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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사람 좋은 배우 좋은 그리스도인
배우 조현식 | 2021년 10월호
  • ‘조현식’. 이 이름 세 글자를 들어본 사람은 적을지 몰라도 그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소소하게 기억되는 사람 좋은 그의 얼굴은 알고 보니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인 요청을 하면 자연스럽게 ‘God is love’라고 쓰고, 평일에 촬영이 일찍 끝나기라도 하면 졸더라도 수요예배에 가야만 제대로 회복이 된다는 그의 신앙 이야기는 ‘삑’하고 누르기만 하면 술술 나오는 이야기보따리 같았다. 그 이야기보따리의 일부를 지금부터 나누려고 한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내가 태어난 그날이 사라졌더라면” (욥 3:3)

    제가 어머니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신앙’이에요. 만약 저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정말 삶이 힘들었을 거예요. 어린 시절,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밤마다 어머니와 저와 동생은 아버지를 피해 맨발로, 잠옷 바람으로 도망치곤 했어요. 갈 곳은 교회밖에 없었죠.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아버지 미워하지 마”라고 하셨어요. 아직 하나님을 몰라서 그러신다고요. 낮이 되면 미안해하시며 펑펑 우시다가도 밤이 되면 돌변하시는 아버지를 저희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늘 한결같이 대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없었어요. 밤마다 교회로 도망쳐서는 “도대체 우리 가정에 왜 이런 일을 주시나요. 차라리 저는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예요”라고 따지면서도 “하나님, 그래도 좀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하나님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은 정말 달라요. 20년 넘게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면서 반은 포기 상태가 됐는데, 최근에 아버지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셨어요. 술도 끊으시고요. 제 아내 덕분에요. 며느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며느리가 하는 말은 들어야 한다’면서 교회에 나가시는 것 있죠. 교회 가시던 첫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으신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저, 아내가 예배당에 나란히 앉았는데...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혼났어요. 그 오랜 세월을 기도하며 견디신 어머니, 그 옆에 돌아온 탕자처럼 앉아 계신 아버지. 남들 눈에는 그냥 평범한 가족처럼 보였겠지만, 저희에게는 길었던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현장이었죠. 요즘은 아버지가 말씀을 들으시면서 “아멘!”하고 반응도 잘하세요.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땅에 떨어지는 기도는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인생 최고의 재테크

    저는 딱히 되고 싶은 게 없던 고등학생이었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꿈이 생겼죠. 학교 수련회 날, 각 반 대표가 나와서 장기자랑 배틀을 하게 됐는데, 제가 난데없이 스스로 벌떡 일어나서 나갔지 뭐예요. 평소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던 저였는데 말이에요. 선생님은 어리둥절해 하시고, 황당해서 욕하는 반 친구도 있었어요. 그때 뭐랄까... 갑자기 쿵닥쿵닥 설레는 마음이 주체가 안 돼서 저도 모르게 일어나 나갔던 것 같아요. 나가서 사회자 마이크를 빼앗고는 “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고는 모창이고 춤이고 다 분출하고는, 마지막으로 선생님들 성대모사로 피날레를 장식했죠. 수련회장이 다 뒤집어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제가 1반이라 가장 먼저 했는데, 뒤에 친구들은 뭘 해도 안 되더라고요. ‘와 이거 뭐지? 이게 내 길이구나!’ 싶었어요. 그 순간부터 제 꿈을 정했어요. ‘개그맨’, ‘MC’로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는 한 학기 만에 꿈이 바뀌었어요. 배우로요. 뜬금없죠? 알아보니 배우가 되려면 서울에 있는 대학 연극영화과가 알아주고, 연기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돈이 아주 많이 든대요. 잴 것 없이 일단 학교를 휴학하고 알바를 시작했죠.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루 종일이요. 그래도 그때 제 인생 최고의 재테크를 했어요. 바로 ‘기도’였죠. 새벽 알바가 끝나면 교회에서 기도하고, 집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인 뒤에 다시 알바하러 가는 생활이 한 3개월 넘었을 때였나? 하나님께서 생각지 못하게 길을 여셨어요. 사촌 형에게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친구를 소개받은 거예요. 그분이 <극한직업>으로 유명한 진선규 배우님이에요.

