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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룻이 되어 돌아온 선예
가수 선예 | 2023년 03월호
  • 그녀는 무대에서 반짝이는 아이돌이었다. 어린 나이에 대중문화계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다움을 잃지 않았던 야무진 그녀를 많은 청소년들이 선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선교 여행과 이어지는 결혼 발표. 높았던 인기만큼이나 팬덤의 여론도 술렁였지만, 그때에도 그녀는 자기다움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그녀는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두렵고 떨리지만, 용기 있게 보아스에게 다가갔던 룻처럼. 

     

    정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 자료사진│Him 컨텐츠​ 

     

     

    요즘 연습에 한창이시죠? 이번 달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루쓰(Ruth)’에서 루쓰 역으로 뮤지컬에 도전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작품인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루쓰’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룻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창작한 작품이에요.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따라서 베들레헴으로 온 룻이 보아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린 이야기죠. 개인적으로 13살 때 뮤지컬 공연을 처음 봤던 이후로 뮤지컬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지만 직접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이 되는데요. 결혼을 하면서 활동을 중단하고 10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진 저에게 선물처럼 와 준 작품이어서인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고 감사하게 임하고 있어요. 

     

    아이돌이었고, 지금은 아이 엄마이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선예 씨가 표현하는 룻은 어떤 인물일까요?

    룻을 연기하기 위해 성경 <룻기>를 다시 읽고, 대본도 여러 번 읽었어요. 그럴수록 룻이 저와 참 비슷해 보여서 신기했어요. 저도 어린 시절 다이내믹한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룻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감당하기 힘든 선택들이 항상 많았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께 시선을 두는 법을 조금씩 배웠던 것 같아요. 고민하는 당시에는 힘들지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믿음을 둘 때마다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셨고, 그 믿음으로 선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선택을 하면 늘 선한 열매를 맺게 해 주셨어요. 룻도 이방 여인이어서 하나님의 존재를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나오미가 부어주는 사랑과 격려를 통해서 보아스에게 나아갈 힘을 얻고 또 그렇게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열매를 맺게 된 것 아닐까요? 그렇게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의 열매로 맺어지는 아름다운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어요. 

     

    곧 많은 분들이 뮤지컬 <루쓰>를 보게 되실 텐데요. 주연으로서 관람 포인트를 살짝 공유해 주세요. 

    모압에서 남편과 두 아들이 다 죽자 나오미는 두 며느리에게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말해요. 그때 룻은 돌아가지 않고 나오미와 함께하죠. 룻은 왜 새 삶을 시작하지 않고 시어머니 곁에 남았을까요? 나오미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해요. 어머님께 받은 사랑 때문에 용기를 내어 시어머니의 고향, 그러나 본인에게는 이방 땅인 베들레헴으로 가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보아스를 만나게 되고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사랑’이에요.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지는! 그러니 사랑의 눈으로 사랑의 열매는 맺는 <루쓰>의 이야기를 보시면 좋겠어요.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많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룻과 보아스의 로맨스를 즐겨 주세요. 

     

    이제 룻이 아닌 선예 씨의 인생을 들어볼게요. 어린 시절에는 어떤 친구였나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어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여느 평범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조부모님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죠. 기억도 가물가물한 서너 살 때부터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TV에 나오는 가수들 따라서 춤을 추곤 했어요. 트로트, 발라드, 댄스 가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요. 말괄량이였지요. 할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는데도, 비싼 카메라를 구입해서 저를 촬영해 주셨고, 가끔은 경로당에 초청되어서 재롱 잔치도 했어요.(웃음) 그러니까 저는, 아주 밝게 자란 편이에요. 

