늘이 어우러져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요. 그 풍경을 볼 때마다 무척 힘들었지만, 마음으로는 저런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싶었어요. 지나고 보니 제 인생 그림이 바로 그렇더군요. 순간순간은 초라하고 힘들었는데, 그래도 어우러지니까 아름다워요. 하나님이 그리신 그림이니 오죽하겠어요.

 

목사님의 인생 그림에 빨간색이 많다는 건 그만큼 힘든 순간이 많았다는 얘기군요. 아내가 아주 오랫동안 아팠어요. 최근에 대전에서 집회를 하고 왔는데, 그 교회 사모님이 물으시더군요. “아내가 20년 누워 있는 동안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견뎌냈나요?” 지금 보면 하나님의 주권 속에 있었어요. 지금은 분명히 알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죠. 그때는 정말 진한 빨간색이었어요.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했거든요. 이제는 믿음으로 반응하지만, 당시에는 믿음보다는 비명이었어요. 하나님 앞에서 울기도 많이 했죠. 

 

고생 많이 하셨군요. 지금 보니 인생 그림에서 그 색깔이 꼭 필요했다는 거군요. 저뿐 아니라 딸아이가 무척 힘들었죠. 고3 때까지 건강한 엄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아내가 20년을 누워 있었어요. 딸아이가 어릴 때 혼자 울면서 이런 기도를 하더군요. “하나님이 정말 가까이 계심을 느껴요. 그런데 가까이 계신 하나님이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죠?” 엄마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절규했어요. 하나님은 왜 엄마의 건강을 빼앗아 갔느냐고, 하나님은 왜 아빠를 선교지로 데려갔느냐고, 기도할 때마다 물었죠. 딸아이의 반응이 믿음이 아니라고 누가 판단하겠어요. 욥기를 보니 아주 정직한 믿음이었더군요. 그 솔직한 고백 속에 제 고백이 묻어 있어요. 20년이 지나고 보니 모든 고난이 나의 나 됨의 과정이었죠. 하나님이 저를 통해 그리려고 하셨던 인생 모자이크에는 그 시간들이 꼭 필요했어요.  

 

정말 긴 터널을 지나오셨네요. 사모님이 언제부터 아프셨던 건가요? 결혼한 지 30년이 됐는데요. 4년째 되는 해에 혹이 발견돼서 큰 수술을 1년 간격으로 두 번 받았어요. 그 이후에 이 병이 발병했어요. 원인도 모른 채 극도의 무기력증에 시달렸거든요.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었죠. 방에서만 생활했어요. 병원 치료는 그 상태를 유지하며 원인을 찾기 위한 탐색일 뿐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수술을 받은 즈음에 생겼어요. 주변에서 모두 말렸는데, 아내는 약을 끊고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아홉 달을 버텨 아이를 낳았죠. 정말 뼈밖에 안 남았었는데, 감사하게도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어요. 아내는 아이를 돌보지 못한 채 투병 생활을 이어갔죠. 믿지 않으시던 장인, 장모님이 그때 너희들이 믿는 하나님을 믿겠다고 하셨어요. 아이가 출생할 때 장인, 장모님께서는 영적으로 거듭났던 것이죠. 

 

그야말로 20년 동안 침실에만 계셨겠군요. 온 가족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딸아이는 그 방을 엄마의 병실이라고 불렀어요. 학교 갔다 오면 딸아이는 먼저 엄마 방에 들어가요. 환자복 입은 엄마가 있고, 엄마의 주식인 영양제와 온갖 약들이 쌓여 있죠. 아이는 먼저 커튼을 걷어요. 엄마가 처음으로 햇살을 보는 순간이에요. 그러고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엄마는 5분만 들어도 지쳐요. 탈진한 엄마는 “조이야 힘들구나. 오늘 더 이상 네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러면 아이는 인사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요. 딸아이는 엄마의 병실을 드나들 때마다 엄마를 돌보아야 하는, 어린 가장이 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기도 했어요. 그 시간 돌봄을 배우며 외롭게 견뎌냈던 거죠.  

