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소로고

2018  MAY

  • HOME
  • LIBRARY
  • SECTION
  • B cut STORY
  • ABOUT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가 섬기는 세상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행복이 엄마 윤정희 사모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불현듯 보고 싶은 사람들이 사는 곳, 무심결에 달려가고 싶은 따뜻함이 넘치는 곳, 눈 감으면 집 앞 벚꽃 길 사이로 자전거 바퀴가 사이좋게 굴러가는 모습이 아른거리는 곳. 꿈엔들 잊힐 리 없는 고향땅이라도 밟았다는 건가.
해마다 벚꽃이 필 때면 전국 곳곳의 꽃놀이 명소들이 소개되지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강릉 열두 가족이 사는 윤정희 사모네 집 앞길이다. 꽃나무가 듬성듬성하여 여느 꽃길 명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벚꽃 길 사이로 울려 펴지던 김상훈 목사, 윤정희 사모 부부와 열 명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으로 그곳은 특별한 곳임에 틀림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나의 대뇌에 신호를 보냈다.

“사모님, 빛과소금이에요. 뵙고 싶은데 가도 돼요?”
“지금 집 앞에 벚꽃이 너무 예쁘게 폈어요. 어서 놀러 오세요.”
인터뷰하러, 그러니까 일하러 간다고 했는데 놀러 오라신다. 기차 타고 바다 보러 오라고, 거기에 벚꽃까지 만발했으니 지체 말고 놀러 오라시는데 망설일 이유 있나.
“OO씨, 강릉행 KTX 예매 부탁해, 롸잇나우!”

취재 서진아 사진 정화영


‘행복’이가 사는 ‘행복이네 집’
열 명 아이들 중 막내 이름이 행복이. 세상 행복하지 않은 게 없어서 이름도 ‘행복이’란다. 누나 셋, 형 여섯을 둔 집안의 막내가 되었으니 얼마나 큰 사랑을 독차지하는 자리인가. 그렇게 매일매일 행복한 ‘행복이’가 있어 강릉 열두 가족이 사는 집을 ‘행복이네 집’이라고 부르겠다. 윤정희 사모님은 자연스럽게 ‘행복이 엄마’ 되시겠다.
대가족 막내답게 일곱 살 행복이는 어디서건 당당하다. 한 번은 교회에서 친구한테 맞고 집으로 돌아온 일이 벌어졌다. 그 얘기를 듣고 두 살 위인 ‘하나’ 형이 교회로 달려가 행복이를 때린 아이를 응징(?)했다. 하나는 행복이와 달리 조용하고, 여전히 행복이네 집에 완전히 적응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 하나이지만, 동생이 맞고 온 건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행복이를 때린 아이의 사촌오빠가 또 하나를 때렸다. 그 이야기를 들은 형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요한이, 사랑이, 햇살이, 다니엘, 한결이 형이 우르르 몰려가 “내 동생 건드리지 마!”를 외친 것도 모자라 스무살 넘은 하선이 누나까지 가세했으니, 과연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지는 사건 아닌가. 결과는 안 봐도 훤하게 보인다. 숫자로도 형제간 우애로도 행복이네 집을 이길 집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행복이 엄마까지 교회로 소환되어 어른스럽게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매사가 이런 상황이니 행복이의 하루하루가 행복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작은’ 엄마, 하은이
마침 행복이네 집을 방문한 날은 첫째 딸 하은이가 외국 생활에서 돌아온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하은이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지내다가 1년 만에 돌아와 그리웠던 한국 음식을 하루 하나씩 클리어하는 미션을 수행 중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짜장면을 먹는 날. 강릉에서 전통과 맛으로 유명하다는 중국집에서 함께 짜장면을 먹었다. 모처럼의 외식이니 비싸고 화려한 음식을 찾을 법도 한데, 짜장면 한 그릇으로 족하다고 말하는 하은이는 열 형제의 맏이답게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밴 친구였다.
3년 전의 앳됨을 벗고 의젓한 숙녀가 된 하은이의 워킹홀리데이 경험담을 들어봤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또 한 번 경험했어요. 워킹홀리데이를 온 학생들 중에 제가 가장 어렸는데 일하는 곳도, 홈스테이를 하는 집도 모두 저를 지지해 주시고 도와주셨어요. 1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선한 분들을 붙여주셨다고 생각해요.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법적 소송까지 겪는 경우들도 있었는데 저는 주님의 은혜로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이 말에 행복이 엄마는 모든 것이 중보기도의 힘이라고 말하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호주에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그 주 주일부터 교회에서 아동부 교사로 봉사를 시작했대요. 어떻게 된 애가 적당히 하는 법을 몰라요. 미련할 정도로 헌신하고 양보하고. 힘들게 벌어 십의 이조를 드리면서도 꼬박꼬박 돈을 모아서 하선이, 하민이 동생 둘을 시드니로 불러 여행까지 시켜줬어요. 나한테 손 하나도 안 벌리고. 거기다 아빠 점퍼, 동생들 티셔츠까지 바리바리 사서 들려 보냈더라고요. 어쩜 이런 애가 있는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 어머니에 그 따님이다. 살림이 넉넉해서 잘 키운 것이 아니다. 행복이 엄마가 보여준 삶이 하은이를 참된 아이로 키운 것이다. 하은이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작년에 갔던 우간다 비전트립을 통해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주셨다. 캐나다에서 2년간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날 계획이다. 엄마 아빠를 통해 배우고, 동생들을 통해 단단해지고, 하나님으로 인해 더 커진 사랑의 마음이 어떤 곳에서 어떤 열매로 맺힐지 기대된다.


