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군데 교회를 다니던 시절

고등학생 때, 저는 매주 목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거의 학교가 끝나면 교회로 갔어요. 제가 주일마다 다니던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로요. 제가 목요일마다 가던 교회는 두 곳이었어요. 한 교회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었고, 다른 교회는 용산구 이촌동에 있었죠. 저는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살면서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목요일마다 꽤 먼 거리를 오가며 교회를 다녔던 거죠. 제가 그렇게 평일마다 먼 곳으로 두 군데의 교회에 다닌 이유는 거기에서 매주 찬양집회가 열렸기 때문이에요. 다행히도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 교회에 가는 것을 허락해 주셨어요. 남들은 ‘공부는 안 하고 교회만 다니냐’고 뒤에서 이야기 했을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예배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나를 발견해 가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게 된 뒤로는 그때부터 정말 죽어라 공부하기도 했죠. 그러니까 저는 다니던 교회를 포함해서 총 세 곳의 교회를 다닌 셈이네요. 물론 주일 예배 시간이 겹치지는 않았지만요.

두 가지 질문

친구의 고민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교회를 두 군데 다니든, 세 군데 다니든 숫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교회에 대해 생각해 볼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교회는 무엇인가? 두 번째, 교회에 속해 있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죠.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헬라어로 교회는 ‘에클레시아’입니다. 이 단어는 ‘부름 받은’, ‘택함 받음’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교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교회의 건물이나 기관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을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입니다. 교회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할까요? 교회의 구성원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보혈에 감격하며 나에게 주신 은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예수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와 성도들을 돕는 일에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과 은사를 활용하는 거죠. 자,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공동체가 중요한 이유

이렇게 교회와 성도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건물도, 규칙도, 정해진 모임도 아닌 ‘성도’라는 점이에요. 성도들이 함께 연합하고, 서로의 믿음을 격려해주고, 필요를 채워주며 하나님 안에서 성숙하게 자라가는 것이 건강한 교회 모임이고, 또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죠. 이 기준으로 친구가 질문한 ‘두 교회를 다녀도 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요. 

　​교회를 여러 군데 다닐 수는 있어요. 다른 교회의 찬양집회에 참석할 수도 있고, 성경을 배우는 양육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일시적으로요(물론 이단 모임이 많기 때문에 잘 분별해야 하고, 본교회의 목사님과 어른들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우리 친구가 이것 한 가지는 꼭 기억했으면 해요. 삶을 나누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동체는 반드시 한 곳이어야 해요. 히브리서에 보면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돌아보고 사랑과 선행으로 격려해야 한다고 해요(히 10:24). 만약 내 필요와 입맛에 따라 공동체를 옮겨 다닌다고 생각을 해볼까요? 아마 내가 속한 공동체의 사람들은 나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격려를 보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 자기의 필요에 따라 교회를 선택하는 나의 행동 때문에 누군가는 마음이 많이 불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친구 역시 어느 교회에 가더라도 깊이 있는 관계를 얻기 어려울 거고요. 신앙은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인데, 그런 상황이라면 신앙이 성장하는 것도 정말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친구는 아직 미성년자여서 친구의 신앙을 포함한 여러 책임은 아직 부모님께 있어요. 그러니 먼저 앞에서 한 이야기들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보고, 드럼을 배우러 다른 교회에 참석하고 싶은 고민을 부모님과 잘 상의해 보세요. 미리 안 될 거라고 짐작하고 포기하지 말고요. 교회에 대한 분명한 생각과 개념이 친구의 마음속에 있다면, 어떤 결정을 하게 되든 성숙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친구의 신앙을 응원합니다. 

글│노희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