 

사모님도, 따님도, 목사님도 정말 하나님만 바라봐야 하는 시간들이었군요. 딸아이가 고3이 됐을 때 아내의 병명을 찾았어요. 여러 의사들이 연구한 끝에 한 의사가 에디슨병이라는 것을 알아낸 거죠. 수술받으면서 호르몬 체계 변형이 왔고, 마스터 호르몬이 다른 호르몬을 바이러스로 착각해서 공격하면서 몸이 무너진 거래요. 20년 만에 병명을 알아내고 치료받아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딸아이는 고3 때 처음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고 학교를 갔죠. 딸아이가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했는데, 그날이 엄마가 처음 학교로 찾아온 날이었어요. 아내가 회복됐음을 느낀 기적의 순간이었죠. 

 

제가 다 감사하네요. 그 후로 사모님은 일상을 회복하셨나요? 지금 85% 정도 회복했습니다. 약은 먹고 있고요. 운전은 못 하지만 택시를 불러서 외출하고, 동네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가족과 외식도 해요. 하지만 20년을 누워 있다 보니 문화적, 관계적 틈새가 생겼어요. 가족 간에도 기다려 주는 시간이 필요했고, 발전한 문명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죠. 스마트폰도 최근에 시작했어요. 십수 년 만에 가족이 함께 외식했고, 아내 혼자 백화점에서 옷을 샀어요. 장인, 장모님도 정말 좋아하셨어요. 투병 과정에서 많이 애쓰시고 도와주셨거든요. 이런 시간이 저희의 행복이에요. 행복의 기준이 다 다르지만 타인의 평범한 일상이 저희에게는 최고의 행복이에요. 딸아이는 자신의 보살핌 없이 혼자 지내는 엄마를 고마워해요. 엄마의 응원을 받아 법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죠.  

 

하나님이 하셨네요. 사모님의 문화적 회복, 심리적 회복, 사회적 회복을 기도합니다. 그러면 목사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어요? 부모님이 쌀가게를 하셨어요. 먹고살 만은 했죠. 교회 생활하면서 평범하게 학교 다녔어요. 예수 잘 믿는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죠. 아버지도 좋은 분이셨는데, 술만 드시면 식구들을 힘들게 하셨어요. 한번은 제가 “아버지 술 드시는 모습이 많이 힘듭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술 안 드시고 하시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날 아버지가 처음 매를 드셨는데, 잘못 때리셔서 다음날 학교를 못 갔어요. 그때 힘들던 마음이 평생 가더라고요. 어머니는 존경의 대상인데, 아버지는 제게 사랑을 많이 주셨음에도 그때의 일 때문에 확 안기지는 못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아버지가 어려워지셨어요. 미국에서 목회하시던 외삼촌 초청으로 고2 마치고 온 가족이 미국으로 가게 됐죠. 형편이 어려워서 식구 모두 일을 해야만 했어요. 동생만 학교를 다녔죠. 제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요. 아버지와 함께 청소 하청 일을 했거든요. 그때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어요. 저녁 7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까지, 밤새워 청소하는 거예요. 그러면 어머님이 밥해 놓고 공장 일 가시고, 여동생은 학교 가고, 저희는 자고 일어나서 다시 출근하고 그렇게 3년을 일했어요. 그때 붙들 건 하나님밖에 없었어요. 가장 힘든 시기에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죠. 3년 꼬박 일하니 한국에서 진 빚 다 갚고, 아버지 혼자 일할 수 있게 되니까 공부하라고 하시더군요. 주니어칼리지에서 받아 줘서 공부하고 비교적 수월한 공대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과 체질이 평생 엔지니어로 살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한 거예요. 형은 버클리대학으로 옮겨서 평생 훌륭한 엔지니어로 살았고, 저는 인문학 공부 1년 더 하고 UCLA로 옮겨서 역사학을 전공했죠. 1984년 선교 대회에 참석했다가 얼떨결에 선교사로 헌신했어요. 그때는 참석자들이 다 헌신하는 분위기였거든요. 하하. 그 후에 풀러 신학교에서 신학을 했어요. 아내도 신학을 했고, 그때 만나서 결혼했죠.  

