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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친절한 동물 친구 뒤에
사육사 주찬양 | 2018년 07월호
  • ‘사육사’란,
    동물원 혹은 동물훈련소 등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필요에 따라 인명구조, 맹인안내, 공연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동물을 훈련시키며, 관람객에게 동물을 소개하거나 공연 등을 진행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사육사 주찬양
    알파카월드(alpacaworld.co.kr) 사육부 주임

     

     

    Q. 어떻게 사육사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제 꿈은 어렸을 때부터 사육사였어요. 동물이 마냥 좋았거든요. 지금도 저는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동물이 없어요.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자연친화적(?)인 ‘외가의 추억’이 한몫한 것 같아요. 어릴 때 외가에 가면 사촌오빠들과 뛰어다니며 땅속을 뒤져 땅강아지를 잡고, 마당에 기어 나온 뱀을 잡으며 놀곤 했죠. 그곳에는 온갖 벌레들부터 도롱뇽, 개구리같이 제 흥미를 끄는 동물들이 정말 많았어요. 동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요. 그래서인지 일찌감치 중학생 때부터 사육사를 진로로 삼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쭉 한 길을 걸었죠.

     

    Q. 지금까지 정말 많은 동물을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동물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처음 만났을 때 많이 아팠는데 열심히 간호한 덕분인지 이젠 건강을 되찾고 훈련도 열심히 받아서 지금은 천재 알파카로 유명해진 ‘이사’도 있고,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달려오는 제 스토커 양 ‘차냥’이도 있지만, 제 첫 반려동물이자 지금도 저와 함께하고 있는 돼지 ‘향단이’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제가 다닌 학교에서는 강의시간에도 동물을 데리고 수업을 들을 수 있었었거든요. 향단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달래가며 수업을 듣던 기억, 돼지 냄새가 무서워 낑낑대는 강아지들이 자기도 무서워 그 사이를 꿀꿀거리며 돌아다니는 통에 조용히 시키느라 고생한 기억 등 추억이 정말 많죠. 지금 향단이는 춤, 장애물 넘기, 뒤로 걷기는 물론 관객에게 꽃을 전해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까지 거뜬히 해낸답니다.

     

    Q. 사육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사육사를 그저 ‘동물 똥 치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물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알려주고 이런 멋진 동물들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정말 보람 있었어요. 사육사에 대한 편견을 바꾼 거니까요. 또 공연을 마치고 재미있게 잘 봤다는 인사를 들을 때도 매번 뿌듯하죠. 무엇보다도 동물들이 출산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사육사의 큰 특권이라 생각해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알파카 ‘오늘이’도 제 손으로 받았고, 향단이 새끼들도 제 손으로 받았어요. 직접 탯줄도 잘라서 묶어줬고요. 아기가 아기를 낳다니 얼마나 기특한지! 마치 엄마가 자식 낳은 딸에게 하듯 향단이한테 미역국도 끓여주고 고기도 더 챙겨주고 했죠. 아, 오늘이 엄마는 초식동물이라 미역국은 못 끓여줬지만 당근과 영양제를 듬뿍 넣은 특별식을 챙겨줬고요.

     

    Q. 동물들이 잘 따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그렇게 엄마처럼 챙겨주니 안 따르고 배겨요?
    그렇다고 늘 오냐오냐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만의 철칙이 있어서 동물들이 고집을 피우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요. 동물들은 “안 돼!”라는 말을 확실하게 알아듣거든요. 부모님들이 아이들 훈육할 때 단호하게 “씁?!”(이를 꽉 물고 바람을 짧고 강하게 들이마시는 소리)하면 아이가 갑자기 눈치 보면서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는 것처럼 동물들도 그렇거든요. 씁?! 하면서 이름을 부르면 눈이 똥그래져서는 자기가 안 그런 척하고 그래요. 그 모습이 또 얼마나 귀여운지! 더 중요한 것은 확실히 아닐 때뿐만 아니라 확실히 잘했을 때도 그에 맞는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예요. 한껏 칭찬해주고 예뻐해 주는 사람의 진심을 동물이 알거든요.


    Q.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주는 것이 비법이었군요! 그 귀여운 친구들과 함께라면 늘 행복할 것 같기도 한데요. 한편으로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기도 해요.
    저희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요. 몸이 힘들 수밖에 없죠. 그만큼 체력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저는 이제 이 생활패턴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요. 그보다는 동물들이 갑자기 아플 때 제가 조금이라도 수의학적 지식이 더 많았다면 조금이라도 덜 아프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힘들 때가 있어요. 담당하고 있는 동물이 아플 때만큼 속상한 게 없으니까요. 제가 있는 곳이 깊은 산이다 보니까 수의사를 불러 긴급조치를 하는 것보다 저희가 하는 것이 더 빠르거든요. 그래서 공부를 놓을 수가 없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제가 담당하는 동물들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으니까요.

     

    Q. 사육사도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군요.
    그럼요. 오래 일한 분들이 더 많이 대우받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일한 만큼 경험과 지식이 더 쌓였을 테니까요. 더욱이 사육사는 나이 제한도 없고, 보통 은퇴할 나이인 60-70세가 되어서도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든든한 지지자로 함께할 수 있어요.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저도 후임 사육사들에게 공연 등을 멘토링해주는 위치인데 그 정도 경력이면 어떻겠어요.

     

    Q.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어떤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지 말씀해주세요.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에 걸맞게 살려고 노력해요. 사실 사육사는 주일을 지키기 힘든 직업 중 하나예요. 제가 일하는 곳도 주일에 운영을 하기 때문에 따로 주일 예배에 나가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어머니나 목사님 같은 믿음의 사람들과 전화로나마 주기적으로 기도제목을 나누고 교제도 하면서 영적인 갈급함들을 채워가고 있어요. 가끔 주일에 연차를 쓰게 될 때면 기다렸다는 듯 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요. 제가 있는 곳에서 조금씩, 그렇게 어머니가 이름 붙여주신 대로 살고 있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앞으로도 제 이름대로 살면서 제 지경을 더욱 넓혀가고 싶어요.

     

    취재 | 김지혜 기자 · 사진 | 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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