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돌아갈 곳이 있는가?

prologue 2022년 09월호 그대 돌아갈 곳이 있는가? 빛과소금

고향(故鄕)에는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는 뜻 말고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는 뜻이 있다. 나는 서울 안암동에서 태어났으니 그곳이 고향이지만, 마음속에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은 서울 장충동, 방배동, 흑석동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 거기도 또 다른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완전히 돌아가든 명절 때 잠깐씩 머물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귀향(歸鄕)이라 하건만 난 짧든 길든 돌아갈 고향은 없다. 그렇다고 실향(失鄕)을 했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내 고향은 엄연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고, 난 그곳에서 살고 있으니까.
말장난 같은 궤변으로 고향 이야기를 시작했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왠지 쓸쓸해진다. 고향이 있지만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처지를 돌아보니 영락없는 나그네 신세 아닌가. 고향이라는 낱말 앞에서 이렇게 작아지는 사람이 과연 「빛과소금」에 고향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되지만, 감사하게도 고향을 깊이 추억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 구멍을 메꾸어 주셨다. 큰 명절 추석을 기다리고 있는 이때, 고향으로 향하는 바쁜 발걸음에 「빛과소금」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딴딴하게 영근 9월호를 전해 드린다.

 


글  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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