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마음에서 쉽게 잊을 수 없는 장소는 단연 교회다.
교회는 하나님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곳임과 동시에 질문이 어색한 곳으로 알려져 왔다.
물론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말씀하신 적은 없다. 단지 우리가 교회에서 질문하는 법에 대해 어색해 한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만큼은 질문 같은 건 하지 말자는 우리 스스로가 정의해 놓은 종교적 전통과 합의가 뒤따른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전혀 효과적이진 못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아프게 체험하게 된다. 질문하지 않는 믿음을 갖고 질문하지 않는 교회를 다닐 때, 우리는 정말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 되고 만다. 그렇게 질문하지 않고 얻는 행복의 가치 앞에서 그리스도인은 결국 스스로에게 묻고 만다. 정말 이게 행복한 걸까?
2016년에 9월에 시작해 2017년 7월에 걸쳐 펴낸 총 세 권의 시리즈물로 엮인 질문하는 시리즈의 저자 김석년은 35년 동안 목회의 한 길만 걸어 온 소위 성공한 중견 목회자다.
1994년에 대한민국 중심지인 서울, 그곳에서도 경제와 문화의 코어로 자리매김한 서초동에 자리한 서초교회를 설립해 오늘에 이른 저자는 작은 교회를 대형 교회의 들러리 역할에만 만족케 하는 현대의 한국교회 생태계의 체질 개선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를 연구하는 패스브레이킹 연구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길 목회 인생을 걸어 온 목회자란 사실만 보면 독특한 이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 책의 저자라고는 언뜻 부합되지 않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안정적인 삶과 성공을 보장받은 중형 교회 담임목회자라는 위치는 질문보다는 그 위치에 오른 노하우에 대한 전수가 더 어울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줄 법하다. 하지만 35년 외길을 걸어온 개신교 목회자의 목회적 삶을 집대성한 3부작 책의 제목이 ‘질문’이라니. 그렇기에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질문과 그리스도인의 관계에 대해 말이다.

첫 책, 「질문하는 믿음」은 말 그대로 ‘믿음’에 대해 그리스도인이 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들을 모아 놓은 질문 모음집이다.
질문을 모아 놓고 나면 더한 질문이 쏟아지는 법, 특히 그리스도인에겐 그렇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내가 믿는 하나님은 진짜 계실까?’, ‘하나님은 나한테 관심이나 있을까?’, ‘성경은 진짜 하나님의 말씀일까?’ 등등의 질문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책은 교회에서 전형적으로 반복해 온 ‘덮어 놓고 믿어’라는 권면을 거부한다. 대신 구체화된 믿음의 동력이 무엇인지 상세히 밝히고자 한다. 저자는 덮어 놓고 믿게 되면 피상적인 1차원 신앙을 반복할 뿐이라 경고한다. 그와 함께 저자는 믿음은 성령의 불가항력적 은혜와 감동, 그 틈새를 파고드는 믿음을 향한 고민과 이성적 질문으로 인한 회심의 여정까지 포괄하는 게 믿음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믿음은 결국 덮어놓고 믿는 게 아니라 질문하면서 믿어나가는 것이다.
크게 두 장으로 나눠진 「질문하는 믿음」은 전반부와 후반부 구분을 통해 질문과 답이란 큰 분류로 나눠 믿음의 본질을 추적하는 짜임새를 갖는다. 전반부에서 믿음과 관련된 열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그 질문들이 제법 다채롭다.
믿음의 본질, 믿음의 근거, 믿음의 동기, 믿음의 목적, 믿음의 내용, 믿음의 행복, 믿음의 연합, 믿음의 훈련, 믿음의 능력, 믿음의 비전.
‘믿음’과 관련되어 그리스도인이 질문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담아 놓은 듯 보인다. 책 앞면에 담아 있는 한 줄 카피 “믿음에 대해 조목조목 묻고 듣는 책”이란 호명에 꽤 충실히 응답한 모양새가 책 전반부를 충실히 채우고 있다.
후반부는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실천을 담고 있다. 후반부의 포문을 여는 큰 제목 “믿음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믿음을 버릴 수 없고,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믿음을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으로 사는 것에 대한 권면으로 마무리되는 「질문하는 믿음」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책 「질문하는 교회」로 눈길을 돌리게 한다. 믿음이 펼쳐지는, 혹은 믿음이 확인되는 장소가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 「질문하는 교회」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인상적인 한 단어와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유물’이란 단어다. 그 단어의 의미는 교회가 계속 소멸과 쇠퇴를 거듭해 역사와 함께 사라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걸로 보인다. 교회가 만약 세상을 지배했던 한때를 풍미한 공룡들처럼 화석으로만 보게 되듯 교회 역시 후대 사람들에게 ‘유물’이나 ‘화석’ 취급받는다면 우리의 믿음과 구원의 생명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고민이 이 책 「질문하는 교회」가 던지는 문제의식이다. 저자의 말을 보면 책에 나타난 문제의식은 더 깊어진다. “이 책은 1994년 서초교회가 탄생된 이래 그리스도의 교회에 대한 나의 꿈, 헌신, 개혁의 고민과 몸부림 끝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모두 5장으로 분류된 책의 내용은 처음엔 소프트하게 출발하지만 나중엔 교회 본질을 묻는 진지함의 끝장을 추구한다. 1장에서는 세상의 희망인 교회를 말하고, 2장에서는 교회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교회 안에서의 그리스도를 말한다. 3장에서 하나님 가족으로서의 교회를 언급한 뒤 저자는 4장에서 교회의 본질과 마주하고자 한다. 저자는 “교회, 하나님의 나라인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아 교회다움의 실상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한다. 책은 그 진지한 터널을 통과한 이후 5장에서 교회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서초교회를 개척하면서 가진 헤아릴 수 없는 고민이 이 책을 탄생시킨 배경이라 하는데, 이는 교회에 대한 강한 애착이라기보단 교회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읽혔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저자는 세 번째 책인 「질문하는 행복」을 가리키고 있다.

