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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너를 알고 있어 지민아"
개그우먼 정지민 | 2016년 02월호
  • 개그우먼 ‘정지민’을 개콘 <후궁뎐>이라는 코너에서 천연덕스럽게 “어~~떻게”를 외치던 대왕대비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제 개그우먼 7년차에 접어든 그녀는 웃기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아이러니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 눈물을 거두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신세계에 푹 빠져있다. 뒤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탓에 모태신앙들을 부러워하는 그녀에게 하나님은 주일학교 꼬맹이부터 권사님들의 이야기까지를 간접경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구 쏟아부어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요즘 웬만한 기독교 방송사들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바쁜 그녀를 sena가 만나 이야기 나눠보았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 그녀는 2005년을 시작으로 여섯 번의 도전 끝에 개그우먼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6년 만에 꿈에 그리던 개그우먼이 됐으니 이제 <개그콘서트>에서 빛을 볼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막상 공채가 됐는데, 기대와는 달리 힘든 현실이 시작됐어요. 제 동기가 김영희, 신보라, 김기리, 이희경…. 다 끼가 굉장한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에 비해 저는 나이도 많고 특별한 캐릭터도 없어서 정말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요. 매일 울면서 다녔죠. 작가실에 가서 아이디어 검사를 받는 시간이 겁나고, 누가 어떤 코너에 나를 넣어주기만을 기다리면서 안간힘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서요. 집에 가면 뭔 일을 낼까 봐 작가실에서 밤을 샌 적도 많고,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냈어요. 그런데 하루는 작가실에서 한 선배가 커피 심부름을 시키더니 “너 커피 타려고 공채 됐냐?”라고 하시는데 그 말에 와르르 무너졌어요. 가슴에 칼을 맞은 것 같았죠. 그래도 그 자리에서 울면 안 될 것 같아서 5층에 있던 작가실에서 1층에 있는 화장실까지 달려 내려가서 문을 잠그고 엉엉 울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따라 와서는 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언니” 하고 부르더라고요. 동기 신보라였어요. 보라를 보고는 ‘우는 나 자신도 한심한데 굳이 울고 있는 걸 봐야 되나?’ 하는 마음에 ‘잘 나가서 좋냐?’는 경멸의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봤어요. 그런데 거기에 굴하지 않고 제 손을 잡더니 위로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그냥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거 있죠. “하나님, 언니가 너무 힘들어해요. 그런데 저는 이 언니를 어떻게 못해요. 하나님이 만나주시고 위로해 주세요” 라고요. 그날 거기서 보라하고 둘이 손을 잡고 한참 엉엉 울었어요. 보라도 데뷔 하자마자 잘 나가고는 있었지만 심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의지하는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잘 버티고 있었던 것 뿐이죠.

     

    #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왠지 하나님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깝게 지내던 크리스천 선배인 개그우먼 김경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이 다니는 교회에 가보고 싶어요’

    “경아 선배는 크리스천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제가 공채에 매번 떨어질 때도, 합격한 후에도 본인 일처럼 저를 도와주고 기도해줬죠. 그런데 선배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았어요. 화가 날 법한 상황에서도 꾹 참고는 “기도하고 났더니 괜찮아”라고 한다든지, 누군가를 욕하면 “다 너를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정말 착하고, 바르고…. 그런 모습이 이해는 안 됐지만 선배를 그렇게 만든 하나님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도 하나님 믿으면 저렇게 될 수 있나?’ 싶고요. 그런데도 선배는 저한테 한 번도 대놓고 “교회 가자”라고 말하진 않았어요. 그냥 묵묵하게 삶으로 보여주기만 했죠. 그랬는데 제가 교회에 가고 싶다고 문자를 하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그런데 당시 선배 마음은 ‘와! 할렐루야!’라는 마음보다는 ‘아, 오늘이구나’라는 마음이었대요. 제가 언젠가 교회에 가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거죠.” 

