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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잘나가는 성인만화가가 만화 <천로역정> 작가로 - 돌아온 탕자의 고백
만화가 최철규 | 2019년 02월호
  • 만화가 이현세 선생님의 애제자. 남들은 한 권 내기도 힘든 책을 무려 9권이나 낸 성인만화계의 마에스트로. 업계의 수많은 러브콜과 자석처럼 따라오는 엄청난 부까지. 남들 다 부러워하는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모두 버린 그의 선택은 이랬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는 자부심. 하나님 나라에서 하나님과 가장 가까이에 있을 영광스런 자리. 하나님 나라의 상급. 이것은 먼 길 돌아와 이제는 기꺼이 좁은 길을 걸으며 삶을 펜 삼아 써내려가는 그의 ‘천로역정’ 이야기다.


    취재│김지혜 기자 · 사진│김주경 기자

     

     

    잘나가는 성인만화가의 회심

    저는 잘나가는 성인만화가였어요. 돈도 많이 벌었죠. 술값으로 하루에 300만원을 쓸 정도였으니까요. 담배도 입에 달고 살았어요. 밤을 새워 그림을 그려도 끄떡없으니 강철 체력을 타고난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피를 토하고 숨을 못 쉬어 쓰러지기를 반복하다 기흉 판정을 받았는데, 이게 악화되어 농흉이 된 거예요. 농흉은 폐 조직이 썩어서 녹아내리는 병이에요. 폐에 연결한 호스에서는 계속해서 누런 농과 붉은 피가 섞여 나왔어요. 병원에서는 수술해도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부모님의 간절한 소원 때문에 기어이 수술 날짜를 잡았어요. 드릴로 가슴을 열고 오른쪽 폐를 떼어내는 대수술이었죠. 그때 제 나이 스물여덟이었어요. 한창인 나이에 병원에서 죽어가려니 무척 두려웠죠. 수술에 대한 두려움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어요. 모태신앙인이지만 예수님을 믿지는 않았던 제가 성경을 읽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예요. 이전에는 그냥 흘려듣던 말씀들이 하나하나 마음을 때렸어요. 하지만 여전히 구원의 확신은 없는 채로 수술날을 맞았죠. ‘수술 받다 죽을 거 기도라도 해보고 죽자’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눈물 콧물 흘리며 간절히 기도했어요.

     

    “저를 살려주시면 성인만화를 그리지 않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기도 후에 오히려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고 폐 속의 농이 더욱 심하게 나오는 거예요. 이제 진짜 죽으려나보다 했죠. X-ray 사진을 찍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한 분이 제 X-ray 사진을 들고 달려오시더니 그러는 거예요. 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요! 이게 다 4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이에요. 그렇게 저는 수술 없이 살아나왔답니다. 의사는 물론 주위 모든 사람이 인정했어요. 이건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삶으로 쓰는 천로역정 : 이 길은 좁은 길

    하나님과의 약속대로 성인만화를 그만두고 기독교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병상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늘 읽으시던 <천로역정>을 만화로 그려보리라 했던 결심도 실행했고요. 솔직히 이 길로 들어서면 하나님께서 저를 붉은 융단 쫙 깔린 멋지고 편한 길로 인도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이 길은 자갈길로도 모자라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사방에 널린 길이더라고요. 한창 <천로역정> 작업을 열심히 하던 어느 날, 검지 인대가 끊어진 거예요. 이건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는 정말 치명적이에요. 마음은 급한데 병원에서는 손가락을 쓰지 말라 하고. 선을 하나 그을 때마다 주여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무리한 저는 결국 깁스를 했고 작업은 1년 반 동안 중단됐어요. 그때는 정말 원망 불평이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그러나 하나님은 그 최악의 상황에서 <천로역정>을 다시 보게 하셨어요. 현재까지 출간된 모든 <천로역정>을 다 읽었는데 한 백독은 했을 거예요. 그제야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았어요. 그때까지 저는 <천로역정>을 단순히 미션을 깨듯 하나하나 관문을 통과하는 이야기로 전개해나가고 있었는데, 잘못 쓰고 있었던 거예요. 최악이라 생각한 상황은 하나님께서 작품을 제대로 쓰도록 바로잡아 주신 시간이었어요. 또, 한번은 두 끼 먹을 것만 남고 쌀이 똑 떨어졌어요. 저만 힘들면 상관없지만 제게는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어요. 하나님을 원망하며 기도하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그때 만화가 조대현 선생님께 전화가 왔어요. 쌀 포대를 갖다 주라는 마음을 주셨다면서 주소를 부르라는 거예요. 눈앞에 배달된 쌀 두 포대를 보며 기도의 힘을 느꼈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다음날에는 한 목사님이 두 포대, 그 주 토요일에는 아버지가 두 포대, 주일에는 한 집사님이 한 포대를 주시는데 그만 소름이 쫙 돋았어요. 총 일곱 포대잖아요. 하나님의 숫자 7! 그분이 하셨다고 티를 딱 내신 것이죠. 그렇게 수많은 은혜 속에 완성된 <천로역정>은 6년의 긴 작업을 마치고 이제 출간을 앞두고 있답니다(1-2월 예정. 생명의말씀사). 

