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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무뚝뚝한 부모님께 서운해요.
노리터 | 2022년 08월호
  • * 아래는 상담 대화 내용입니다.

     

    부모님이 친구를 사랑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요? 

     

    네. 부모님이 워낙 무뚝뚝하기는 하신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표현이 없으시다 보니 ‘정말 나한테 관심이 있으신 건가’, ‘내가 필요하긴 한 건가’, ‘나를 사랑하시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글퍼요. 

     

    그랬구나. 친구가 보기에 부모님은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세요? 

     

    확실히 그래요. 두 분도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닌데, 평소에 즐겁게 대화하는 것을 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시기는 하지만 서로 소통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필요한 대화를 하고 계시는 느낌이랄까요? 

     

    친구에게도 그러시겠네요? 

     

    저한테도 무뚝뚝하시죠. 제가 뭘 좋아하는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랑 친하게 지내는지도 물어봐 주신 적이 없고 아예 관심도 없으신 것 같아요.  

     

    많이 서운했겠네요. 

     

    이제는 별로 기대도 없어요. 그냥 그러려니 한달까요? 그런데 가끔은 한 번씩 너무 서운하고 서글픈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부모님이 친구에게 어떻게 대하시는 편이에요? 

     

    솔직히 나쁜 부모님은 아니세요. 제가 뭐가 필요하다고 하면 안 해주시는 것도 없고, 하고 싶다고 하면 웬만한 것들은 다 챙겨주기도 하시고요. 

     

    그렇다면 친구에게 아예 무관심하신 것은 아니네요? 

     

    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친구가 부모님께 원하는 건 어떤 거예요?  

     

    사랑한다는 말은 기대도 안 하지만, 잘했다는 말이나 격려하는 말이나 일상적인 표현이라도 조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표현이 없으시니 부모님이 의지가 되기보다는 그냥 필요한 걸 해주는 존재로만 생각이 되고, 저도 부모님께 필요한 것 외에 더 많은 얘기는 하지 않게 되니 점점 더 부모님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만 같아요. 

     

    그랬구나. 아마도 서툴지만 그것이 친구를 사랑하는 부모님만의 방식일 수 있어요. 힘들고 서운하겠지만, 제 얘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

     

    “너는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니?”

    듣기 괴롭겠지만, 잔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해요. 

     “얘, 너는 무슨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하니? 부모님이 너를 학대하는 것도 아니고 무책임하게 방치하시지도 않잖니? 필요한 것들은 다 사 주신다며. 밥도 주시고, 옷도 사 주시고, 스마트폰도 사 주시고(물론 아닌 분도^^;;), 뭐 다~ 해 주시네. 지금 전국에 결식아동이 얼마나 되는 줄 아니? 그 정도면 잘해주시는 거지, 뭘 더 바라니? 요즘 애들은 정말… (절레절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속이 답답하고, 괜히 말을 꺼냈다 싶기도 하고, 앞으로 이런 말은 그냥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그렇죠? 맞아요. 부모님께서 실생활의 필요는 다 채워주시는데 왜 나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을까요? 왜 사랑받는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일까요?

     ​이유를 알려줄게요. 그 이유는 사랑이란 게 복잡해서 그래요.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단 자동차 자체가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엔진이 있어야 하고, 엔진을 움직일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사람(자율주행차는 기술과 기기가 필요하겠죠?)이 필요한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도 여러 요소가 필요해요. 에리히프롬이라는 사람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사랑에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사랑의 4가지 요소

    첫 번째 사랑의 요소는 ‘필요 채워주기’입니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챙겨 주시고, 아플 때 약을 챙겨 주시고, 학습지나 과제를 챙겨 주시고, 항상 늦지 않도록 알람 역할도 해주시고 때로는 사회에서 필요한 행동을 알려주시는 부모님, 곧 친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알고 채워주시는 것을 볼 때 친구는 부모님에게서 사랑을 느낄 거예요. 

     ​두 번째는 ‘관심 채워주기’입니다. 친구는 친구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만약 내향형이라면 부모님께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실 때 안도의 마음을 갖게 될 거고, 반대로 외향형이라면 부모님께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실 때 사랑을 느끼게 될 거예요. 능력도 마찬가지죠. 친구가 운동, 음악, 미술에 재능이 있는지,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지 살펴주실 때 친구는 사랑을 느낄 거예요. 그게 친구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필요를 채워주시려는 부모님의 사랑이죠.

     세 번째는 ‘마음 채워주기’입니다. “오늘 하루 어땠니?”, “뭐가 가장 즐거웠니?”, “친구 하은이는 요즘 잘 지내니?” 하면서 부모님께서 친구의 취미, 친구들, 흥미에 함께 관심을 가져 주실 때 친구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거예요. 그리고 대화 중에 친구가 고민이 있다면 그것을 해결해 주시지는 못하시더라도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친구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실 때 부모님의 깊은 사랑이 느껴질 거고요. 

     네 번째는 ‘인정 채워주기’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대부분의 친구들에게는 자기 주관이 생깁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행해보고 싶어지죠. 어른이 되어 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에요. 이 시기에 부모님께서 친구의 생각을 인정해주시고, 도전을 지지해주시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 방황할 때 비난하지 않고 격려하며 기다려 주시고,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봐 주고 믿어 주신다면 부모님의 인정이 친구 마음에 사랑으로 기억될 거예요.

     

     ​요한복음 21장에 보면 예수님과 베드로의 이야기가 나와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뒤 어부로 돌아간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십니다. 예수님은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베드로를 위해 숯불을 피우고 물고기를 구워서 따뜻한 온기와 함께 허기(필요)를 채워 주시고는, ‘왜 나를 부인했니?’라고 묻지 않으시고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며(관심)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잠잠히 그의 대답을 기다리시죠.(마음) 그리고는 “내 양떼를 맡긴다”, “교회를 세울 것이다”라고 하시며 배신으로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베드로를 믿어주시죠(인정). 어떤가요? 예수님에게서 사랑의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느껴지죠?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이에요

    사랑의 요소 네 가지를 짧게 살펴봤는데요. 아마도 친구의 부모님은 ‘필요 채워주기’의 방식으로 친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신 것 같아요. 즉, 사랑이 없으신 것이 아니라 방식이 다르신 거죠. 물론, 친구가 부모님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 아쉬움을 갖는 마음에는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부모님께서 부모님의 방식대로 친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친구가 그걸 꼭 잊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부모님의 방식을 조금만 이해하면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해요. 

     

    글 노희태 목사(sen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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