     

    # 꼬맹이 때 사탕에 홀려 교회에 갔다가 권사님들의 무차별 안수와 방언 기도에 시달려 교회를 무서워했던 그녀가 20년 넘게 걸려 다시 교회를 찾았다. 2012년 1월 27일. 그날 경험한 교회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교회에 가던 날, 저를 위해서 크리스천 동료들이 동원돼서 앞뒤, 양옆으로 함께 자리해 주었어요. 어릴 때 기억으로 교회에 안 좋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동료들 덕분인지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죠. 설교 말씀도 그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던 제게 주시는 위로의 말씀이었어요. 그리고 설교 후에 드럼 비트가 ‘땅! 땅! 땅! 땅!’ 울리는데, 옆에서 흥이 많은 한 선배가 “댄스 타임이야”하면서 막 일으키더라고요. 저도 가사가 뭔지도 모르면서 신나서 일어나 뛰었죠. 그날은 마치 저를 위해 모든 게 준비된 것처럼 너무나 좋았어요. 그때부터 경아 선배가 하는 성경공부, 예배들에 모두 따라다녔죠. 그리고 경아 선배에게 ‘엘라인’이라는 사역팀을 소개받아서 함께 사역을 다니게 됐어요. 엘라인은 개척교회나 지방의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집회를 하는 선교 단체인데요. 저는 아직 신앙적으로 갓난아이 같은 상태라 훈련을 받으면서 간증 무대에 서거나, 매주 있는 예배에 찬양팀으로 섬기고 있어요. 사실, 간증도 그렇고 특히 찬양을 할 때에는 노래 잘하는 사역자들 사이에 서는 게 부담스러워서 포기하려고도 했는데요. 사역팀 리더와 그런 고민을 나누고 올라간 날, 그렇게 무대를 원했던 제게 매주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도 세상적인 개콘 무대만 생각하던 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 순간 부담스럽고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 눈 녹듯 녹아버렸어요.” 

     

    # 간절히 바라던 <개콘> 무대는 아니지만 사역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1년 반 이상 개그 무대를 쉬었던 그녀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어~~떻게’라는 유행어의 시작은 이렇다. 

    “1년 반 넘게 <개콘>의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그때까지도 아이디어 검사에서 까일(?) 생각만 하면 두려웠어요. 그래서 매일 새벽에 교회에 가서 “하나님, 저 여기서 다 울고 갈 테니까 작가실에 들어가서 안 울게 해 주세요”하는 기도만 했었죠. 그런데 하루는 똑같은 기도를 하고 있는데 울고 있던 제 입에서 “내가 너를 알고 있어. 지민아. 다른 사람은 몰라줘도 나는 알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거예요. ‘아, 이게 하나님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구나’ 싶었죠. 그날부터는 ‘이번에도 안 될 거야’라고만 생각하던 제가 ‘하나님이 나 아신다면서요. 그럼 같이 들어가요. 그냥 하나님 앞에서 재롱잔치 할 테니까 예쁘게 봐 주세요’라고 고백하고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정말 제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죠. 사람들도 “지민이가 좀 달라졌다”라고 할 정도로요. 그렇게 신나게 하고 나왔더니 제가 선보인 캐릭터를 <후궁뎐>이라는 코너에 넣어주셨어요. 지금 하는 <301 302> 코너 속의 제 캐릭터도 사역을 하려고 짧은 꽁트를 짠 거였는데, 그 캐릭터 그대로 무대에 올라가게 된 거예요. 정말 놀랍죠.” 

     

    # 그녀에게 물었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렇게 힘들고 우울했던 순간이 왜 필요했을까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동안 누가 나를 봐주고 써 주기만을 바라면서 사람들을 의지했는데, 그럴 때 느끼는 좌절감이 정말 컸어요. 주변에서 “사람 믿지 말고 하나님 믿어”라고 말해도 크게 와 닿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정말 저를 살리시려고 이런 고난을 주신 것 같아요. 만약 삶이 바닥을 치면서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아직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영적으로 완전히 죽어버렸을 테니까요. 이제는 경아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보라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개그계 동료들이건, 제 가족이건, 사역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건 간에 저를 통해서 한 영혼이라도 구원된다면 그곳에 찾아가야겠죠. 특히 저에게는 개그라는 달란트를 주셨으니까 하나님을 전하더라도 웃음으로, 쉽게 전달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부족하니까 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30년 넘게 살아왔던 생각과 습관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깨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제 마음이 먼저 바르게 세워져야 건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텐데, 제가 앞으로도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붙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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