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온도가 있다. 그 책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동시키는지, 아니면 이성을 차갑게 자극하는지는 독자가 느끼는 책의 온도이다.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책에서 우리는 저자의 체온도 느낀다. 저자의 생각의 온도가 책에 그대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만져서 따뜻한 책이라면 마음으로 읽고, 손을 대서 시원한 책이라면 머리로 읽어보자.
한 시대를 느끼는 온도계는 무엇일까? 역사 속에서 그 시대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느끼는 시대의 온도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든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그들의 마음은 한 시대의 온도계이며, 그들에게 느끼는 연민의 마음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목회자가 있다. 예레미야를 통해 ‘끙끙 앓는 하나님’의 마음을 대변하는 김기석 목사를 청파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취재 김재원 정리 이승연 사진 한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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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정말 많습니다. 목사님께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길이죠. 인생의 길을 찾는 지도이자, 길이 나를 찾아오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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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독서량이 많으신데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세요?
저는 숨결이 긴 책을 좋아해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무 거나 볼 순 없고, 나를 괴롭히는 책, 머리를 쥐어짜게 하는 이해하기 힘든 책을 주로 보는데, 가끔 가벼운 책도 읽죠. 함부로 고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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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께는 글쓰기가 또  다른 사역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습니다. 사실 쓰지 않으면 인식했다고 말할 수 없어요. 글쓰기 강의를 할 때 ‘자기 발견으로서의 글쓰기’라는 제목을 붙이는데요. 어떤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당초 생각과는 다른 길로 가게 되죠. 그러다 보면 글이 나를 이끌고 가는 지점이 있거든요. 그때 아주 행복해요. 여행도 똑같죠. 정해 놓은 코스보다 오히려 길을 잃을 때 더 행복하니까요. 새로운 풍경도 보고, 길 잃은 김에 한참 쉬어 갈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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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한 결을 책과 글로 살아오셨는데, 목사님께서  쓰신 신앙 서적 ‘산책’ 시리즈에 많은 사람들이 은혜받고 있어요.
제 글은 학문적인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습니다. 제 생각과 사유를 담으려고 해요. 가끔 글 쓰다 막히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아요. 그때마다 저는 산책을 한다고 답하죠. 몰두하다가 몸의 자세를 바꾸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거든요. 산책은 새로운 세상에 나를 노출하는 일이고, 또 새로운 세계가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산책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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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도는 저에게는 성공입니다. 「끙끙 앓는 하나님」을 읽으면서 예레미야를 새롭게 만났습니다. 그런데 왜 예레미야였나요?
 예레미야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대에 부름받았어요.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예언자 눈에는 나라가 망하는 게 보인 거죠. 예언자는 하늘의 눈으로 역사를 주석합니다. 평면적 시선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뚜렷하게 보인 거예요. 이대로 가면 다 망하겠는데, 아무도 의식을 못해요. 부름받은 백성들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며 살고 있었어요.
우상 숭배가 단순히 다른 신을 섬기는 게 아니에요. 고통받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는 하나님의 요구를 실천하지 않고, 그들을 타자화하는 것도 우상 숭배죠. 하나님이 다른 신과 구별되는 지점은 기득권의 합리화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소외된 존재를 돕는 것이거든요. 하나님의 백성은 마땅히 그 길을 가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을 타자화한 겁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예레미야 시대와 같아요.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격차 사회로 굳어지고 있는데, 이건 예레미야가 고통스러워했던 상황이거든요. 기독교가 할 일은 이런 사회에 경고하고,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말해야 해요. 예레미야가 이 시대를 바라본다면 어떻게 말할까? 그런 관심에서 이 책을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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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이었군요. 참 쉽지 않은 제목을 쓰셨어요.
최승호 시인의 〈몸〉이라는 시에서 가져온 제목입니다. “끙끙 앓는 하나님 / 누구보다 당신이 불쌍합니다 / 우리가 암덩어리가 아니어야 / 당신 몸이 거뜬할 텐데….” 시인은 다른 세계를 보거든요. 일상화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봐요. 예언자와 비슷한 부분이 있죠.

