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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나는 극지과학자입니다
이유경 박사 | 2023년 03월호
  • 극지과학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극지의 바다, 대기, 땅에서 어떤 현상들이 이루어지는지,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다양하게 연구해요. 해양학, 대기과학, 지구과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극지의 현상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자신의 연구대상에 따라 북극이나 남극에 가서 일정 기간 머물며 직접 연구와 실험을 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표본들을 부지런히 채취해서 한국으로 가져와 실험도 하고 논문을 쓰기도 하죠. 저 같은 경우는 북극의 식물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눈이 녹고 *툰드라 지대가 드러나는 여름에 3주에서 한 달 정도 북극에 머물곤 해요.

    * 툰드라 지대 : 연중 대부분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으나 짧은 여름 동안에 지표의 일부가 녹아서 넓은 벌판이 드러나 식물 등이 자라며, 순록 유목이 행해진다.

     

    북극에서의 하루 일과도 궁금해요. 

    다산과학기지의 경우, 아침 식사 후에 현장으로 나가서 연구를 하거나 연구용 샘플을 채집하는 일을 해요. 점심은 간단히 준비해서 가져간 샌드위치 같은 것으로 때우며 하루 종일 현장에서 계획한 일을 하죠. 그러고 기지로 돌아오면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샘플을 처리해요. 식물의 경우 식물 표본을 만들기도 하고, 동결건조 시킨 후 가루로 만들어 튜브에 담아놔요. 흙은 체로 쳐서 돌을 골라내고 무게를 잰 후 현장에서 바로 DNA를 추출하기도 하고, 잘 말려서 한국으로 가져와 다른 연구에 사용하기도 해요. 거의 밤 12시까지 이렇게 일하죠. 

     

    지금까지 북극 다산과학기지에 열두 번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북극까지는 어떤 경로로 가게 되나요?

    우리나라에서 유럽의 한 도시를 거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까지 가요. 그러면 한 16시간 정도 걸려요. 거기서 하루 자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트롬소를 거쳐 스발바르라는 곳으로 갑니다. 이 과정이 또 4시간 정도고요. 마지막으로 스무 명 정도 탈 수 있는 경비행기를 타고 기지가 있는 곳까지 들어갑니다. 이 비행기가 일주일에 딱 두 번만 뜨기 때문에 날짜를 잘 맞춰야 하죠. 이렇게 2-3일이면 북극에 갈 수 있어요. 그래도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남극에 비하면 북극은 양반이죠.

     

    그렇게 오가시던 중 연구 분야를 바꿀 큰 사건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이었나요?

    경비행기를 타고 다산과학기지로 들어가야 하는데 하필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비행기가 뜨지 못한 거예요. 할 수 없이 다시 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할 일이 없더라고요. 출장 첫날부터 길이 막혔지만, 낙심하거나 휴가가 생겼다고 놀거나 하지 않았어요. 이 시간을 활용해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주변에 있는 식물을 관찰해볼까?’ 싶어서 식물 사진을 찍으며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저녁을 먹으면서 그날 찍은 식물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다 알게 된 것이, 그 식물들에 우리말 이름이 없다는 거였어요. 심지어 같은 식물들을 다르게 부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말 이름을 통일해서 붙여주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낮에는 각자 연구하고 밤이면 모여서 사진을 띄워놓고 “이 식물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줄까?” 하며 학명을 우리말로 바꾸는 열띤 토론을 했죠. 그것이 계기가 돼서 다른 극지과학자 다섯 분과 함께 『북극 툰드라에 피는 꽃』이라는 책을 냈고, 연구 분야도 원래는 박테리아 쪽이었는데 식물로 바꾸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계시다 보면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많을 것 같아요.

    북극에는 북극곰이 살고 있기 때문에 기지 밖으로 나가려면 총이 꼭 필요해요. 북극곰은 외모만 보면 순둥순둥 귀엽지만, 실제로는 100m를 10초 이내에 주파하고 사람을 해치기도 하는 위험한 동물이거든요.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 원래대로 기지에 가서 곰 안전 교육과 사격 훈련을 받은 후에 총을 빌려야지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규정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훈련을 마쳤어도 스발바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총을 빌릴 수 없게 됐는데, 허가받는 데만 두 달이 걸린다는 거예요. 2주 후에는 한국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힘들게 온 북극 현장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저녁마다 외국 과학자들을 찾아다니며 우리가 계획한 곳에 가거나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찾아다녔어요. 다행히 마음씨 좋은 네덜란드 사람, 영국 사람을 만나 원래 계획했던 곳을 다 갈 수 있었죠. 

     

    역시 미리부터 포기는 금물이네요! 그런데 북극은 지표가 되는 건물도 없는데 길을 어떻게 찾나요? 길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으셨나요? 

    미리 어디를 갈지 지도에 다 표시를 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어요. 또, 북극은 핸드폰은 안 되지만, 인공위성과 직접 수신하는 GPS가 있어서 그것으로 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죠. 무엇보다 북극에서는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채집한 샘플을 이고지고 다니느라 워낙 힘들어서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는 못해요. 대신 어려운 점은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죠. 야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아무래도 힘들어요. 그래서 현장에 나가기 전날부터는 물을 되도록 적게 마시곤 해요. 그런 어려움이 있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드넓은 현장을 누빌 때마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이 정말 위대하시구나라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기회의 땅 북극에 대해 구미가 당기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21C 다산 주니어’라는 아주 좋은 북극 체험 기회가 있다고요?

    극지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요. 모든 경비는 다 극지연구소에서 지원해주고 성적도 전혀 상관없어요. 극지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을 뽑고 있으니, 지원하게 된 계기를 정성스럽게 써서 서류를 제출해 보세요. 서류 심사에 통과하면 2단계가 극지과학퀴즈인데, 극지연구소 블로그를 보면 대학생 기자단들이 극지에 대한 여러 지식들을 쉽게 써놨거든요. 그걸 잘 찾아서 공부하면 퀴즈도 통과! 최종 면접까지 잘 통과하면, 북극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요. 해마다 4-5월에 모집하니 극지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꼭 도전해보세요! 

     

    취재│김지혜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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