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다급한 것은 실제로 열렬히 기도하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기도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논의는 가지 않을 길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존 오웬(John Owen)이 말한 바와 같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열렬한 기도의 실천은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의 가장 훌륭한 표현이다. 그런데 문제는 열렬한 기도의 실천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더욱이 그러한 기도의 영 안에서 날마다 살아가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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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있어서, 실제로 열렬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나는 목회자로서 목회를 기도하지 않는 성도들을 일깨워 기도하게 하고, 기도하고 있는 성도들을 지속적으로 기도하게 하는 목양의 활동으로 설명한다. 그러므로 목회자라면 마땅히 우리가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를 성도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스스로 열렬함과 간절함을 가지고 기도생활을 실천하여야 한다.
이렇게 열렬한 기도생활이 밑바탕을 이룰 때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제대로 가치를 발한다. 왜냐하면 열렬하고 뜨거운 기도가 무장한 군사들이라면,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 군사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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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나라와 그 뜻의 성취
기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기도의 제목이 거의 없지만, 열렬하게 기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도할수록 더 많은 기도 제목들이 나온다. 그래서 영혼의 기도는 육체의 운동과 같다.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는 것을 고단한 수고로 여기지만, 운동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신체 구석구석을 단련해 나가는 가운데 더 다양한 종류의 운동이 필요함을 깨닫고 운동의 재미를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수많은 기도 제목들이 떠오른다고 해서, 그것들 모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 가운데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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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에 대한 탁월한 가르침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셨다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주기도문이다.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로서, 기도의 전부가 아니라 기도의 패턴을 제시하신 것이다.
주기도문이 30초 이내로 암송되는 것을 볼 때, 예수님이 실제 기도하셨던 문구를 그대로 알려주신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시간을 기도 속에 헌신하며 사셨던 예수님은 초기 기독교회의 성도들이 기도하면서 참고할 만한 기도의 패턴으로 주기도문을 가르쳐 주셨고, 그래서 주기도문의 내용은 상당 부분 초기 기독교회 공동체의 이상과 관련되어 있다. 더욱이 이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가르침이었으니,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우리는 주기도문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의 모본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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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부분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라는 기도 속에 표현된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에 관한 가르침이다. 둘째 부분은 하나님의 영광과 나라, 그리고 그분의 뜻의 성취이다. 셋째 부분은 그런 성취를 위하여 인간이 무엇을 구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공동체의 삶으로서 육체를 위한 필요와 관계, 그리고 영적 보호에 대한 탄원이다. 넷째 부분은 하나님을 향한 송영이다. 즉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하나님께 영원히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부분은 후대의 삽입으로 보이나, 교회의 전통 속에서 주기도문의 마무리로 암송되어져 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분의 가장 큰 관심사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의 성취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영역이며 이것은 물리적인 지역이 아니라 각 사람 마음속에 임함으로 모든 인류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통치의 실재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구약에서부터 계시되었다. 이스라엘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의 한 예표였는데 그들의 영광은 세상으로부터 구별되고 하나님께만 바쳐진 민족으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것이었다. 이렇게 계시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함께 찬란한 실재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것은 그리스도의 오심과 함께 이미 임하였으나 종말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나라이다. 그 나라가 확장됨으로써 죄와 불순종으로 타락한 이 세상이 창조의 목적으로 돌아갈 것이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최고의 관심사는 지상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성취였다. 그리고 구원받은 신자들은 그 나라의 백성들로서 모든 족속을 그리스도께로 돌아오게 하여 새로운 인류의 계획에 참여함으로써 복을 누리게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하나님의 나라의 성취가 전쟁이라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받은 개별적인 사명은 전투이다. 치열한 전투와도 같은 성화의 삶과 기도의 실천을 통해 신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다. 선교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통치의 외연을 넓혀갈 뿐 아니라 이미 신자가 된 사람들을 더욱 참된 신자가 되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온전한 통치가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교회는 바로 이 일을 위하여 존재한다. 