 

 

하나님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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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서 전반에 하나님의 경고가 나오는데요. 그중 하나가 우상 숭배입니다.
우상은 다른 신을 이야기하지만, 요즘은 우리 마음의 지성소를 차지하고 있는 걸 말합니다. 마음의 궁극적 관심이죠. 대부분 돈이에요. 인간에게는 욕구와 욕망이 있어요. 욕구는 몸으로 느끼는 결핍감이죠. 목마르고, 배고프고, 이런 기본적인 욕구가 모든 사람에게 충족되면 좋은 사회예요. 문제는 욕망이죠. 욕망은 마음이 느끼는 결핍감이에요. 특히 나의 결핍을 누군가 계속 환기시켜요. ‘너 그렇게 사는 거 행복한 게 아니야’, ‘인간답게 살려면 이 정도는 누려야지’, 끊임없이 결핍감을 불러일으켜요. 바로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입니다. 돈이 행복이라는 거죠. 돈은 유사 전능성이거든요. 꼭 내가 전능한 존재 같아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갑질’이 나옵니다. 돈이 많으면 자기도 모르게 전능자 놀이를 하거든요.
어느 신학자가 “사람은 삶을 위한 도구를 바꾸는 순간 신도 바꾼다”고 했어요. 저는 차가 없어서 가끔 교인들 차를 타요. 그런데 내 차도 아닌데 작은 차를 타면 겸손해지고, 큰 차를 타면 나도 모르게 다른 차를 무시해요. 돈이 이래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어요. 재미있는 건, 그 돈이 유사 전능감과 함께 불안감도 준다는 거죠.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까 더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하죠.
그런데요. 하나님은 돈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고,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로 깊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요. 돈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 타인과의 깊은 관계는 어려워져요. 돈 때문에 진정한 행복에서 멀어지는 거죠. 행복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은 욕망을 줄이는 거예요.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에 대해 의연하게 ‘됐어!’하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속에 넉넉함이 있어야 해요. 그 넉넉함은 경탄할 수 있는 능력에서 와요. 꽃 한 송이를 봐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속에 있으면 돈이 주는 행복감에 중독되지 않죠. 그런데 현대사회가 끊임없이 경탄의 능력을 빼앗아가고 있어요. 특히 교육제도가 엉망이 되면서 아이들이 생태적 감수성을 다 빼앗겼어요. 돈이 주는 성공만 추구하는 삶은 타자화된 사람들을 더욱 타자화시켜요. 현대인에게 내리는 우상 숭배에 대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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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의 또 다른 경고는 불순종이에요. 삶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요?
흔히 교회에서 목사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고 하는데, 마땅한 가르침은 아니에요. 순종은 하늘을 기준음으로 삼고 나를 조율하는 과정이에요. 대개 불순종은 내 욕망을 기준음으로 삼고 거기에 하나님이 맞춰주기를 바라는 거죠. 하나님을 동원하는 겁니다. 순종의 삶은 내 욕망은 이렇지만 하나님이 내게 기대하시는 건 뭘까 생각하며, 어려워도 거기에 나를 맞춰가는 거죠. 그런 삶이 진짜 행복감을 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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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경고가 교만이에요. 요즘도 교만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가 많잖아요.
모든 교만의 뿌리는 신처럼 되라는 뱀의 유혹이죠. 내 힘을 누군가에게 강제해서 내 의도대로 움직이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해요. 신앙생활은 결국 힘이 주는 매력을 내려놓는 겁니다. 로마가 힘에 의해 강요된 평화 세계라면 예수님은 정반대였죠. 힘이 아니라 섬김이에요. 오히려 남의 짐을 대신 지는, 이런 평화를 지향하잖아요. 교만은 굳이 영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하나님이 정한 질서의 한계를 벗어나면 교만이죠. 내 의지를 타인에게 강요하기 위해 신처럼 되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손발이 되어주기 위해서 신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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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하는데 ‘묵은 땅’을 기경하라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다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은 불안이거든요. 불안은 대상 없는 내 영혼의 흔들림이죠. 이 시간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어요. 불안 때문에 뭐라도 붙잡고 싶거든요. 그래서 불안의 대용물을 만들죠. 출애굽기 32장에서 모세가 산에서 안 내려오니까 사람들이 신을 만들어달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은 끊임없이 마음을 붙들어줄 신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삶의 과제는 신학적으로 말하면 ‘자기 초월’, 나를 넘어서는 것에 있어요. 즉 하나님의 마음으로 나를 조율해 가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망각의 존재라 다 잊어버려요. 결국 우리 마음에 있는 묵은 땅은 내 삶이 자기 초월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과 내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을 다 잊은 채로 인간의 욕망이 덕지덕지 겹쳐져서 굳어버린 부분이죠. 신앙생활은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에서처럼 파란 녹이 낀 거울을 손으로 밤마다 닦아야 하는 건데, 닦지 않아서 더 이상 나를 비춰내지 못하고, 하나님을 비춰내지 못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이게 나의 묵은 땅이고, 제도화된 것이 사회의 묵은 땅이죠. 개인의 내면에 있는 욕망이 사회 시스템에 그대로 녹아들어 더 이상 신이 없는 것 같은 체제로 굳어버린 것이 묵은 땅입니다. 이걸 갈아엎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소중하고 귀한 생명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거죠.
내가 영적으로 깊어진다는 건 남보다 기도 많이 하고 금식 많이 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기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면 그 신앙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내가 새로워진다는 건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느끼고, 그의 아픔이 하나님의 아픔처럼 내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영적으로 깊어지는 거예요. 그것이 묵은 땅을 갈아엎은 마음이고 결국 예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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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반응은 돌이킴, 회개군요.
사람은 모두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거든요. 깊은 믿음은 자기중심성에서 해방되는 거예요. 바로 회개죠. 자기중심성에서 해방되어 결국 내 고통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회개한 사람의 삶입니다. 마태복음 11장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하잖아요. 이 시대 사람들은 다 상처를 받았대요. 치유만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게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봐요. 예수님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불러 자신에게 오라고 해놓고 뭐라 하셨나요? ‘아이고, 얼마나 힘들었니?’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오히려 나의 멍에를 매고 내게 배우라고 하시잖아요. 그분의 멍에는 십자가예요. 사람들은 이 말씀에 위로 받으면서 뒤에 나오는 말씀은 안 봐요. 나를 짓누르는 짐도 무겁지만 저 사람이 지고 가는 짐이 더 무겁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저 짐을 져주기로 하면 내 짐의 무게는 느끼지 못해요. 그런데 믿는 사람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어요. 회개는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내 상처보다 타인의 아픔을 보며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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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렇게 돌이킨 후에는 마음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셨어요.
내 마음을 지키는 건 내가 못해요. 내 의지로는 안 되거든요.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원점으로 갖다 놓아야 하는 거죠. 제자리에 놓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야 해요. 나의 부족한 것을 그분 앞으로 가져와야 해요. 마음을 지킨다는 건 그런 거죠.