     

    예수님을 느끼게 하는 사람

    대학로 쌀국수집에서 선규 형을 만나던 날, 수첩을 하나 챙겨가서 형이 하는 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꼼꼼하게 적었어요. 그만큼 절실했거든요. 그런 순진하고 진심어린 모습에 마음이 끌렸는지, 형이 “일주일 뒤에 올라 와. 도와줄게” 하시더라고요. 당시에 형도 아는 선배가 사는 옥탑방에 얹혀사는 처지였는데 말이에요. 저 때문에 한 명이 겨우 지낼 수 있던 옥탑방에서 셋이 지내는 생활을 시작하게 됐는데도 형들은 저를 잘 돌봐주셨어요. 선규 형은 자기가 다니던 한예종에 입학도 안 한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수업도 듣고 동아리 활동까지 같이 하게 해주셨죠. 형이 얻어 준 과티까지 입고 다니니까 재학생인 줄 알고 다들 저한테 인사까지 했다니까요(하하). 그게 다가 아니에요. 그 후로도 선규 형 덕분에 극단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무 대가 없이 저를 가르쳐 주신 은사님도 만나게 되고... 형은 저에게 정말 고마운 존재예요. 자기 형편도 어려운데 저를 위해서 기꺼이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면서 양육해 주었거든요. 아마 형 안에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겠죠. 선규 형과 저는 특별히 신앙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있지?”라는 한마디로 영적인 교제가 되는 관계예요. 형과 같이 있으면 마치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 같다니까요. 저도 후배들을 만나면 형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져요. 

     

    옥탑방에서 맞은 현타

    배우가 되겠다고 3-4년 동안 연극영화과에 수없이 도전했지만 모두 탈락했어요. 저를 가르치던 분께서 “제발 연습 좀 그만해”라고 하실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는데 늘 떨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알겠어요. 그때의 저는 욕심이 과했어요. 그래서 모든 게 자연스럽지 못했던 거예요. 겉으로는 순박하고 건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돈이 없어서 서럽고 자존심 상했던 기억, 가정에서 받은 상처들 때문에 ‘빨리 연예인이 되고 성공해서 이 설움을 날려버려야지! 날 무시하던 사람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라는 불을 품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악다구니로 살다가 29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옥탑방에 누워 있는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10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현실은 이 더위에 옥탑방에서 에어컨도 없이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고, 냉장고 하나 없는 삶이라니!’ 하고 현타(?)가 온 거예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변한 게 없는 현실을 보니 순간 별의별 나쁜 생각들이 다 몰려와 공격하더라고요. 그 순간, 교회가 생각났어요. 저에게는 어릴 때 다녔던 교회, 하나님을 붙들던 기억이 있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1년 정도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교회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양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알게 됐죠. 그동안 저의 신앙생활이 순수하지 않았다는 걸요. ‘이렇게 열심히 하면 내 꿈을 이루어 주시겠지?’라며 저 자신을 위해 믿는 신앙이었던 거예요.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제 안에 모든 것들이 회복되는 시간을 보낸 후에 하나님께 아주 조심스럽게 기도했어요. “제가 지금껏 연기를 준비해 왔었는데, 만약 이 길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길이라면 제가 가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제 의지대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요. 그때부터 하나님이 일하셨어요. 하나씩 작품을 연결시켜 주시더니, 결국 지금의 필모그래피를 쌓게 하셨죠. 가끔 사람들이 물어요. “이 작품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어요?”라고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요. “제가 한 건 없고요. 저는 주시는 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라고요. 정말 그렇게 믿어요. 그래서 하나님께서 하게 하시는 작품에서, 잘하는 연기로 인정받기보다 그 역할을 통해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 사람은 어떤 배우야”라는 말보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 사람. 일단 제 아내,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에게 좋은 동역자이자 선하고 신실한 사람이 되어주다 보면 저를 통해서 하나님이 알아서 일하실 거예요.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시니까요. 그건 확실한 진리입니다.  

     

    “청소년 친구들에게”

    저는 어릴 때 좋은 교회 공동체를 만난 덕분에 힘든 시기에 하나님을 붙잡을 수 있었고, 성인이 되어 인생의 낭떠러지 같은 순간을 만났을 때에도 하나님께 돌이킬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좋은 사람들, 좋은 어른들의 영향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죠. 저의 이런 경험을 통해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여러분이 속해 있는 가정, 그리고 교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기를 바랄게요. 특히, 학교도 사회도 모두 타락하고 있는 지금, 정말 성경적인 가치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어요. 교회를 멀리하지 마세요. 여러분과 같은 시기에 교회에서 배우고 경험한 좋은 것들이 나중에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여러분에게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갈 힘을 줄 거예요.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더욱 영적으로 혼란해지겠지만, 희망은 믿음을 가진 청소년 친구들에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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