지상의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고 완성될 때까지 한 알의 밀알처럼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우리의 다양한 삶의 필요를 위해 기도하고, 더 깊은 신앙과 은혜의 체험을 위해 간구한다 할지라도 그것들이 하나님의 나라의 성취와 연관을 가져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나라의 성취에 그토록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희랍어 성경에서 뗄레마(θeλhmμα)라고 기록된 이 ‘하나님의 뜻’ 이라는 단어는 성경신학적으로 크게 세 가지 범주로 사용된다. 첫째로, 하나님의 기쁨이다(시 40:8, 살전 5:18, 행 18:21). 둘째로, 하나님의 의지이다. 세계와 인간에 대해 어떤 일을 행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의도를 가리킨다(시 144:10, 고전 1:1, 골 1:1, 롬 2:18). 셋째로, 하나님의 은혜로운 목적이다.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고 세계를 완성하고자 하는 은혜롭고 영원한 목적을 가리킨다(사 25:1, 행 4:27-29).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나 ‘하나님의 뜻’은 한 가지 의미로 집약하여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세상을 창조의 목적으로 돌려놓고, 인간을 그 목적에 이바지하도록 회복시키려는 하나님의 작정이다. 인류와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이 경륜에 접근할 수 있는 지혜의 열쇠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운명과 세계의 결국에 대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온전히 이루어짐으로써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시고, 인간은 모든 창조 세계와 함께 피조물로서의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되기를 갈망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고, 나아가 온 인류의 본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삶 속에서 간구하는 많은 기도 제목들은 반드시 하나님의 이러한 뜻이 이루어지는 일의 도구여야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빗방울들이 결국은 지면에 떨어지고 산과 골짜기로 모여 강물을 이루며 들판을 흘러 생명을 윤택하게 하듯이 우리 각 사람의 물방울 같은 기도는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지상에 이루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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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굽이마다 다양한 기도를 경험함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기도 제목이 아무리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주어졌다 할지라도 기도를 실천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주관적으로 그것을 열망하는 마음이 없다면 열렬히 기도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신자가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고 하나님을 사랑해야 할 필요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신자로 하여금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간절한 기도의 제목을 만나게 하셔서 그의 삶을 하나님의 영광 가운데로 이끄신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나의 인생을 인도하시며 집중적으로 기도하게 하셨는지 회상해 보았다. 20대 초반에 회심하고 20대 중반에 확고한 신앙을 갖게 된 후에는 순결한 마음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열렬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셨다. 세월이 흐르고 30대가 되어서는 영적인 부흥과 각성, 그리고 분명한 회심에 마음을 쏟아 기도하게 하셨고 조국 교회에 이런 일들이 보편적으로 일어나기를 열망하게 하셨다. 목회를 시작하고 40대가 된 후에는 인간의 깊은 죄성과 성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게 하셨다. 아마도 목회의 경험을 통해 변화되지 않는 나 자신과 교인들의 완고함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50대에는 그리스도의 교회의 신비한 비밀과 하나님의 경륜의 탁월함에 대해 깨닫고 기도하게 하셨다. 그리고 60대가 된 지금은 그리스도와 온 인류, 그리고 하나님의 경륜의 우주적 성취가 기도의 제목이 되었다.
결국 돌아보면 기도 제목의 변화는 나 자신의 신앙의 성숙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신학적인 관심사와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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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티끌과 같은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위대한 계획을 이루어 가신다.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위인의 목록을 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위인이란 없다. 모두 대지 위에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 같은 존재들일 뿐이다.
시대마다 상황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이 사람에게 이런 마음을 저 사람에게 저 마음을 주셔서 기도하게 하심으로 세상과 교회의 역사를 직조해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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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이 되기를 꿈꾸지 말고, 하나님의 큰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나 한 사람에게 달린 일인 양 자만하지도 말자. 우리는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주 작은 물방울과 같은 존재들이다. 물방울들은 그저 물방울일 뿐 생명이 아니다. 생명의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물방울들을 모아 시냇물이 되게 하시고 강을 이루게 하신다. 그리고 그 강이 척박한 대지를 적셔 숲을 일구게 하시고, 그 숲에 생명이 깃들게 하신다.
기도하는 사람 한 명은 한없이 연약하지만, 그의 기도는 강물처럼 흘러가 하나님의 뜻의 성취에 참여하기에 결코 연약하지 않다. 우리의 존재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기도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올리는 기도가 우리를 하나님의 뜻의 성취에 동참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기도를 능가할 수 없고 기도는 우리가 사는 것만큼만 가능하다. 삶과 기도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뜻’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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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은 안양대학교와 백석대학교에서 전임 강사와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열린교회 담임 목회자, 총신대학교 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예배의 감격에 빠져라」, 「거룩한 삶의 실천을 위한 마음지킴」, 「깊이 읽는 주기도문」, 「기도 마스터」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