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서 발견한 인생의 진리

issue 2021년 09월호 식탁 위에서 발견한 인생의 진리 글 유승준

「프랑스 혁명」을 쓴 영국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이 “모든 시대의 언어로 된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라고 평했던 욥기는 성경에서도 유독 어렵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욥기를 비교적 쉽게 이해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그의 식탁을 살펴보는 일이다. 실마리는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욥은 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세 번의 밥상을 맞이한다.
 
욥이 맞이한 첫 번째 밥상은 ‘행복한’ 식탁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으며, 부족한 것이라곤 눈에 띄지 않는 풍족한 식탁이었다. 그는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사람이었기에 하나님은 그에게 셀 수 없는 복을 내려 주셨다. 그에게는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와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 일곱과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어여쁜 딸 셋이 있었으며, 수많은 가축에 엄청난 수의 종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학식이 높고, 정의로우며, 인품이 고결하고, 정이 많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의 아들들은 생일이 되면 크게 잔치를 베풀고, 누이들도 불러 함께 먹고 마셨다. 모든 것이 넉넉했으니 제철에 난 싱싱한 재료를 이용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산해진미를 차려 냈을 것이다. 생선도 제일 신선한 것을 골라 조리하고, 고기도 가장 연하고 맛있는 부위를 골라 요리했을 터이다. 아들들 생일잔치가 이 정도였다면 가장인 욥과 그의 아내 생일잔치는 얼마나 화려하고 풍성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단란한 가족의 행복한 식탁이었다.


그러나 욥은 뭔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토록 완벽하고 행복하기만 한 그의 식탁에서 그가 느낀 불안의 정체는 ‘이런 행복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의 식탁은 한없이 행복했지만, 뭔가 알 수 없이 ‘불안한’ 그런 식탁이었다.


욥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행복의 조건과 완벽한 환경이 자신이 하나님 뜻대로 의롭게 산 결과로 주어진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완전무결한 행복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지금 자기가 누리는 것은 마땅히 누릴 만한 것을 누리는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의 결함은 이것이었다.
 
욥이 맞이한 두 번째 밥상은 ‘고난의’ 식탁이었다. 하나님은 사탄에게 욥에 대해 잘 살펴봤냐고 물으시면서 세상에 그렇게 흠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나를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랑하셨다. 그러자 사탄은 하나님께서 많은 복을 주시니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일 뿐, 지금이라도 그의 소유를 거두어들이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저주할 거라고 단언한다. 이에 하나님은 사탄에게 그렇다면 욥을 한번 시험해 봐도 좋다고 허락하셨다. 이때부터 사탄은 철저하게 욥을 파괴한다. 처절한 환란은 행복의 상징인 식탁에서 시작된다.


욥의 자녀들이 맏아들 집에 모여 음식을 먹고 포도주를 마실 때였다. 갑자기 스바 사람들이 욥의 종들을 습격해 모두 죽이고 소와 나귀를 빼앗아 갔으며,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들에 있던 양 떼와 종들을 불살랐고, 갈대아 사람들이 나타나 낙타들을 다 빼앗고 나머지 종들을 죽여 없앴다. 종들의 연이은 보고를 접하고 망연자실해 있던 욥에게 또 다른 종이 헐레벌떡 달려와 대참사 소식을 전했다. 잔치를 벌이던 맏아들 집에서 아들 일곱과 딸 셋이 모두 즉사했다는 보고였다. 어떻게 한 사람에게 이런 융단폭격 같은 고난이 몰아닥칠 수 있을까?


욥은 일어나 슬퍼하며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민 다음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는 괴로움에 치를 떨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순간에 그 많았던 재산을 모두 잃고, 열 명이나 되던 생때같은 자식들을 다 먼저 보내고, 아내와 친구들도 전부 떠나간 자리에 홀로 남겨진 욥은 ‘고독한’ 밥상 앞에서 처절한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그는 진실로 고독했다. 아무도 진정으로 그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님마저 그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후 욥은 자신을 찾아온 세 친구와 더불어 길고도 치열한 논쟁에 돌입한다. 성경 전체를 통틀어 이토록 격렬하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논쟁은 끝이 없었지만, 구도는 단순했다. 세 친구의 논점은 욥이 당한 고난은 그의 죄 때문이며, 하나님은 의로우셔서 정의롭지 않은 일은 하시는 분이 아니므로 고난 앞에서 욥이 철저하게 자신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의 사고방식이었다.


논쟁이 길게 이어지며 욥은 자아도취에 빠진다. 욥은 하나님을 향해 “나의 정당함을 물리치신 하나님, 나의 영혼을 괴롭게 하신 전능자”라고 부르면서 나를 고발할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지 고소장을 쓰라고 말한다. 논쟁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하나님께서 직접 욥에게 나타나 말씀하시기에 이른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향해 이토록 많은 질문을 퍼부은 것도 욥기가 유일하다. 이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인간의 지혜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이 세상이 운행되는 법칙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하나님의 선언이었다.


욥은 비로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일대일로 하나님과 독대한 자리에서 욥은 자신의 의, 자의식, 교만, 위선, 과시욕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회개한다.


자연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운행되고, 인간은 자유의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하나님은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로 일하시기 때문에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인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알 도리가 없다.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한 자연의 법칙을 주신 것처럼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비를 내리시고 햇볕을 주시는 분이다.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시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시는 식으로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반응하시는 분이 아니다. 인간이 누리는 행복은 자신의 노동이나 의로운 행동의 결과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일뿐이다. 고난을 통해 욥이 깨달은 사실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잃어버린 욥의 재산을 회복시켜 주셨다. 이때 회복된 욥의 재산은 모든 것을 상실하기 이전보다 갑절이나 되었다. 재산만 회복시켜 주신 게 아니었다. 끊어졌던 인간관계도 모두 복구되었다.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욥을 경계해 멀리했던 그의 형제자매와 전부터 그를 아는 친구들이 다 욥을 찾아와 그의 집에서 함께 기뻐하면서 먹고 마셨다.


마침내 욥이 마지막 세 번째 밥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가 맞이한 세 번째 식탁은 풍성한 ‘은혜의’ 식탁이었다. 그것은 ‘회복의’ 식탁이자 ‘자족의’ 식탁이기도 했다.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식탁, 즉 행복했지만 뭔가 불안하기만 했던 식탁이나,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절망으로 뒤범벅된 고난의 식탁과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의 식탁이었다. 은혜의 식탁 위에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욥에게 내리신 그 모든 재앙을 생각하면서 그를 동정하기도 하고, 또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마다 그에게 돈을 주기도 하고, 금반지를 끼워 주기도 했다.


자식들 또한 회복되었다. 욥이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낳은 것이다. 욥에게 저주를 퍼붓고 집을 나갔던 아내가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낳은 것 같지는 않다.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젊은 새 아내를 얻어 자식들을 두게 된 듯하다. 이들 욥 가족은 예전처럼 틈날 때마다 한자리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우리는 우리가 당하는 수많은 고난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안다 해도 이를 이해하거나 해결할 능력이 없다. 우리는 다만 고통 앞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헤아리고 은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시편 90편에 기록된 모세의 기도처럼 한순간 꿈같은 나그네 인생길을 마치고 우리의 거처인 주님께 돌아가기 전 지금 내게 주어진 밥상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지면서 은혜의 식탁, 회복의 식탁, 자족의 식탁을 받을 만한 존재로 살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유승준은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다가 지금은 기독교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신의 밥상 인간의 밥상」, 「천국의 섬, 증도」, 「안동교회 이야기」,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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