 

그러면 본격적으로 선교 현장으로 가신 건 언제쯤인가요? 2007년이에요. 헌신하고 나서 하나님이 그때까지 이런저런 훈련을 참 많이 시키셨어요. 한국에서 사역할 기회도 있었는데, 이민 교회로 방향을 바꾸셨고요. 다양한 사역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보내셨어요. 제가 두 번째 개척한 교회는 처음부터 선교사 파송을 비전으로 세우고 개척했어요. 막상 다들 안 나가니까, 제가 먼저 나가게 됐죠. 그때는 아내가 아플 때였어요. 딸아이도 어릴 때였고요. 정말 발이 안 떨어지더군요. 물론 가까이에 장인, 장모님이 계셨지만 그래도 쉽지 않았죠. 선교지로 가기 위해 공항에 가는데, 차라리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상황에 밀려간 곳이 티베트였어요.   

 

그 마음이 오죽하셨을까요? 그야말로 믿음으로 티베트에서 사역을 시작하셨군요. 처음에는 가족이 같이 가려고 했어요. 한방이 아주 발달한 지역이어서 아내를 위한 병원도 다 알아봤죠. 그런데 비자가 안 나오는 거예요. 유학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나이가 많으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저 혼자 시작했죠. 비자 문제로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티베트 선교사님들의 필요를 많이 채워 드릴 수 있었어요. 교회 성도들이 선교사 지원 사역을 많이 섬겨 주셨죠. 

 

그때가 SRC 선교 단체의 시작이겠군요. 그런 셈이죠. 티베트에서 선교를 하다 보니 선교사님들이 너무 힘들게 사시는 거예요. 선교지에 가서 내 사역보다는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 마음 열고 보니까, 선교사들의 애환이 보이더군요. 한 분 한 분과 교제를 나누다 보니 도움이 많이 필요한 거예요. 지역 선교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를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SRC

(Silk Road Connection)를 만들게 되었죠. 

 

현지 복음화 사역보다는 선교사 돌봄 사역을 시작하신 거군요. 처음부터 이런 단체를 꿈꾼 건 아니었어요. 선교사들을 체계적으로 후원하고 영적인 필요를 채우자는 마음으로 티베트 선교사들을 돕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와 함께 파송 받았던 제자가 북한으로 사역을 가게 된 거예요. 심지어 북한에서 조선족 동포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어요. 그 자매가 북한 사역 중에 티베트로 찾아왔어요. 너무 지친 모습으로 말이죠. 영적 돌봄을 받지 않으면 선교사들은, 특히 북한 선교사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면서 티베트와 영적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SRC가 티베트에서 북한으로 지경을 넓히게 됐죠. 

 

그래서 북한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까지 네트워크를 통해서 섬기게 되었군요. 분쟁 지역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이 돌봄을 받지 못해서 영적으로 죽어가는 걸 너무 많이 봤어요. 이분들을 돌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이것만 잘해도 하나님께 칭찬받겠다 싶었어요. 돌봄 사역을 하면서 만난 북한 선교사 두 분은 결국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분들은 전쟁터에서 홀로 깃발 들고 싸우는 것과 같아요. 반드시 영적 충전이 필요하고, 그 사역을 저희가 감당하는 거죠. 특히 북한 지역은 더 절실해요. 

