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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또 다른 벽 앞에 서 있다
청년 도배사 배윤슬 | 2022년 03월호
  • 한 번은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인상적인 한 청년을 보았다.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청년 도배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너무나 결이 다른 두 직업이기에 그녀의 결정이 의아하면서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인상 깊게 보았던 텔레비전 속 그녀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며, 무려 고등학교 시절에 sena로 큐티 모임을 하던 독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배윤슬

     

     

    #사회복지사 배윤슬

    중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하면 되는 좋은 환경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서 자신과 같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매일매일 하게 될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의미 있는 삶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싫었다. 교회 초등부 교사를 하면서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생각이 바뀌고 기준이 바뀌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무게감과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그녀의 첫 직장은 ‘사회복지사’. 그 중에서도 자기 말에 인생이 좌우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일, 그것은 ‘노인복지’였다. 

     막상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그저 어르신을 돕고자 했던 그녀의 기대 앞에 큰 벽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께 소일거리를 드리는 일을 담당했을 때, 정말 간절한 분은 탈락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들이 선정되는 현실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삶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간절한 어르신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현장에 있게 되다니.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불합리한 일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자, 그 불편함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도피하듯 퇴사를 선택했다.

     

    #청년 도배사 배윤슬

    그녀가 두 번째로 선택한 직업은 ‘도배사’이다. 현실의 벽에 무력함을 느꼈던 그녀가, 이제는 실제 ‘벽’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도배가 어떤 일인지 모르던 시절 막연히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게 전부였던 그런 일이었다. 그래도 능력만큼 인정받고,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도전해 볼 만한 기술직이었다. 물론, 막상 뛰어드니 이 일도 만만치 않았다. 몸 쓰는 일을 해 보지 않아서 천정에 도배할 때면 어깨가 아프고 하단을 붙일 때는 무릎과 허리가 아팠다. 가뜩이나 추위를 타는데, 건설 현장은 난방도 되지 않아 윗도리를 다섯 개 껴입고, 바지를 겹겹이 세 개나 입어도 바람이 뚫고 들어왔다. 하지만 견디면 될 일이다. 고심하고 고심해서 선택한 일인데 쉽게 무너질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어느덧 2년차 도배사가 되었다. 그녀는 지금, 도배 초보에서 기술자로 넘어가기 위해 도전하며 점점 성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 시절에 sena로 큐티 모임을 하셨다고 하셔서 반갑기도 하면서 신기했어요.

    저는 모태신앙이지만 부끄럽게도 선데이 크리스천이었어요. 주일마다 몸만 왔다 갔다 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신앙심이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나도 친구들처럼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 친구들이 손을 내밀어 주며 함께 큐티 모임을 하자고 해서 점심시간을 쪼개 큐티 모임을 하게 됐죠. 말씀도 읽고 기도도 하면서 당시에 하나님과 많이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힘든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큐티 모임에서 위로받으며 버틸 수 있었죠. 

     

    그렇군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도배사가 되었고, 이제는 제법 유명해지셨어요. 사회복지사 대신 도배 기술자를 선택하실 때 막연한 마음에 기도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도배사에 대한 정보를 모을 때는 ‘도배가 좋다’는 이야기만 보이더니, 막상 도배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는 좋지 않은 이야기만 눈에 띄더라고요. 일터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이라든가,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요. 그럴 때마다 도배사가 되겠다는 것이 제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인지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길인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죠. 직접 해 보지 않고서는 어떤 일인지 모르는 것이고, 직접 가 보지 않고는 이 길이 맞는지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시작해보자. 대신 그 다음은 하나님께 맡겨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길이 맞다면 버틸 힘을 주실 것이고, 아니라면 새롭게 보여주시는 길에 순종하겠다고 기도했었죠. 

     

    실제로 그 일에 뛰어드시고 나니 어떠셨나요? 무엇보다 크리스천으로서 부딪치는 일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내가 일한 만큼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돈으로 책정되다 보니 점점 일을 돈의 가치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늘 얼마나 일을 했는지, 돈을 더 벌려면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늘 계산하게 됐죠. 당장 벽지 한 폭을 더 붙이면 돈을 더 벌게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일이 즐겁지 않고, 뜻대로 잘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그러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하게 됐죠. 제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목표로 이 일을 해나갈 것인지를요. 이제는 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일에 임하고 있어요. 또 이 마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고요.

     

    혹시 하나님께서 많은 직업들 중에 도배사라는 직업으로 그 자리에 있게 하신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을 내고, 제 이야기가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변화가 생겼어요.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이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주시더라고요. 현재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 부모님이 현장 일을 하시는 게 부끄러웠는데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 현재 직장에서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는데 반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이요.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죠.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제가 무언가를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주 가치가 있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정직하게 제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만족하며 감당하는 자체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요. 

     

    작업을 수행하시면서 느끼는 하나님의 마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 번 도배를 하러 신축 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2-3달 정도 한 현장에 머무는데요. 아파트 높은 층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래에서 길이나 화단 같은 조경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처음에는 흙이 전부 파헤쳐진 진흙길 밖에 보이지 않다가 점점 길이 만들어지고 나무가 심기고 하면서 아주 천천히 만들어지죠. 하지만 아래로 내려와 그 길 위에 서 있으면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전체적인 큰그림이 보이지가 않아요. 저는 그게 저희의 삶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분명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아름다운 길과 조경은 지금도 만들어지는 중인데, 그 길 위에 있으면 지금이 어떤 과정이고 어디쯤 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죠. 하지만 느리더라도 결국에는 예쁜 조경이 완성되는 것처럼, 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제 삶을 보시기에 아름답게 만들어 가시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고민하고 도전하며 삶을 꾸려가는 윤슬 님의 이야기가 청소년들에게도 많은 도전이 될 것 같아요. 혹시 독자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누군가의 이야기가 판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도배를 시작하기 전, 도배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용기 내어 도전했고, 현재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즐겁게 일하고 있죠.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길은 사람의 생각으로 전부 이해할 수 없으며 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도배를 하게 될 줄은, 그리고 도배를 통해 책을 내게 될 줄은 이전까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길이 있다면 주변에서 어떤 누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고, 또 시행착오도 겪어보며 성장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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