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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한낙천주의 김동현 선수의 무한 도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선수 | 2014년 05월호
  • 지난 겨울, 4년 만에 열린 ‘소치 올림픽’은 국민들을 환호하게도, 분노하게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경기를 치러낸 ‘봅슬레이 선수단’에는 김동현 선수가 있었다. 그를 말해주는 키워드는 정말 다양하다. 국가대표, 아메리카컵 금메달, 대학원생, 청각장애, 앱 개발자(Design your Body) 등. 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크리스천’이라는 키워드이다. 

    취재 / 한경진 기자·사진 / 한치문 기자, 김동현 선수

     

    “나는 봅슬레이 국가대표입니다”

    제가 봅슬레이를 처음 만난 건 대학 때였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많이 해 와서 체대에 진학을 했는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제 관심은 운동 선수보다는 장애인 체육에 있었죠. 당시에 그 쪽으로 더 공부를 하려고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 순간인데, 우연히 봅슬레이 서울 대표를 뽑는 선발전을 구경하다가 엉겁결에 도전하게 됐죠. 저는 성격상 현실에 안주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새로운 게 있으면 도전해 보고 싶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느끼는 것 같아요. 봅슬레이에 도전한 것도 그래서였어요. 사실 국가대표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그냥 주어진 기회니까 열심히 해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선발전에 뽑혀서 일주일 만에 국가대표가 되어 버렸어요. 물론 그 이면에는 어릴 때부터 계속 운동을 해왔던 게 바탕이 되었을 텐데, 그게 다 저를 이 길로 이끄시기 위한 하나님의 준비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하나님의 작품은 정말 극적이죠”

    사실 국가대표가 되기 전에 하나님께 신명기 28장 말씀을 받았어요.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라는 말씀인데요. 그때는 이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잘 와 닿지 않았어요. 제가 국가대표가 될 줄 몰랐고, 그저 장애인 체육에 관심이 있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저를 국가대표로 세우시고 벤쿠버 올림픽을 비롯해 소치 올림픽까지 경험하게 하신 것, 그리고 여러 세계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게 하신 걸 생각할 때마다 정말 놀라워요. 그런 점에서 하나님은 정말 극적인 작가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정말 중요한 순간에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를 쓰시거든요.

     

    “저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어요”

    2012년에 선수로서 힘든 시간이 찾아왔어요.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할 정도로요.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부상 때문이었어요. 발목이 부러지고 허리 디스크가 와서 수술을 하고 재활 훈련만 4-5개월 정도 해야 했는데, 그래도 넘어질 때마다 계속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게 체육인의 근성이니까 이를 악 물고 견뎠죠. 또 하나는 가족 때문이었어요. 제가 올해는 ‘강원도청’이라는 팀과 계약을 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수입원이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학업과 이것저것 손대고 있는 일(?)이 많았죠. 가족들이 보기에는 다른 일을 해도 잘할 것 같은데 봅슬레이로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니까 안쓰러웠는지 이제 그만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제 삶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이 저를 이해해주지 못하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가 정말 눈물도 많이 흘리고 기도도 많이 하던 시기였죠.

     

    “하나님보다 저 자신이 보이더라고요”

    2007년부터 항상 다이어리에 일기를 써오고 있는데, 벤쿠버 올림픽 후 2011, 2012년 시즌에는 참 힘들어하는 내용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즌을 끝내고 돌아보니까 그게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항상 시합 전에는 저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복음의 경기’를 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제 속마음에 ‘내가 더 잘해서 인정 받아야지’라는 욕심이 너무 컸던 거예요. 그러다보니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죠. 그래서 2013년 시즌이 시작될 때는 정말 다 내려놓고 0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면서 나아갔어요. 그러면서 다시 강해지는 걸 느꼈죠. 감사하게도 그 시즌에는 아메리카컵 금메달이라는 선물도 주셨어요.

    이번 소치 올림픽 때도 경기 2-3주 전에 허리 디스크가 재발했었어요. 모두 훈련을 하는데 저만 못하니까 ‘망했다’ 싶더라고요. ‘이건 무슨 의미인지, 왜 이제 와서 시험하시는지’ 혼란스러웠는데 결과적으로 본 경기 때는 아무 아픔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더 강해지라고, 더 영적으로 무장하라고 하신 것 같아요. 

     

    “소치 올림픽 25위, 후회는 없어요”

    25위라는 성적이 기록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등수일 수 있지만 전혀 후회나 아쉬움은 없어요. 만약 제가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거나 후회한다면 지난 4년 동안 흘린 땀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요. 그건 정말 싫거든요. 그 순간 정말 후회 없이 달렸고 후회 없이 기도했고, 마지막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처음 벤쿠버 올림픽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주신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주신 기회를 질적으로 채워나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열심히 한 제 자신에게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물론 선수니까 결과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겠죠. 하지만 2009년에 처음 봅슬레이를 시작할 때 ‘아, 우리나라는 안 되겠지? 장비도 없고 세계적인 선수와 체격적인 차이도 크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오기도 하고, 하나씩 하나씩 성장해 나가는 걸 보면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돼요. 평창 올림픽에서는 하나님께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주시겠죠?

     

    “나에게는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해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8살 때 갑자기 이렇게 됐대요. 대게 자기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 하지 못해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지도 않게 되고요. 그래서 어머니는 저를 일반 학교에 입학시키셔서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시고, 입 모양만으로 말을 알아차리도록 훈련을 시키셨죠. 고등학교 때는 밤늦게 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려고 소리를 끈 채 입모양만으로 TV를 보곤 했었어요. 모두 자는데 혼자 키득거리면서요. 

    저는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저에게 있는 장애를 부인하면 저 자신을 부인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장애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사춘기 때도 크게 장애 때문에 혼란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오히려 축구팀을 만들고 주장을 맡을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죠.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2008년에 청각장애 때문에 ‘인공와우수술’이라는 걸 받았어요. 비용이 엄청난 수술인데 저희 집은 제가 고3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편이 힘든 상황이었죠. 그런데 기적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도해 주시고 후원을 해주셨는데 그게 딱 수술비용만큼인 거예요. 그 기도와 관심과 사랑 덕분에 수술을 받고, 2년 동안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재활훈련을 거쳐서 지금은 많이 듣게 됐고 상태가 좋아졌어요. 앞으로는 제가 받은 그 사랑에 보답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국가대표의 훈련을 일반인들도 할 수 있도록 쉽게 구성한 어플을 만들어서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재활병원’ 건립 기금으로 기부하고 있어요.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지만 금액을 떠나서 보이지 않는 곳에 사랑을 전하는 도구로 쓰임 받고 싶어요. 

     

    “나의 꿈은 복음의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9장에 보면 한 소경을 보고 제자들이 ‘부모의 죄 때문입니까, 저 사람의 죄 때문입니까’ 물을 때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나타내시려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가진 청각장애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신다고 믿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단련하게 해주시고 체육 분야를 공부하게 하시고, 우연처럼 대표로 뽑아주셔서 청각장애를 가지고도 올림픽에 나가게 하신 이 모든 과정이 마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또 앞으로 어떤 일을 시키실지 모르지만 저에게 주신 소명, 사명을 늘 놓치지 않고 살아야겠죠.

    저는 지금은 봅슬레이를 하고 있으니까 선수로서 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 뜨고 싶은 욕심을 다 내려놓고 저의 경기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복음의 경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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