 

일상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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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지난한 고난이 지속될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까요?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누구도 제시할 수 없어요. 이게 답이라고 말하는 건 위험해요. 답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함부로 살 수도 있고, 제대로 살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는 거죠.
후배 목사가 임지를 옮기게 됐어요. 남해의 작은 교회로 가서 이삿짐을 내리기 전에 예배당을 가보니까, 월요일인데도 먼지가 뽀얗게 내려 있는 거예요. 어제가 주일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물어보니 교인들이 별로 없어서 근처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렸대요. 마음이 짠해져서 예배당 주변을 둘러보니 산 둔덕에 소나무 씨앗이 뿌리를 내려 싹을 틔워서 한 뼘 넘게 자란 거예요. 눈과 비에 흙이 떨어져 나가서 하얀 알뿌리가 드러나 있었죠. 그 나무가 왠지 처량하게 보여서 나무 주변에 울타리를 만들고, 흙을 채웠어요. 그리고 소나무에게 이름을 붙였죠. ‘아슬아슬한 희망’이라고요.
다들 삶이 힘겹다고 합니다. 정답은 없다지만 우리는 선택해야 해요. 내 욕망을 위해서 타인을 배제할 것인지, 그래도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소나무 뿌리에 흙을 덮어주고 물을 주는 마음으로 살 것인지 결단해야  해요. 바로 그 길이 회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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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건 일상의 회복인데요.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70년만 기다리면 된다는 회복의 징표를 받았잖아요. 우리 인생에서 회복의 징표는 무엇일까요?
회복의 징표는 내가 타인에게 품는 연민의 마음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회복된 겁니다. 어거스틴이 고백록에 이렇게 썼어요. “나는 진리를 피하면서 찾고 있었다.” 회복의 징표는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속에 있어요. 포로로 잡혀 간 사람들이 70년 지나면 회복된다는 건 희망이 아니에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살아내는 것이 일상의 회복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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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언급하신 대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바는 공의를 실천하고, 인자를 사랑하고,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율법의 핵심이죠. 회복은 미래가 아니에요. 내가 이기적인데도 내 속에 하나님의 공의가 작동하면 이미 회복된 거예요. 결국 예레미야를 통해 말씀하고 싶었던 건, 하나님의 통치에 나를 속하게 하라는 거죠. 어렸을 때 방앗간에 놀러가는 걸 좋아했어요. 방앗간 아저씨가 두터운 굴대를 가지고 아래에서 돌아가는 피대를 탁 걸어요. 거는 순간 동력이 전달되면서 탈곡이 되는 거예요. 공전하고 있는 내 삶이 하나님이라는 굴대에 걸려야 해요. 그 굴대가 타인에 대한 마음이고 하나님을 향한 경외입니다.

