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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할까요?
<교수님 궁금해요> | 2017년 11월호
  • Q. 친구들은 다들 이거 하고 싶다, 저거 하고 싶다 그러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어요. 부모님이 원하시는 학과가 있기는 한데 그것도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줏대 없다 할지 몰라도, 저 같은 경우엔 그냥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는 게 맞을까요?

     

    A.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이 말씀은 우리 친구가 앞으로 전공 학과나 장래의 직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어요. 즉 무언가 결정할 시기가 되었다면,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확실히 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친구가 선택한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인가를 묻는 것이 순서이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직업을 부르심, 혹은 조금 어려운 말로 ‘소명(calling)’이라고 해요. 이제부터는 부르심이라는 말과 직업이라는 말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할 텐데요. 제가 ‘부르심’이라는 말을 쓰면 우리 친구는 ‘아하!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직업을 말하는구나!’ 하고 생각해주면 되겠어요.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도록 부르셨어요.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귀한 일들을 감당하며 살아가죠. 그런데 이 부르심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구별된 부르심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부르심이에요. 구별된 부르심은 교회를 섬기는 일에 헌신하는 것을 뜻해요. 쉽게 말하면 목회자나 선교사가 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부르심은 세상 대부분의 직업을 뜻하고요. 의사나 판사, 학교 선생님, 공무원 등을 하거나, 장사를 하고, 농사를 짓는 것 등은 모두 일반적인 부르심이에요. 그런데 이 두 가지 부르심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먼저, 교회를 위한 일에 부르심을 받은 경우는 친구 스스로 목사가 되고 싶다거나, 부모님이 원하신다고 해서 무작정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단순히 말을 잘하는 재능이 있다거나, 사회성이 뛰어나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성경을 많이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죠. 그 이상의 특별한 간섭이 필요해요. 목사가 하는 일은 인류를 아주 강하게 사로잡고 있는 죄의 세력, 죽음의 세력, 그리고 사탄이라는 엄청난 악의 세력에 사로잡힌 영혼을 구원의 길로 안내하는 일인데, 이 일은 인간의 지혜와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요. 따라서 목사가 되기로 한 사람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르심에 대한 확신, 그리고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능력을 반드시 경험해야 해요. 물론 이 체험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부르심은 절대로 인간 마음대로 취소하거나 바꿀 수 없다는 점이에요.
    반면, 일반적인 부르심은 앞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게 어떤 특별한 체험이나 간섭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일반적인 직업들도 하나님이 주시는 특별한 일이고 하나님이 영광 받으셔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야 해요. 보통 하나님은 우리가 일반적인 직업을 선택할 때 우리의 소원, 재능, 주위에 우리를 잘 아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조언 등과 같은 여러 방법들을 통해 그 길을 찾아가게 하시죠. 그러므로 우리 친구가 일반적인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이런 요소들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해요. 일반적인 직업의 경우에는 우리 스스로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이 많은 자유를 허락해 주셨어요. 지금 택한 직업을 나중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자유도 허락해 주셨고요. 또 상황에 따라서 우리 친구가 원하는 길을 갈 수도 있고,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의 조언에 따라 결정하게 되기도 해요.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우리 친구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요소들을 알려주려고 해요. 친구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것 같아요.  

     첫 번째 요소는 ‘관심(소원)’이에요. 제가 얼마 전에 본 텔레비전 특집 프로그램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농사짓는 일을 좋아했던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어요. 이 친구는 아주 어려서부터 농사짓는 일을 너무나 좋아해서 학교에 다니면서도 온통 농사짓는 생각뿐이었죠. 이 친구는 벌써 경운기를 몰고 다니고 웬만한 작물 재배법은 다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노래도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에는 관심이 없고 어른들이 듣는 옛날 노래들을 좋아했죠. 그 친구의 경우는 자기의 진로를 일찍 발견해서 잘 결정한 거라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만큼 준비도 일찍 시작할 수 있어서 좋을 거예요. 물론 앞으로 새로운 관심 분야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해요. 세상에는 새로운 직종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하고 경험이 늘어갈수록 시야가 점점 넓어져서 하고 싶은 일이 얼마든지 새롭게 등장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 고려할 요소는 ‘성향’이에요. 어떤 친구는 한군데 진득하게 앉아 있지를 못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활발하게 활동해야만 마음에 편안함을 느껴요. 이런 친구는 한자리에 오래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게 힘들겠죠.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분야에서는 흥미롭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반대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피곤한 친구들도 있어요. 한 곳에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만들 때 편안함을 느끼는 친구들이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성향을 먼저 알고 거기에 맞는 일을 찾으면 참 좋겠죠.
     세 번째 요소는 ‘재능’이에요. 모든 사람에게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재능이 있어요. 자기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일찍 결정짓고 준비할 수 있죠. 그렇지만 재능이 직업 선택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에요. 만약 우리 친구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재능이 없거나 모자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라 해도 하고 싶은 일을 서둘러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재능이 부족해도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거든요. 사실상 대부분의 재능은 연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개발되곤 해요. 예를 들어서 마라톤 선수들 중에는 어렸을 때 몸이 너무 허약해서 건강해지려고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재미가 붙어서 아예 선수가 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물론 아무리 연습해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 정도까지는 기량이 닦이지 않는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경우에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꼭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야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평범한 직업인으로 일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재능만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고,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인생 아니겠어요?
     네 번째 요소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에요. 우리 친구를 낳아서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 혹은 친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가르쳐 온 선생님은 친구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인생경험이 있기 때문에 친구에게 적합한 일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계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진로를 결정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고를 참고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지요. 그러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우리 친구의 마음이나 우리 친구가 처한 상황을 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이분들의 권고를 참고하고 존중하되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은 우리 친구 스스로가 기도하는 가운데 해야 하죠.  

     저는 친구가 미래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쪼록 기도하는 가운데 지금 말씀드린 여러 요소들을 잘 고려해서 친구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결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게요.


     

    글│이상원(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모델│이지영
    사진│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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