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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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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히어로

청년 인사이트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히어로마블사 비주얼 개발 총괄 책임자 앤디 박

영화 〈어벤져스 : 에이즈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토르 : 라그나로크〉 등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비주얼 분야 최상단에 있는 한 이름이 눈길을 끈다. ‘Andy Park’
앤디 박, 그는 ‘마블 스튜디오’ 비주얼 개발 총괄 책임자다. 마블의 히어로들은 그의 손끝을 통해 의상이 착용되고 무기가 주어진다. 그러니까 그는 히어로들에게 숨결을 불어넣는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에 영향력을 끼치며 히어로의 막강 파워를 선보인 마블 스튜디오! 그곳에 유일한 한국계 아티스트 앤디 박이 있다. 지열이 끓게 하는 이 계절,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취재 이승연 사진 정화영

마블의 상상은 10년 동안 진보를 거듭했다. 지난 10년이 그랬듯이 마블은 관객의 상상 이상의 궤도로 진입, 신선한 충격의 돌풍을 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앤트맨과 와스프〉가 압도적인 속도로 200만 명 관객을 가뿐하게 돌파했다(7월 8일 기점).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토르 : 라그나로크〉,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빠른 속도이기에,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마다 이 ‘개미 인간’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앤트맨과 와스프〉는 핵심 연결고리인지라 이 영화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증폭된 것이 사실이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히어로들의 죽음은 관객들에게 당혹스러움 이상의 충격을 투척하지 않았던가. 하여 앤트맨의 양자 영역을 통한 시간 여행이 문제 해결의 ‘키’가 될 공산이 크기에, 관객들은 개봉될 〈인피니티4〉를 위한 예습 차원에서라도 〈앤트맨과 와스프〉를 봐야 할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마블은 누적 관객 수 1억 명 돌파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블!’ 이제 이 브랜드는 강력한 펌프처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무수히 빨아들이고 있다. 마블의 영화들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유기적인 연결을 이루고 있고, 마블의 거대 세계관은 관객들에게 더 큰 상상의 공간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 상상의 세계에서 ‘앤디 박’은 상상의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앤디 박은 ‘마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지만 대중에게 그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오히려 그의 아버지 이름이 크리스천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그는 가정사역자 박수웅 장로의 아들이다.
몇 년 전, 서빙고 두란노 본사에서 박 장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자녀 교육에 대해서 말했는데, 큰 소리로 웃고 농담하며 들려준 자녀 이야기 중 단연 앤디의 분량이 가장 길었다. 내 머릿속에 변호사인 첫째 딸, 목사인 둘째 아들보다 막내 앤디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기억되는 이유다.
“말도 트이기 전에 펜을 잡고 그림을 그렸을 거야. 어떤 여자가 앤디 그림을 보더니 사인을 해 달라고 한 적도 있어. 언젠가 백만 불에 팔릴 수도 있을 거라나. 하하. 앤디의 재능을 본 거지. 나는 얘한테 공부하란 소리 안 했어. 과외도 안 시켰고. 얘가 이쪽에 재능 있는 걸 확실하게 알았거든. 초등학교 2학년 때였지, 아마도. 학교에서 가족을 그려 오라는 숙제를 내준 모양이야. 엄마, 아빠, 고모, 삼촌…, 20여 명을 그렸는데 그림마다 특징들이 다 있어. 누군지 알겠더라니까. 내가 그랬지. 앤디야, 넌 앞으로 공부 신경 쓰지 말고 이 길로 가거라!”
어린 시절 ‘마블 코믹스’ 만화책 속 히어로들에게 빠져 살던 소년은 성인이 된 지금, 2D 그림에 갇혀 있던 마블의 히어로들에게 숨결을 불어넣는 마블사의 ‘비주얼 개발 총괄 책임자’가 되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앤디에게 마블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선물했다. 마블 티셔츠로 얼른 갈아입은 그가 함빡 웃었다. 서글서글한 눈매가 아버지 박수웅 장로와 닮아 있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직함이 ‘비주얼 개발 총괄 책임자’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주된 일은 콘셉트를 디자인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디자인하는 거지요. 6명의 팀원들과 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4년 전 총괄 책임자가 되어 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키프레임 일러스트(등장인물이나 물체의 움직임과 위치 등을 표시한 프레임)를 그리는 겁니다. 한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대본과 대사가 주어지면 시각화될 수 있도록 그림으로 그려내는 거지요.”


영화 제작 과정의 역할을 설명해 주신다면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거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에는 빌런(악당)이 등장하지 않습니까? 우리 팀은 그런 캐릭터들을 디자인합니다. 생김새, 의상 등. 특히 의상에 대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의상은 아이언맨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할 때가 많습니다. 즉, 모든 캐릭터의 외양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상 디자이너는 우리 팀의 디자인을 기초로 해서 의상을 제작하고 직접 배우들에게 입힙니다. 의상이 아닐 경우에는 시각 효과로 구현하지요. 예를 들어,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메인 빌런은 죽음의 여신 ‘헬라’입니다.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이 연기했는데요. 그녀의 의상은 모두 CG였습니다.”