 

Now &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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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께서는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을 하시나요?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건 없어요. 그냥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서 가는 겁니다. 나도 욕망을 가진 존재니까 자기 강화를 위해 뭔가 하고 싶은데, 하나님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시죠.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름을 받았다는 건 내 의지가 아니라 그분의 의지대로 사는 거예요. 물론 가끔 투덜대긴 하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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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하세요?
솔직히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사랑을 받는 건 확실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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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왜 이렇게 사세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이 기린을 모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상당히 먼 곳에서 나무로 담을 쌓아요. 그리고 헬기로 기린을 막 몰면 기린이 그 길로 달려가는데, 담 끝에 다다르면 트럭에 탈 수 밖에 없죠. 하나님이 나를 그렇게 몰아가시는 거 같아요. 결과로 보면 너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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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산책 시리즈 중 예레미야를 읽고 나니까, 다른 산책 시리즈가 읽고 싶네요. 「마태와 함께, 예수를 따라」 라는 책도 내셨더군요.
출애굽기를 통해 당신의 모습을 세상 앞에 드러내신 하나님은 세상 약자들을 끝없는 연민으로 대하셨어요. 슈바이처가 말하기를 세상 고통 받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가 임하옵소서’ 라는 기도 소리로 들으신대요. 그 말이 저에게는 참 소중해요. 끙끙 앓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하나님은 기도로 들으시는 분이세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핵심이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로마 제국 같은 세상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을 뒤집으셨어요. 백향목처럼 우뚝 선 사람이 아니라, 비록 겨자풀 같을지라도 서로 연민을 품고, 연대하고, 바람이 불면 어깨를 걸어 바람을 견뎌내고, 새들이 날아오면 가슴을 열어서 둥지를 틀게 해주는 그런 세상으로. 「마태와 함께, 예수를 따라」는 마태와 함께 예수님을 따라가는 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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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인생의 다음 챕터는 어떠할지 궁금해지네요.
정말로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내가 뭘 하겠다고 해서 한 적이 없어요. 현실을 사는 나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몰라요.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생각하면 ‘아, 그분이 나를 이렇게 인도하셨구나’ 하는 거죠. 그래서 더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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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독자들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질문 하나 해주세요.
“당신은 타인들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려고 노력하십니까?” 예수님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하나님이 이끌어주신 사람으로 여기셨어요. 함부로 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좋은 세상은 사람들이 서로를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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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려주신 말씀이 저의 삶의 중요한 지침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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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숭배, 불순종, 교만, 회개, 사랑, 우리는 어쩌면 그 단어들이 주는 일차적 의미에 얽매어 있는지도 모른다. 수천 년 전 성경 속 단어로만 묶어두고 지금 내 삶과는 아무 상관없는 단어로 여기고 있는 것. 과부와 고아들을 돌보라 하시던 하나님의 마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삶에서 우상 숭배와 불순종과 교만을 버리고 회개와 회복의 길로 우리를 데려간다. 지금 끙끙거리시는 하나님께 찬 수건을 올려놓을 사람은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