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 2000년 간 이어 온 기독교 지성의 계보
정성욱 | 2000. 5.
복음으로 ‘모든 생각 사로잡기’에 힘쓴 사람들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두 번째 서신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들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기독교적 지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잘 밝혀주고 있다.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나 육체대로 싸우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싸우는 병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이라.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모든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 너희의 복종이 온전히 될 때에 모든 복종치 않는 것을 벌하려고 예비하는 중에 있노라”(고후 10: 3-6).

구원의 지성적 차원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으심을 받을 때, 이성적이며 지성적인 존재로 지음을 받았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부여받은 이성과 지성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을 따라 사용하여 하나님의 거룩하신 성품과 뜻을 알아가며,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주신 창조 세계를 추구하게 되기를 원하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은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창조 세계를 규모 있게 지키고 다스릴 뿐 아니라, 자신과의 깊은 인격적 교제 가운데서 풍성한 삶을 누리기 원하셨다. 아담이 모든 생물들의 이름을 지어준 사건은(창 2:19-20) 인류의 시조인 아담이 지성적 존재였음을 밝히 보여 준다.

문제는 아담과 하와가 사단의 유혹을 받아 타락함으로, 피조물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지성을 겸손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지성은 교만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으로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치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우준하게 되어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금수와 버러지의 형상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롬 1: 21-23).
인간의 지성이 하나님께 반역하여 교만해짐으로 허망한 생각과 미련한 마음과 우준한 마음이 사람의 마음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세계 도처에 편만해 있는 우상숭배와 거짓 종교들 그리고 현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비성경적인 이론과 사상들은 다름 아닌 인간 지성이 타락된 직접적 결과이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성육신하셔서 십자가에 달려 피흘려 죽으시고 부활하심을 통하여 이루시려고 목적하신 것들 중 하나는 타락한 사람들의 지성을 하나님 앞에 바르게 돌려 놓으시려는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원은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포함하는 전인격적 구원(holistic salvation)이다. 그러나 이 전인격적 구원은 죄인의 생각과 지식을 변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시작된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는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마 11: 29) 말씀하셨고, 사도 바울 또한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셨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지성을 하나님께 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거룩한 지성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 지성의 계보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질적, 양적으로 자라게 되었고 수많은 전도자들이 생명을 걸고 복음의 영광스러움과 거룩함과 위대함을 로마와 헬라 세계 곳곳에서 전파하게 되었다.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으로 보이는 복음(고전 1: 23)을 통해서 하나님은 죄인을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가시기를 기뻐하셨다. 복음의 급속한 전파와 교회의 확장은 이를 두려워하는 자들의 반대와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사도들이 세상을 떠난 후 복음을 알지 못하는 지성인들의 복음 진리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그때마다 적절한 기독교 지성을 대표하는 위대한 종들을 보내어 주셔서 교회를 보존하시고 복음 진리를 수호하게 하셨다.
복음 진리에 대한 세상의 심각한 ‘도전’에 대하여,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 개인들이 성령의 능력을 힙입어 ‘응전’한 역사가 바로 기독교 지성의 계보를 형성하는 것이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
초대 교회 당시 대표적인 지성인들 중에는 헬라 철학과 영지주의의 공격에 대하여 복음 진리의 위대함을 변호한 변증가(apologist)들과 기독교 신학의 중요한 토대를 세우는 데 공헌한 교부들(Church Fathers)이 있다.
변증가 그룹에는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 100-165)이 독보적이었다. 그는 그의 주요 저서인 「제일변증서」(First Apology)에서 헬라 철학자들과 문인들의 글 속에서 기독교 진리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 철학에 흩어져 있는 진리의 편린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최종적인 계시를 준비하셨다고 피력했다. 그래서 이러한 철학을 뛰어 넘어 그리스도에게로 오는 자가 참된 철학자라고 역설했다. 저스틴의 주장에 설득되어 주님께로 돌아온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교부 그룹을 대표하는 지성인들에는 리옹의 이레니우스 (Irena eus of Lyons, 130-200),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 296-373) 그리고 히포의 어거스틴(Augustine of Hippo, 354-430)이 있다.
이레니우스는 특히 영지주의의 공격에 대항하여 정통 기독교를 변호하고 복음의 진실성을 증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의 주 저서인 「이단에 대한 반박」(Against All Heresies)에서 삼위일체론에 입각한 기독교의 구원론을 잘 정립했고, 이단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통해 알려지는 사도적 전승을 신실히 붙들어야 함을 피력했다.