한마디로 영화 대본을 시각적으로 만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건축설계자 같은 역할로 보시면 됩니다. 제가 도면을 만들면 누군가는 실제로 건축을 하는 거지요.”


많은 캐릭터를 만들었을 텐데,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앤트맨과 와스프를 꼽고 싶군요. 이유는…, 저는 현실감 없는 의상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블랙위도우나 호크아이의 의상은 군인들이 입을 법한 옷이거든요. 이 캐릭터들의 의상을 디자인할 때 실용성이 돋보이도록 디자인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앤트맨은 누가 봐도 슈퍼 히어로처럼 보입니다. 얼굴에는 헬멧도 쓰고 있고. 저는 만화책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를 디자인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뭔가요?
“크게 두 가지를 언급할 수 있을 거 같군요. 첫째, 우리는 이야기를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영화 제작에서 우리가 맡은 일은 캐릭터 창조입니다. 인물의 외형…, 의상이나 마스크, 헬멧 등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지요. 앤트맨을 예로 들어 볼까요? 행크 핌(Hank Pym)이 앤트맨 슈트를 만든 시기가 1960~70년대입니다. 슈트가 그 시대에 어울려야 하지요. 복고풍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앤트맨〉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과거에 만들어진 슈트를 현재 시점에서 찾게 되고 그 슈트를 입음으로 앤트맨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슈트를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 동시에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 주인공을 얼빠진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면 안 되니까, 앤트맨 슈트 디자인 하는 것이 우리에겐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둘째, 마블 코믹스 만화책에서 나오는 캐릭터에 기본 바탕을 두고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만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에 충실하되 그러나 그것에 맹목적으로 의지하지 않습니다. 요점은 이거죠. 캐릭터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

마블 코믹스의 만화책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신이 동경하던 히어로들을 이제 자신의 손끝으로 현실 세계로 끌어오고 있는데요. 만화책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때 느끼는 감정이 궁금합니다.

“꿈만 같습니다. 저는 만화책만 읽는 괴짜였거든요. 어린 시절 친구하고 했던 대화가 기억이 나는군요. 언젠가 큰 스크린에서 만화 캐릭터들을 보고 싶다고. 어벤져스처럼 말이지요. “만일 영화관에서 어벤져스가 개봉하는 날이 내 인생에 찾아온다면 굉장할 거 같아!” 2010년 마블 스튜디오에 입사하고 〈어벤져스〉 일을 시작할 때, 첫 2주 동안 사무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대박! 내가 어벤져스를 그리고 있다니. 이게 정말 현실인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분 최고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는 일은 엄청난 만족감을 주는 작업입니다. 사실,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캐릭터를 재창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력과 고된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지요.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할 때 때때로 무에서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창조가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크리스천으로서 마블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할리우드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것은 외로운 일입니다. 혼자 남겨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요. 마블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있다 보니 오히려 열린 사고를 갖게 되더군요. 동료들은 제 믿음을 정중하게 바라봅니다. 아직까지 복음을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저를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성숙하고 예의 바르게 대화를 나눌 수 있지요. 동료들이 저의 믿음에 대해 때때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질 때도 있습니다. 더 깊은 대화가 오가는 중에 저도 질문이 생기면 하나님께 묻기도 하지요. 이러한 과정들이 신앙인으로서의 저를 더욱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영웅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 아닐까요? 그 열망에서 진정한 영웅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가 생각하는 정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캐릭터인데요.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밀어붙입니다. 토니 스타크는 허세 가득하고 놀기 좋아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10대 스파이더맨도 이웃을 위해 존재하지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장인물들도 단점 투성인데다가, 상처 받은 사람들이고, 심지어 도둑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덕적으로 모호했지만, 결국 그들의 마음 중심에는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더 좋은 세상을 열망하고, 이웃을 섬기도록 부름 받은 크리스천들에게 하나님은 영웅적 삶을 요구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예수님께서도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 15:13-14) 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삶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가끔 제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난 네가 얼마나 좋은 놈인지 알아. 하지만 네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도 알지!’ 한 사람으로서, 아티스트로서 ‘현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는 나의 가장 최악의 비평가입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으니까요.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아티스트들이 있더군요. 반면 너무 스스로를 낮추는 아티스트들도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이 둘과 모두 싸워야 합니다.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예술가의 여정에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예술가뿐이겠습니까?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지요. 무엇보다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아티스트인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이 제겐…, 삶의 소중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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