     지금 좁은 길을 가느라 너무 힘들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하나님은 우리를 좁은 길로 부르셨지 넓은 길로 부르지 않으셨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삶으로 쓰고 있는 ‘천로역정(천국으로 가는 길에 겪은 일)’이죠. 분명 이 길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게 될 거예요.

     

     

    하나님 나라 백성다운 자존감으로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저를 보고 어리석다고 비웃어요. 자신들은 외제차 끌고 다니며 떵떵거리는데 저는 사비를 털어 ‘할렐루야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저는 당당해요. 이 땅에서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내도 하나님 아버지는 저를 기억하시고 칭찬하실 테니까요! 우리는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는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야 해요. 이 땅에서는 어리석다 비웃음을 당해도 하나님 나라에서는 하나님 가장 가까이에 있을 우리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제게는 유혹이 참 많아요. 성인만화계의 러브콜도 여전하고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서 드린다 해도 죄악된 방법으로 벌어서 드린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겠어요? 이게 제가 계속해서 마음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는 이유예요. 한번은 국고지원 유혹이 왔어요. <천로역정> 주인공인 ‘크리스천’을 ‘크리스탈’로 바꾸고 성경적인 내용을 빼고 판타지로 수정해주면 3천만 원을 국고로 지원해주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아내를 참 잘 만났어요. 아내가 딱 한마디 했죠. “하나님 영광 가리는 거 하지 말랬잖아.”
     그렇게 고생길을 걷던 중이었어요. 하루는 예배 때 <내게 있는 향유 옥합>이라는 찬양을 하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고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인색해했던 제 옹졸함과 작은 가슴이 한심해서요. 곧바로 제게 있던 향유 옥합인 전세방을 깨뜨려서 드렸어요. 그렇게 강남구 논현동 가로수길에서 시골로 이사 간 저를 두고 다들 망했다 그러더라고요. 이제서야 제대로 가고 있는 건데 말이에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하셨을 때 아브라함은 어떤 마음으로 이삭을 드렸을까요? 하나님께서 다시 살리실 것을 믿고서 이삭을 드리려 한 거예요. 저도 그래요. 하나님께서 언젠가 다시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어요! 그 회복이 이 땅에서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제게는 하나님 나라에 아주 좋은 명당자리가 예비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어요.

     

     

    주님 가장 가까이에 설 그날까지

    저는 이 세상에 하나님을 알리는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싶어요. 지금 준비 중인 웹툰도 겉보기에는 일반 웹툰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속에는 복음을 숨겨 놓았죠.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이런 기독교적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가 경험한 하나님을 전할 거예요. 은혜는 흘러가야 하니까요. 하나님께서 이 일을 위해 저를 먼 길 돌아서 오게 하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에스더서를 보면 하만이 이스라엘 민족을 다 멸절하려 할 때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가서 그러죠.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에 4:14) 여기서 ‘이 때를 위함’은 내가 받은 달란트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늘 ‘이 때’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죠. ‘이 때’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훈련되고 연단된 자만이 ‘이 때’가 왔을 때 맡겨진 일을 감당할 수 있어요. 그림도 평소에 충분한 연습이 기본이 되어야 영감을 주실 때 곧바로 그릴 수 있죠. 연습 없이 되는 것은 없어요.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고유한 달란트가 있어요. 그 달란트를 온전히 발휘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며 살다 가는 것이 크리스천다운 삶이자 가장 복된 삶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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