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요일 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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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노숙하는 분은
이방인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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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처음 찾아온 노숙인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방인이었다. 나의 삶의 관계망에 들어오리라 생각하지 못한 분들이다. 나의 목회 계획에도 없었다. 다만 나는 찾아온 지극히 작은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 거절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분들이 찾아왔을 때에 그분들을 맞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분들의 냄새를 당해내기가 힘들었다. 그분들이 강도 만나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분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즉자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그분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만남이 반복되는 처음 수개월의 시간 속에서 그분들의 어색한 웃음과 몸짓 속에 숨겨져 있는 수줍음과 미안함과 고통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게 새로운 비전과 꿈을 꾸게 만들었다. 주님의 개입이 있음을 예감했다. 사랑의 농장을 세워 함께 매일 일을 하게 되었고, 해맞이 대학을 열게 되었고, 그들만을 위한 예배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자활자립을 위한 공동체를 세웠다(현재는 문을 닫았고, 다시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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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을지라도 진정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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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고 구걸하는 분들 속에도 아직 꺼지지 않은 인간으로서의 참된 마음과 그들을 향한 주님의 계획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 작을지라도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사랑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정한 사랑의 길을 가로막는 장벽이고 철책이다.
그것이 우리로 노숙하는 사람들과 같은 지극히 작은 이들이 겪는 고통과 그들 속에 남아 있는 소망을 발견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니 우리의 가장 가까운 피붙이 자식이나 배우자에게서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만일 하늘 아버지의 사랑이 남아 있다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을 성공하라고 그토록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일까? 그토록 많은 이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그토록 많은 차별과 단죄와 범죄가 자행될 수 있는 것일까? 그토록 많은 부패와 타락이 범람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늘 아버지의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 우리의 의식이 되고 판단의 근거가 되고 습관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온통 추구하면서도 그것을 추구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은 그것을 조장하고 성공의 기준으로 삼기까지 하며 미화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는 누구를 탓하거나 정죄할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죄와 모순과 고통과 갈등의 현상은 이미 우리가 숨 쉬고 살고 죽는 생태계가 되었다. 우리 가운데 대다수가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고,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세상은 온통 ‘청산!’의 노래로 가득하다. 뿐 아니라 청산을 찬미하는 노래가 온 땅을 뒤덮고 있다. 또한 청산을 반대하거나 걱정하는 논리는 정연하지도 못하고 설득력도 변변치 않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가치관과 길을 가야 할 것인가? 과연 ‘청산!’에 살 일이 났다고 춤을 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청산에 죽을 일 났다고 반기를 들어야 하나? 우리의 길은 세상에 있지 않다. 주님의 길은 세상보다 높다. 세상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리고 다시 세상에서 사랑의 거룩한 산제사를 드려야 한다. 그 길은 간단하다. 멀지도 어렵지도 않다. 하늘 아버지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이다. 예수께선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에게서도 그 인생에 남아 있는 소망을 보셨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예수께선 민족의 피를 빨아 로마에 바치는 부역자요, 부패자인 삭개오가 주를 맞아들이자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겠다!” 하시며, 그 자에게서까지 새로운 삶의 내일을 보시고 죄 사함을 주시며 천국을 살게 하셨다. 이 모든 것은 아버지의 사랑이 주님의 가슴에서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랑만이 세상을 이기게 할 뿐 아니라, 죄악된 세상 안에서도 소망을 보게 하고, 이 썩은 세상 속에서도 천국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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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 하나님의 생태계엔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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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새인의 의와 단죄는 스스로 자기 안에 죄악의 쓰레기를 쌓고, 남의 목을 베는 청산은 사체를 남긴다. 어디에 그것을 쌓으며, 누가 그것을 치울 것인가? 인간의 기술은 쓰레기를 남기지만 창조의 섭리인 생태계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이것이 구원의 도요, 십자가의 길이다. 우리에게 새날을 주시는 창조의 하나님은 사랑의 생태계로 인간사에 정의를 세우시고, 구원하고 계신 것이다. 그 생태계의 중심엔 사랑이신 우리 하나님의 사랑의 태양이 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태양의 빛을 받으며 그 궤도를 도는 영혼의 행성이 되어야 한다. 그 빛 가운데서 사랑하라. 세상은 여전히 소망이 있다. 그 어떤 영혼일지라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한 조각 깨어진 거울 조각이 그 영혼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에 빛을 비춰라. 선하고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게 될 것이다.

지난 어느 날 한 노숙인 형제가 너무도 성실하게 사랑의 농장에서 늦도록 일을 하며 나를 돕기에 몇만 원을 봉투에 담아 전했다. 그 형제가 거절하며 말했다.
“목사님, 저는 나쁜 놈이라, 돈이 생기면 나쁜 짓을 해서 안 됩니다!”
지금 그는 서울역에서 벗어나 그곳에 없다.

이주연은 산마루교회 담임목회자다. 산마루해맞이공동체, 베데스다 힐링센터, 산마루영성아카데미 대표를 맡고 있다. 산마루서신 발행인이며, 저서로 「둥둥 영혼을 깨우는 소리」, 「산마루 묵상」, 「주님처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