자매는 용감했다!
둘째 하선이는 똘똘하고 당찬 아이다. 1등급으로 당당히 간호대학에 입학해 간호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련 중이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표현도 분명하다. 형제 중에 누가 맞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나서는 것도 하선이다. 말괄량이 같은 하선이지만 속도 깊고 언니,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깊다. 얼른 간호사가 되어 동생들 뒷바라지하겠다고 늘상 말하는 아이다. 그렇게 씩씩한 하선이가 얼마 전 속상한 일이 있었단다.
행복이 엄마 휴대폰으로 카드 사용을 알리는 문자가 ‘띵동’ 울렸다. “미니드레스 8만원.”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잘못 온 문자려니 했다. 알고 보니 카드 사용자는 하선이. 엄마가 다그치니 하선이가 울면서 따박따박 대꾸하더란다. 이야기인즉, 한동안 행복이 엄마가 돌봐주던 아이가 있는데 감사하다며 집에 인사를 왔다. 하선이랑 동갑인 아이였는데, 엄마는 그 아이에게 화장대 서랍에 있던 돈 40만원을 건네주며 힘든 일 있을 때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 그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선이가 화가 난 것이다. 자기는 한 주에 4만원 용돈 받아서 십일조, 감사헌금 내고 교회 아이들한테 간식 사주고 나면 점심 값이 부족해 굶는 날도 있는데, 또 그 돈으로 이야기하자면 일주일에 두 번 엄마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은 다니엘 축구 강습비인데, 그걸 덥석 친구에게 쥐어주니 순간 화가 났던 것이다. 그래서 홧김에 엄마 카드 들고 나가 옷을 사 입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엉엉 우는데, 엄마도 혼을 내다 말고 같이 붙잡고 울었다. 미안해서 울고 속상해서 울고….
잘한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을 계기로 하선이도 깨달은 게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다. 자기가 편안한 삶에 익숙해져서 감사를 잊고 있었음을, 울타리 안에 있는 99마리 양으로서 울타리 밖의 길 잃은 한 마리 양의 마음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스스로 살아볼 테니 당분간 용돈을 주지 말라고 했단다. 
셋째 하민이는 카누 선수로 오랫동안 꿈을 키워왔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인내심도 많고 성품도 순해서 힘든 운동을 하면서도 불평 한 번 없었다. 지난겨울에 구순열(일명 언청이)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서 3개월간 운동을 쉬는 중에 충북에 있는 학교를 떠나 강릉 집에서 지냈다. 그사이 하민이는 금요 철야예배를 다니며 마음의 변화를 겪었다. 간호학교에 가서 의료선교를 하겠다는 비전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행복이 엄마는 속상했다. 오랫동안 하던 운동의 결실을 보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꾸겠다니 엄마로서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겸손하고 참을성 많고 신중한 하민이가 그렇게 말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속상했지만 엄마는 반대하지 않았다. 가족들도 모두 하민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정작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하민이의 공부 성적. 계속 운동만 하던 아이가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간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간호대는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학과이다. 그런데 놀랄 일이 일어났다. 공부한 지 두 달 만에 첫 시험 40점대에서 80~90점대까지 오르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심”(롬 8:28)을 경험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요한, 사랑, 햇살, 다니엘, 한결, 하나, 행복이
7명의 아들 중 하나와 행복이를 뺀 아이들은 모두 중학생이 되었다. 사춘기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집안 분위기가 그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데, 5명씩이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행복이네 집은 매일이 전쟁터가 아닐까 궁금했다. 
“우리 아들들은 그런 거 없어요. 누구 한 명이 문제라도 있으면 가족들이 다 나서서 서로 멘토가 되고, 해결사가 되고, 상담사가 돼요. 가족 간에 비밀도 없고 전부 다 나누니까요. 집안일도 아들들이 다해요. 우리 집은 여자, 남자 구분 없이 분담해서 집안일을 하는데 아들들이 더 잘해요. 막내 행복이도 옷을 얼마나 잘 개는지 몰라요. 옆에서 형들 보고 배운 거죠. 형들은 아빠가 하는 거 보고 배운 거고요.
아들들한테 늘 말해요. 나중에 며느리들한테 아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엄마가 아빠의 어머니한테 늘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엄마도 며느리들한테 감사하다는 말 듣고 싶다고요.”
아이들의 재능과 품성도 저마다 다르다. 요한이는 공부를 엄청 잘하고, 사랑이는 안짱다리로 태어났지만 강인한 의지와 인내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운동을 하고 있다. 햇살이는 그림을 잘 그리고 글도 잘 써서 얼마 전에 나온 책 「햇살이네 별별가족」에 그림과 시를 실었다. 다니엘은 장난을 많이 치지만 머리가 좋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한결이는 한결같이 밝고 천진하다. 
예전에 행복이네 가족이 TV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다니엘 때문에 스튜디오가 눈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다니엘은 9살 때 행복이네 집으로 왔기 때문에 한동안 보호시설에서 학교를 다녔다. 시설이 큰 도로변에 있었는데, 1학년 때 학교 끝나고 시설로 들어가는 것을 친구들에게 보이기 싫어 동네를 한 바퀴 돌아서 들어가곤 했다. 한 바퀴 돌았는데도 아이들이 주변에 있으면 다시 돌고 또 돌고 어떤 날은 한 시간을 돌기도 했다. 토크쇼에 출연한 날 MC인 강석우 씨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게 뭐야?”하고 묻는 질문에 다니엘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학교 끝나고 엄마 아빠가 있는 집으로 가는 게 가장 좋아요”라고 했단다. 우느라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니엘도 울고, 가족들도 울고, 스태프도 울고, MC들도 모두 울었다. 또 다른 MC인 윤유선 씨는 “그렇게 말하면 아줌마가 미안하잖아”라고 말하며 울었다.
이 아이들은 일차적으로는 그들의 부모가 버린 거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사회가 등을 떠민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험난한 세상으로 던져진 아이들은 모든 어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윤유선 씨의 ‘미안하다’는 말이 아프도록 마음을 친다. 행복이 엄마는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그 책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모른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롬 8:15)는 말씀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아버지 안에서 형제자매라는 마음을 가질 때 울타리를 넘어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그릇은 열 명만을 품었지만 하나님께서 이 열 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실지 기대됩니다.”