아타나시우스는 그의 주요 저서인 「성육신에 관한 논고」(On the Incarnation)에서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인간의 본질을 취하여 입으셨다는 복음의 중심 사상을 강력하게 변증했다. 아타나시우스는 당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던 아리우스(Arius)와의 논쟁을 통해 성경적이며 정통적인 기독론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어거스틴은 일반적으로 교부 신학의 완성자로 불린다. 그는 다양한 저술을 통하여 삼위일체론을 잘 정립했고, 특히 인간의 선한 본성과 능력을 주창하는 펠라기우스(Pelagius)와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인간의 타락성, 그리고 오직 은혜로 말미암는 구원과 같은 소중한 진리들을 잘 밝혀 주었다.
어거스틴보다 조금 앞선 시대에 터키 지역에서 활동한 ‘갑바도기아의 세 교부들’로 불리는 가이사랴의 바질(Basil of Caesarea, 330-379), 닛사의 그레고리(Gregory of Nyssa, 330-395), 그리고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Gregory of Nazianzus, 329-389) 등은 삼위일체 교리를 정립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중세 신학의 대가들
서유럽 중세 교회의 지성 운동은 수도원 운동을 통하여 그 명맥을 유지해 갔다. 수도사들은 성경의 사본을 기록하는 데 공헌을 했고, 성경에 대한 명상이나 영성 훈련을 통해서 기독교 문화를 부분적으로나마 계발할 수 있었다.
문화적 암흑기에 접어든 서유럽 교회와는 달리 동유럽과 소아시아권의 교회는 비잔틴 문화라는 나름대로의 기독교 문화권을 형성할 수 있었다. 십자군 원정으로 인하여 서유럽의 교회가 그리스, 터키 등의 동방 문화권과 접촉하게 됨으로, 동방에 보존되었던 여러 가지 사상과 학문들이 서유럽에 유입되기 시작했고, 12세기에 접어 들어 곳곳에 대학이 설립되어 스콜라주의라는 중세의 신학운동이 꽃피게 되었다.
중세 스콜라주의를 대표하는 지성인들 중에는 영국 켄터베리 대주교였던 안셈(Anselm, 1033-1109)과 파리대학에서 신학을 연구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74) 등이 있다.
안셈은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 (Faith seeking understanding)이라는 경구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의 지성은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하며, 이 신앙이 더욱 견고해지고 자라기 위해서 신앙인은 이성을 이용하여 진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때 이성은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에 의존하는 사유를 전개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안셈의 이러한 주장은 지금도 설득력을 가지고 많은 그리스도인 지성인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아퀴나스는 로마 가톨릭 교회 신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복음 진리와 헬라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종교개혁에서 청교도 운동까지
중세의 어두운 밤을 지나 종교개혁의 태양이 떠올랐다. 마틴 루터 (Martin Luther, 1483-1546), 훌드리히 쯔빙글리(Huldrych Zwingli, 1484-1531),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 등의 종교개혁자들은 훌륭한 목회자요 신앙인이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지성을 대표하는 석학들이었다.
개혁자들은 오직 성경, 오직 예수, 오직 은혜, 오직 믿음, 만인 제사장 등의 성경적 원리들을 재발견하고, 복음 진리에 입각한 개혁 교회를 이루었다. 개혁자들 중에서도 기독교 지성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존 칼빈이다.
그는 인문주의자로서 당대의 일반 학문을 통달했고, 그의 주 저서인 「기독교강요」(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를 통해 당시의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오고 또오는 세대의 수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칼빈의 신학 사상을 수용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16세기와 17세기의 기독교 지성을 대표하는 청교도들이 나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청교도들은 지성뿐 아니라 영성에 있어서도 좋은 유산들을 남겼다.
종교개혁과 청교도의 지성을 집대성한 사람은 바로 18세기 미국의 대각성 운동을 주도한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1703-1758)이다. 에드워즈는 당시 일반 철학의 대표자 존 로크(John Locke)와 비길 만한 인식론을 제시하는 등 위대한 기독교 지성의 소유자였다.
에드워즈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영국의 대각성과 부흥 운동을 이끈 웨슬리 역시 청교도의 저작들을 깊이 있게 읽고 사랑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웨슬리의 입장과 청교도의 입장이 크게 다른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좀더 깊이 두 입장을 비교해 보면 공통점이 더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지성가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복음주의적인 기독교 지성은 자유주의와 무신론주의의 세력 확장으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하나님께서는 영국의 찰스 스펄전 (Charles Spurgeon)과 라일 감독(J. C. Ryle), 독일의 마틴 켈러(Martin Kaehler), 미국의 찰스 하지(Charles Hodge), 화란의 카이퍼(Abraham Kuyper)와 바빙크 (Hermann Bavinck) 등 복음주의 지성인들을 일으키셨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복음주의 지성 운동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20세기 초에 일어난 현대주의와 근본주의간의 격렬한 논쟁을 기점으로, 근본주의의 성경적 입장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현대 사상과 지성적인 대결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복음주의 지성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20세기의 복음주의 지성 운동을 이끈 사람들 중에는 미국의 칼 헨리(Carl Henry), 프랜시스 쉐이퍼(Francis Schaeffer), 도날드 블러쉬 (Donald Bloesch) 등과 영국의 존 스토트 (John Stott), 제임스 패커(James Packer),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화란의 벌카우어(G. C. Berkouwer), 프랑스의 자크 엘룰(Jacque Ellul), 시 에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등이 포함된다.

