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구독
  • 로그인
  • 회원가입

MagazineContents

[신앙] 현실을 무대 속으로
무대소품디자이너 조수연 | 2019년 07월호
  •  * 무대소품디자이너는 

    연극, 뮤지컬 등 무대 공연을 기획할 때, 작가의 시나리오와 연출가의 제작 의도를 고려해 필요한 소품을 결정하고 제작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대 위의 조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최대한 어우러지고, 시나리오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대와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품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공연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 관련 분야
    연극, 영화, 인테리어, 무대디자인, 프로덕션디자이너

     

    * 주로 하는 일
    - 무대 세트 내에 필요한 대도구 및 소도구를 선정함
    - 필요한 소품을 임대 또는 구입하거나 직접 제작함
    - 소품의 배치를 위해 연출부와 논의함
    - 소품 운반 및 보관

     

    Q. ‘문화행동 아트리’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단체인가요?
    한마디로 문화사역 단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복음을 깨닫고, 그 복음을 전하는 일에 평생 헌신하기로 결단한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문화선교사로 훈련받고 있어요. 성인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이곳의 어른들은 훈련생이자 아이들을 양육하는 선생님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죠. 그리고 저희가 깨달은 복음을 뮤지컬 작품으로 만들어 대학로나 교회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어요. 즉, 예술을 위한 공연이 아닌 복음 전파를 위한 공연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동시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공연을 ‘공연예배’라고 불러요. 지금까지 <아바(ABBA)>, <요한계시록>, <더북(The Book)>, <루카스>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예배했어요. 

     

    Q. 무대 소품을 만드는 일에도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어갈 텐데, 훈련생이자 선생님이자 공연 스태프로 활동하는 것이 만만치 않겠는데요?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 공연사역에 투입되는 인원은 20명 정도 되는데, 사실 극단으로 치면 굉장히 작은 규모예요. 그래서 공연예배를 준비할 때는 늘 부족한 인력, 부족한 시간과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어요. 내일이 공연인데 소품이 완성되지 않아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소품 담당이지만 의상 작업에 투입되기도 하고, 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하죠. 하지만 상황이 여유롭고 넉넉하지 않을수록 하나님을 더 붙들게 되고 그러면서 제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게 돼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다 내려놓았을 때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경험한 일도 많고요. 사실, 여유롭게 퀄리티 있고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하나님은 멋들어지고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인간적인 욕심이 아닌 하나님과 복음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항상 허락하세요. 그러면서 저는 매번 제 힘이 아닌 그리스도로 사는 훈련을 받는 셈이죠.
     

    Q.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작업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나눠 주시겠어요?
    소품 작업을 하다 보면 내 경험, 내가 봐 왔던 것들, 내가 아는 것이 기준이 되고, 그것에 매이게 될 때가 많아요. ‘이걸로 만들어야 돼’, ‘이건 현실적으로 표현이 불가능해’ 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다 내려놓고 기도하고 기다릴 때 하나님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열어주세요. 한번은 ‘요한복음’의 내용 전체를 뮤지컬로 만드는 공연을 준비할 때였어요.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된 사람이 바리새인들과 부딪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표현해야 했어요. 그런데 바리새인들이 쓰는 모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는데 뜬금없이 생활용품 매장에서 봤던 천 원짜리 작은 휴지통이 떠오르게 하시지 뭐예요. 그걸 사다가 검정색으로 칠하고 금색 테두리를 둘러 모자를 만들었는데 참 그럴 듯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묵상이 되더라고요. 화려하게 잔뜩 치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바리새인이 쓰고 있는 것은 사실 싸구려 휴지통이었잖아요. 쓰레기와 같은 율법주의와 교만을 버리지 않아서 결국 예수님을 거부한 바리새인을 표현하기에 휴지통만큼 완벽한 재료가 없었던 것이죠. 하나님께서 갑자기 이 아이디어를 주신 이유를 그렇게 깨닫게 되니 정말 감동이 되더라고요.
     

    Q. 그렇게 작은 소품 하나에도 메시지를 담을 수 있네요. 소품의 역할이 그런 것인가요?
    그렇죠. 하지만 소품은 공연에서 철저히 섬기는 역할을 해야 해요. 없으면 안 되지만 과해서도 안 되죠. 하나님의 큰 그림에 우리의 자리가 있는 것처럼, 소품도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만 해야 하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 더 멋지게 부각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메시지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되고 공연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소품은 하나하나가 무대 위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여야 하지만, 동시에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선을 지켜야 해요.

     

    Q. 그런 점에서 소품을 만드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소품은 철저하게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어, 칼을 만들어도 내 손에 맞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손에 맞게 만들어야 하죠. 그래서 소품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상태와 상황에 관심을 갖는 섬김의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그리고 소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용도에 맞지 않거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라면 사용할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공연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 균형 감각도 필요해요. 마치 복음의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삶처럼요. 

     

    Q. 지금까지 공연 사역을 통해 깨달은 것을 토대로 독자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공연예배를 준비할 때마다 ‘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내가 잘 해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 자리에서 교제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껴요. 사실 저는 조금이라도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면 하나님과 교제하지 않을 사람이에요. 성격도 급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어서 제가 딱딱 해결하려 하거든요. 하지만 매 공연 때마다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해내야 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경험하고 있죠. 하나님은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교제하는 데에 관심이 있으세요. 친구들이 무엇을 직업으로 선택하든 그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취재 | 한경진 기자 · 사진 | 한치문 기자 

     


  • url 복사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여러분의 댓글은 힘이 됩니다^^
등록

저작권자 ⓒ 새벽나라
본 기사를 개인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게재(링크)를 원하시는 분은 반드시 기사의 출처(로고)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