태어난 곳은 모두 다르지만 지금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행복이네 열두 가족, 낳아준 부모는 모두 다르지만 지금은 한 부모 아래 자라고 있는 열 형제, 우리 역시 제각각 태어났지만 하나님 품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살아가고 있음을 행복이네 열두 가족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행복이네 집’이라는 이름처럼 행복하지 않기가 더 어려운 이 집에서 또다시 삶의 기쁨과 감사를 배워 간다. 나의 삶에 감사가 희미해져 갈 때 기쁨이 사그라지려 할 때 다시 이곳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남긴다.
“사모님, 또 놀러 올게요!”  

그가 섬기는 세상의 다른 기사들


  • 이영표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

  • 김혁건

    두려움 없이 주님 안에 살리라

  • 행복이 엄마 윤정희 사모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 팀 켈러 첫 방한 특집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평신도 컨퍼런스의 현장

  • 스탠리 토플

    평생을 한센병 환자 치료에 헌신한 여수 애양원 선교사

  • 배우 서태화

    그물을 펼쳐 소망을 낚는 어부가 되라

  • 성악가  김영미

    맑고 거룩한 영으로 주를 찬미하는

  • 작곡가 고(故) 신상우

    주님의 한량없는 은혜로 산 자

  • 방송인 이지희

    잠잠히 주님의 길을 걸어가요

  • 찬양 사역자 박종호

    은혜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 스윗소로우 김영우

    선한 노래로 달콤한 위로를 전하는

  • 한인수

    삶의 길 위에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고파

  • 오페라 가수 이용훈

    노래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

  • 김정화

    배우에서 아내로, 다시 엄마로

  • 윤유선

    선하고 선한 주의 사람

  • 배우 윤안나

    “서서평의 헌신적 삶 보여드리고 싶어요”

  • 이지선

    ‘선물’ 같은 삶, 이제 나누려 합니다

  • 정선희

    이제는 돌아와 하나님 앞에 서다

  • 고(故) 김수지 교수

    일평생 사랑의 돌봄을 실천한 사람

  • 박미선

    오래 참고, 온유하며, 모든 것을 견디는

  • 최선규

    매일 기쁘게 하나님을 만납니다

  • 최준섭 (Joseph Butso)

    찬양하는 이태원 준섭이 아세요?

  • 아나운서 이정민

    예수님 성품 닮은 ‘온유’ 엄마예요

  • -

    이렇게나 예쁜 사람, 최강희

  • 주영훈·이윤미

    매일매일 기쁨의 축제를 열다

  • 윤일상

    빛나는 ‘성공’, 그보다 값진 ‘겸손’

  • 김현숙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

  • 신형원

    아름다운 노랫말로 세상을 위로하다

  • 임지규

    신실한 ‘교회 오빠’ 배우 임지규의 세 가지 고백

  • 성우 박지윤

    “아름다운 목소리, 주님이 주셨어요”

  • 윤형주

    오늘은 내 인생 가장 젊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