세 번째 책 「질문하는 행복」은 시편 23편을 밑거름 삼아 전개해 가는 성경 강해 성격을 띠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의 강해집과 다르게 이 책은 시편 23편에서 추출한 핵심 키워드인 ‘행복’을 놓고 그에 대한 도발적이면서도 충분한 숙고를 요하는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갖고 있다. “예수 한 분으로 충분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책의 시작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한 이 문장은 행복을 쫓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행복의 진정한 의미, 행복의 역설을 말함과 동시에 다시금 예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한다.
책은 하나님을 향해 찾아가는 여정, 그 여정 속에서 샘솟는 행복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행복이라 말하며 행복에 이르는 세 단계를 소개하는 구성이다. 1장에서는 선한 목자를 만나는 길을 통해 선한 목자를 만나고 그를 누리는 기쁨을 일깨워준다. 그 일깨움의 흥분과 감격을 저자는 2장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일상에 대한 기쁨으로 확장시킨다. 무미건조, 무색무취할 수 있는 일상에서도 영적 감격이 일깨워진다는 순수성을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3장에서 이러한 순수의 근원인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의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세 번째 책 「질문하는 행복」은 결국 독자에게 세 가지 책에 대한 통합적 비전을 제공하는데, 그 비전은 ‘예수님 한 분으로 충분하십니까?’란 핵심 질문으로 범위가 좁혀진다.
믿음, 교회, 행복, 이 단어들이 피상적 수준에 내려앉지 않도록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로 인해 다시금 내 신앙을 돌아볼 수 있는 환기의 자리를 마련한 게 이 세 가지 책이 가진 신앙 서적으로서의 중요한 미덕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세 가지 책을 읽고 나면 한 권의 책을 세 개의 방향에서 한 가지 주제로 읽은 듯한 독법의 즐거운 착각이 일어난다. 그 한 가지 주제는 의심의 여지없이 ‘질문’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질문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질문하는 믿음, 교회, 그리고 그로 인해 찾아오는 행복, 그 행복에 한 걸음 더 용기 있게 다가가길 제안하는 이 초대장이 상투적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질문을 질문하기 때문이다.   

주원규는 목사, 소설가, 칼럼니스트다. 동서말씀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열외인종 잔혹사」, 「나쁜 하나님」, 「땅의 예수, 하늘의 예수」, 「진보의 예수, 보수의 예수」 등이 있다.  tvN 드라마 <아르곤> 대본을 집필하는 등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