복음주의 지성 운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소들 중에는 유럽의 자유주의권을 비판하고 종교개혁 신학의 원리들을 계승하려고 했던 신정통주의 운동도 포함된다. 칼 바르트(Karl Barth), 에밀 브루너(Emil Brunner), 본훼퍼(Bonhoeffer), 니이버 형제 등으로 대표되는 신정통주의 신학은 복음주의 지성을 심화 확충하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한국 복음주의 지성 운동의 과제
이러한 세계 복음주의권의 지성 운동에 큰 도움을 입어 우리 한국교회는 복음주의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고 또 우리 나름의 지성 운동 전통을 가지게 되었다. 기독교세계관 운동, 기독교대학 운동, 창조과학회, 기독교학문연구소, 라브리 운동, IVP, 신학연구소, 복음주의신학회 등이 우리 한국 교회의 복음주의 지성 운동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 선교 120 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냉정하게 평가해볼 때 우리 교회의 지성 운동 수준은 아직 많은 방향에서 개선되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된다.
첫째,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더 깊고 넓게 연구함으로써 복음주의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근본주의적인 배타성을 극복하고, 복음주의 특유의 개방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신앙 전통과의 대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로, 복음주의 신앙의 관점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상과 문화 조류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주는 변증적 작업과 좀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기독교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변혁적 작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 가운에 팽배해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뉴에이지, 동양 사상, 무신론, 개인주의 등에 대한 복음적 대안 제시가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셋째로, 복음주의 신앙의 관점에서 일반 학문 분야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학제적인 관점에서 복음주의 신학 작업을 수행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특히 신앙과 과학의 관계, 신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폭 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넷째로,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 대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복음 신앙에 기초한 통일 운동과 사회 변혁 운동, 교회 개혁 운동의 사상적 깊이를 견고히 해야 한다.
다섯째, 생명 윤리, 의료 윤리, 사이버 윤리 등 복음적 윤리 의식의 고취 또한 복음주의 지성 운동이 추구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기독교 지성 참고 도서

「기독교 강요」/ 존 칼빈/ 생명의 말씀사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 알리스터 맥그래스/ 한국장로교출판사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 10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IVP
「현대 사회 문제와 기독교적 답변」/ 존 스토트/ 기독교 문서 선교회
「자유주의자와의 대화」/ 존 스토트/ 여수룬
「하나님을 아는 지식」/ 제임스 패커/ 기독교문서선교회
「기독교: 참된 휴머니즘」/ 제임스 패커/ 여수룬
「복음주의 신학의 정수」/ 도날드 블러쉬/ 한국장로교출판사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자크 엘룰/ 대장간
「포스트모더니즘」/ 신국원/ IVP
「기독교적 세계관」/ 양승훈/ CUP
「조나단 에드워즈의 철학적 신학」/ 이상현/ 한국장로교출판사
「대중문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강영안 외/ 예영커뮤니케이션
 
<빛과소금>이 '생명 넘치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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