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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자살예방전문강사 정규환 | 2019년 10월호
  • * 자살예방전문가
    자살을 의도하는 사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등 자살 위험자를 상대로 직접 상담 혹은 전화나 인터넷 상담을 통해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살예방전문강사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살 위험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것인지를 교육하고,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기반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한다.
     

    * 관련 분야
    자살예방상담사, 자살예방지도사, 생명존중전문강사, 자살예방게이트키퍼 등

     

    * 주로 하는 일
    -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해 도울 것인지를 판단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 자살 위험자가 정신보건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기관 혹은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다.
    - 자살 예방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현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자살 위험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 지원한다. 

     

     

    Q. 자살예방전문가로 일하시게 된 개인적인 가족사가 있다고 들었어요.
    네. 저에게는 아픈 가족사가 있어요. 저도 자살 유가족이거든요. 친가에서만 여섯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특히 할아버지 대에서는 5형제 모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어요.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서 힘겹게 자라신 아버지는 쌓인 분노를 술과 폭력으로 표현하셨고, 거기에 시달리던 저는 어릴 때부터 친누나만을 의지한 채로 힘겹게 살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누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엄청난 충격이었죠. 그렇게 믿고 의지하던 누나가 사라졌다는 것과 누나가 힘겨워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죄책감이 너무 컸어요. 자연스럽게 제 삶도 엉망이 됐고요.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낸 지 6년이 됐을 때, 우리 가족사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으로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한 교회를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하나님이 진짜 있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말해보라고 따지던 저에게 그분이 “미안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모든 것이 다 풀어졌어요. 그때부터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신비롭고 새롭고 스펙타클했죠. 

     

    Q. 치유의 시간이 시작되었네요. 그런데 자살예방강사로 일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우리집의 문제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집안 사람들의 연약함에서 온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때 하나님이 “규환아, 엉망이 된 이 판을 한번 바꿔보자”라고 하셨죠. 그때부터 하나님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같이 걸어오고 있는데, 지금은 저를 우리집 문제를 넘어 많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사용하고 계시네요. 본격적으로 자살예방전문가로 일하게 된 계기는 아는 누나의 초대로 ‘자살예방콘서트’에 갔다가 그 행사를 진행하던 대표님과 교제하게 되면서부터예요. 그분의 부탁으로 강연에 선 적이 있는데요. ‘내가 외쳐서 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다면 내 아픈 이야기를 다 오픈하겠다’는 심정으로 그 자리에 섰어요. 강의를 마치고 나니 엄청 홀가분했죠. 듣는 분들도 모두 좋아하셨고요. 그 일을 계기로 자살예방강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 다니던 회사가 있었지만 이 흐름에 순종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만두었죠. 

     

    Q. 강의를 하시면 특별한 가족사가 있다 보니 청중들이 남다르게 들으실 것 같아요.
    그런 것도 있지만, 보통 인생에 굴곡이 많은 40~50대 정도 되신 어머님들이 자살예방강사로 많이 활동하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대체로 이야기가 진지하고 조금은 우울하기도 해요. 그런데 남자인데다 젊은 친구가 강의를 하니 다들 신기하게 생각하세요. 게다가 저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춤도 추고, 우스갯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하나님께서 “판을 바꿔보자”고 하신 것처럼 자살 이야기를 밝게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강의를 듣는 동안만이라도 밝은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해서요. 그래서인지 제 강의를 많이들 좋아해 주세요. 그러다 저희 집안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런 일이 있었네요”, “50살인 나보다 더 어른 같네”, “잘 커줘서 고마워요”라고 격려도 해주시고요.
     

    Q. 실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도 만나실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대하는 편이세요?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본다는 것이 쉽지 않고, 한번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면 그 늪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저는 그냥 제 시간을 다 들이는 편이에요. 제가 조금 피곤하면 되더라고요. 밥 먹자면 밥 먹고, 놀자면 놀고요.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보여요. 저도 한창 중고등학생 시절에 방황과 일탈이 심했는데요. 한번은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니가 한참 일탈할 때 일부러 건드리지 않았어. 더 심하게 될 것 같아서”라고요. 나는 몰랐지만 누군가는 저를 보살펴주고 기다려줬던 거죠. 생각해보면 하나님도 저를 늘 그렇게 기다려주셨어요. 저희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것이나 누나의 자살 문제를 대면해서 회복하는 것을 힘들어할 때 하나님은 제가 스스로 그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셨죠. 자살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이렇게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필요해요. 섣부르게 “힘내”, “이해해”, “나도 그랬어”라는 말을 하기보다 기다려주고 함께 있어주고, 울고 아파할 때 같이 울고 아파해주는 거죠. 그러면 상대방이 알아요. 이 사람은 나를 가르치고 조언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으려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사람이 마음을 열더라고요. 그러면서 회복이 돼요.
     

    Q. 하지만 끊임없이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최근에 어떤 상담사 분을 만났는데요. 따로 시간을 내면서 오랫동안 마음 쓰던 고등학생이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대요. 그러면서 “규환씨, 나도 어쩌면 유가족이야. 4년 동안 치료하던 아이가 자살했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 같아서 이 일을 그냥 접으려고 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안타까웠지만 저는 그 말씀에서 희망을 봤어요. 이렇게 마음을 써서 누군가를 살리려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누군가의 마음을 보살피고 바꾼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아요. 우선 나의 삶 자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잖아요. 그러니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고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순간, 주어진 대상에게 최선을 다하되 자기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면서 가야 하는 것이 이 직업이죠. 

     

    Q. 앞으로는 하나님이 어떤 일들로 인도하실까요? 기대되는 일이 있으신가요?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실지 예상은 잘 되지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 움직이는 콘서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찬양도, 댄스도 함께 하면서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과 유가족의 마음을 기쁨으로 넘쳐흐르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자살’이라는 단어는 우울하고 어둡지만 저는 그런 인식 자체를 바꿔버리고 싶어요. 하나님께서 “판을 바꿔 보자”고 하셨으니까 그분이 시키는 대로만 잘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취재 | 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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