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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작은 통일을 일구는 사람들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 서길옥 | 2018년 06월호
  •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심리, 의료·교육·복지·취업지원 등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정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도록 돕는다.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 참조)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 서길옥

    남북하나재단 전문상담사

     

     

    Q. 특별히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전문상담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의 원래 꿈은 선교사였어요. 1998년에 중국으로 단기선교를 갔다가 우연찮게 꽃제비를 보게 됐지요. 당시에는 꽃제비인 줄도 모르고 돈을 달라기에 천 원을 주고 돌아섰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계속 눈에 밟히는 거예요. 나중에 꽃제비에 대해 듣고 그들을 섬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남한에도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나의 삶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했지요. 이분들과 함께할수록 더 전문적으로 섬길 수 있는, 이를테면 전문상담사 제도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마침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그렇게 저는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 1기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Q. 햇수로만 9년 차시네요. 기억에 남는 분들만 해도 어마어마하겠어요.
    지금까지 7년째 관계를 지속하며 상담 중인 분도 있고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경제활동에까지 잘 적응해서 꾸준히 모은 돈으로 북한에 있던 가족들을 5년에 걸쳐 하나둘씩 모두 데리고 나오신 분도 있어요. 심각한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상태로 남한에 오셔서 7년간 신장 투석을 받느라 기초수급자로 살아가던 분이 신장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도와드린 적도 있어요. 제가 상담할 때 늘 제시하는 말이 있어요.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더 이상 투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그분은 다음 단계로 공부를 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공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자신 없어 하셨죠. 저는 그분의 선택을 계속해서 지지해드리고 응원해드렸어요. 자신이 선택한 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말씀드리면서요. 지금 그분은 초·중·고 대안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고 이제는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공부가 즐거우시대요.

     

    Q. 그런 분들을 보면 굉장히 보람 있으실 것 같아요.
    뿌듯하죠. 하지만 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그분들이 하나님을 만났을 때예요. 비록 상담 중에는 공식적으로 하나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분들께 늘 말해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요. 저는 상담사이기 전에 그리스도인이니까요. 기도를 하다 보면 그분들의 삶이 변하는 게 느껴지고, 응답을 맛보기도 해요. 어느 순간이 되면 그분들이 먼저 교회 다니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면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교회와 연결해 드리죠. 제가 할 수 있는 치료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진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분들이 하나님께 위로받고 완전히 회복되어 건강한 믿음의 사람,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기쁨이에요.

     

    Q.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로 오랜 시간 계시면서 슬럼프는 없으셨나요?
    일반 상담의 경우는 그래도 열매가 80%는 있어요. 그런데 북한이탈주민 상담에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적지요. 제가 좋은 마음으로 했던 말과 행동들이 오히려 상처가 되어 돌아올 때도 있고요. 너무 완고하셔서 어떤 말도 받아들이지 않는 분도 계시고, 이미 잃은 가족 때문에 마음 아파하며 스스로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드시는 분도 계세요. 상처가 큰 만큼 회복에도 정말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요. 물론 잘 치유되기를 기도하며 기다리지만, 막상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많이 안타깝죠. 

     

    Q. 이 일을 오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선생님처럼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요?
    저는 이분들을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요. 이분들은 저에게 ‘먼저 온 통일’이거든요. 이분들을 잘 보듬을 수 있어야 통일 후에도 북한 주민들을 잘 보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저는 그런 차이가 마치 경상도와 전라도 문화가 다른 것과 비슷하게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집중하죠. 무엇보다도 저에게는 분명한 사명이 있어요. 지금도 하나님을 믿는 한 사람으로서 이 특별한 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랍니다.

     

    Q. 선생님의 비전에 대해서도 나눠주세요.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심리적으로 아파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학대와 유기를 당한 아픔, 바로 옆에서 가족이 죽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 굶주림을 피해 목숨을 걸고 중국까지 왔는데 인신매매를 당해 원치 않는 아이를 낳고 학대당한 상처, 한국에 와서 사기를 당한 배신감. 이중 하나만 당해도 치명적인 트라우마로 남을 텐데, 이분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여러 개 겪은 분들이 많아요. 좀 더 전문적인 심리치료사가 되어 그분들의 상처를 보듬고 싶어요. 그리고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가서 그분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내며 상담사로 살아갈 거예요. 이분들과 약속했거든요.

     

    Q. 마지막으로 sena 친구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분단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통일에 대해 오히려 둔감해진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 친구들은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꿈을 꾸고 준비하기를 바라요. 남북이 하나가 되어 커다란 믿음의 공동체를 이뤄나가고, 세계를 향해 하나님의 역사들을 함께 외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다니엘이 다른 나라의 총리로 살면서도 조국 이스라엘이 회복되리라는 꿈을 70년 동안 굳게 붙잡고 기도했던 것처럼 분단 70년을 맞은 우리나라에도 다니엘 같은 청소년들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한 사람을 통해 일하세요. 그 한 사람이 바로 sena 친구들이기를 바랄게요.

     

    취재 | 김지혜 기자·사진 | 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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