     

    예수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혹여 손녀가 엇나갈까 봐 할머니가 교회에 데리고 가셨어요. 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신 거지요. 하지만 그때 저는 그냥 ‘신앙인’, 아니 ‘종교인’이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어요. ‘일요일’이 되면 의무감으로 교회에 나갈 뿐이었죠. 그러다 감사하게도 만 18살에 가수의 꿈을 이뤄 큰 사랑을 받았고, 미국 진출이라는 새로운 도전도 했어요. 그런데 소위 성공이라는 선물을 받았음에도, 이상하게 공허함이 마음 안에 서서히 차오르더군요. 그제야 하나님과 깊은 사귐을 갖기 시작했죠. 새벽기도에 나갔는데, 하나님과 마주하고 교제하던 그 시간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당시, 제 안에는 풀리지 않는 세 가지 질문이 있었어요. ‘모든 인간은 결국 한 줌의 재가 되는데 왜 태어나는 걸까?’ 그리고 ‘한계가 있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까?’ 그리고 ‘죽으면 끝인가? 끝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는 걸까?’였죠. 이 세 가지 질문을 갖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에 이어 아빠까지 두 번의 장례를 겪은 일 때문이었어요.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나오는 모습을 두 번이나 경험하니까,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전도서 말씀이 피부에 직접 와 닿으면서 여러 질문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이티로 가신 건가요? 

    그랬던 것 같아요. 가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주님과 씨름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맨해튼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말씀 제목이 ‘십자가의 도’였어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는 복음을 목사님이 전하셨는데,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수없이 듣던 말씀인데도 이상하게 그 말씀이 제 마음을 찌르는 거예요. 진심으로 복음이 믿어지기 시작했죠. ‘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이유가 내 죄 때문이구나!’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질문 하나가 또 생기더군요. ‘선교는 뭔가요?’ 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선교를 하는 걸까? 그즈음 지인을 통해 지진으로 고통받는 ‘아이티’의 상황을 듣게 되었어요. 감사하게도 5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져서 직접 갈 수 있게 되었죠. 

     

    재난 현장을 눈으로 보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감사한 건, 아이티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단 한 번도 궁금해하거나 묻지도 않았던 하나님의 마음을요. 아이티 사람들의 가난, 이들이 겪는 고통, 절망과 슬픔도 마음 아팠지만, 복음을 듣지 못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채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괴롭더라고요. 그때 저들을 향해 애통해 하시며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두 번째 질문이 해결됐죠. ‘하나님, 제게 사랑을 주셨으니, 앞으로 뭘 하든 제 삶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살리고, 또 살게 하는 힘이니까요. 아이티에서의 5일은 제 인생의 지각판이 흔들린 시간이었어요.

     

    아이티에서 하나님뿐 아니라 남편도 만나셨잖아요. 

    맞아요. 남편은 아이티 지진 이후 그곳에서 살고 있었어요. 제가 아이티를 방문했을 때 남편은 ‘그냥 연예인 한 명이 또 왔나 보다’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는데, 하루는 남편이 저더러 예배 시간에 찬양을 부탁하더라고요. 무대도 조명도 악기도 없는 곳에서 현지 친구들과 목소리로만 찬양을 부르게 됐죠.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그때 얼마나 가슴이 뜨거워지던지, 세상에서 경험한 그 어떤 무대보다도 감동적이었어요. 그 예배 이후 남편과 어색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은 가까워졌어요. 떠나기 이틀 전, 주님의 뜻이라면 인연이 되겠거니 생각하고 이메일 주소를 적은 쪽지를 건넸어요. 그렇게 우리는 1년 넘게 장거리 연애를 이어오다가 결혼하게 되었죠. 

     

    아이돌 가수에서 한 가정의 아내,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계시잖아요. 완전히 바뀐 역할이 어떠세요?

    저만 신경 쓰며 살다가 돌볼 가정과 아이가 생기니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울 때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을 알 수 있다잖아요. 정말 그래요. 저는 셋만 낳았는데도 셋이 완전히 생긴 것도 성격도 달라요. 그리고 셋 다 자는 모습만 봐도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죠. 하나님께서도 세상의 이 수많은 사람들을 다 사랑스럽게 바라보시겠구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님이 이끄신 선예 씨의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해 주세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바로 사랑이에요. 사랑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어요. 하나님의 사랑이 저를 여기까지 인도했다고 믿고 확신해요. 그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저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내 삶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갈 때, 그것이 예배이고, 그 예배를 하나님은 기뻐 받으신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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