 

북한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어요. 매년 모임이 있어요. 10여 개국에서 온 북한 선교사 1백여 명이 인근 국가에서 모이죠. 미국 시민권 있는 한국인도 있고요. 올해는 위험 요인이 생겨서 못 모였어요. 그분들은 사역자라기보다는 사업가입니다. 사업하면서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죠. 기도해 주셔야 해요. SRC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팀을 보내서 선교사들의 필요를 돕고 있어요. 티베트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에서는 작은 신학교를, 하노이에서는 고아원을 하고 있고요. 분쟁 지역 돌봄 사역이라 보안 관계상 구체적인 사역 규모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지경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가족 걱정을 많이 하셨을 텐데, 하나님이 사역 형태를 바꾸셨네요.  하나님이 이끌어 주셨어요. 돌봄 사역 중심으로 순회 사역을 하게 되면서 미국에도 가끔 들러 아픈 아내도 돌볼 수 있게 됐죠. 딸아이도 출장 가는 아빠가 몇 달 후에 돌아온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안정됐어요. 돌봄 사역 중에는 영적 충전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후원도 필요해요. 선교지 나와서 후원이 끊기는 선교사님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 분들을 미국에 있는 이민 교회나 후원자들과 연결시켜 주는 사역을 하고 있죠. 저는 선교 단체의 장이라기보다는 스페어타이어라고 생각하면서 사역하고 있어요. 타이어가 펑크 나면 제가 대신 빈자리를 메우는 거죠.

 

꼭 필요한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시는데, 기도로 응원하겠습니다. 제 인생 자체는 빛이 아니라 소금이었어요. 10년 넘게 선교사들 뒤에서 소금처럼 지원하고 돌보는 사역을 했죠. 이제는 모집도 하고, 동원도 하고, 후원자도 모으는 사역을 위해 빛의 사역도 해야 한다는 응답을 받았어요. 마침 신기하게도 작년 가을부터 여러 교회에서 불러 주셔서 강의와 설교를 다니고 있어요. 

 

선교사님께서 가정에서 혹은 사역지에서 생각하신 ‘공감’은 무엇인가요? 보통 엄마는 공감자고 아빠는 해결자로 보잖아요. 저희는 엄마가 아파서 공감을 못 해줬고, 오히려 딸이 엄마를 돌봐야 했어요. 딸은 아빠에게 공감을 원했는데, 저는 정답을 주고, 해결해 주려고만 했어요. 딸아이가 힘들 때도 저는 이 아픔을 통해 선교사의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하지만 아내는 딸아이 방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어요. “하나님, 저 아이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부족한 저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 합니다. 저 딸이 너무 아파합니다. 딸아이의 아픔을 제가 조금이나마 나눠 갖게 해 주세요.” 아내의 기도를 들으면서 저게 공감이구나 생각했어요. 딸아이가 문을 열더니 엄마의 품에 와락 안기는 거예요. 함께 흐느껴 우는데 그 울음은 그냥 우는 게 아니더군요. ‘너 아팠겠구나’, ‘너 힘들었겠구나’, 아픔을 나누는 진정성이었죠. 너무 부끄러웠어요. 선교지에서도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기보다는 그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애환을 같이 느껴 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게 공감이라고 봐요.  

 

말씀을 들을수록 목사님 인생의 다음 그림이 궁금합니다. 어디를 가든지 농사를 잘 짓고 싶어요. 사역지인 하노이에 가서 뭘 할까 생각해 보면 답은 베트남의 다음 세대들을 위한 농사를 잘 짓는 것이에요. 정말 사람 농사 잘 짓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동안 교육과 선교를 분리해서 생각했었다면 이제 교육은 선교의 일환이에요. 다음 세대가 바로 선교지인 셈이죠. 

 

기도하겠습니다. 「빛과소금」 독자들에게 성찰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 해 주세요. ‘당신은 예배자입니까?’ 예배라는 단어가 worship이잖아요. 어원을 따라가 보면 worth-ship이죠. 예배는 가장 가치 있는 분에게 나의 삶의 가치를 올려 드리는 거예요. 예배는 정체성의 기초예요. 저는 평생 그냥 예배자로서, 피조물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로 나아가 내 깃발 꽂지 않고 하나님 깃발을 꽂고 싶어요. 내 흔적 남기지 않고 하나님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예배자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