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하기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안이 다음 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런 맥락에서 청년 사역은 문제이자 해답으로 늘 인식되었다. 그래서 청년 사역은 뭔가 더 비장한 사명감과 특별한 소명을 받은 사역자들이 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청년 사역에 대한 책들을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반대로 저자의 성공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책과도 다르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는 청년 사역을 특별한 사역으로 구분 짓거나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청년 사역을 교회 전체 사역의 틀 안에서 보도록 안목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간접적이나마 다양한 규모와 조건의 청년부를 이끄는 사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굳이 구분할 필요 없는 내용들이 규모에 따른 전략인 것처럼 나온 부분도 있어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각 단계에서 좀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청년 사역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나 특별한 노하우로 독자들을 현혹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청년 사역을 논할 때 빠뜨리지 않고 늘 해오던 본질적인 부분을 쉽게 정리하여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런 저자에게 신뢰감이 든다. 독특하고 새로운 요소가 아닌, 평범하지만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정도(正道)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특별한 것을 뽐내며 말하고 싶은 유혹을 뒤로하고 정공법(예배, 전도, 양육, 기도)으로 청년 사역에 접근한다.

“예배는 공동체를 살아나게 하는 근본 원리다. 예배가 살아야 청년이 살고, 청년이 살면 공동체가 살아난다. 건강한 예배는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르는 청년 공동체는 생기가 있고 지체 간의 관계도 진정성 있게 살아난다. 예배로부터 하나님과 은혜의 관계를 맺은 청년들은 다른 지체들에게도 은혜를 흘려보낸다.” (54~55p)

“청년사역자는 청년들이 다양한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양육을 설계해야 한다. 다양한 차원에서 양육이 풍성하게 일어날 때 청년 공동체는 내적으로 다져진다. 그러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일꾼이 많아지고 외적으로도 건강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70~71p)

무엇보다 저자는 청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들과 오랜 시간 꾸준하게 함께할 것을 강조한다. 현실이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져서 문제지 사실 이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청년사역자는 청년의 한 세대를 함께하며 그들의 신뢰할 만한 오랜 친구가 되어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41p)

청년 사역이 아니라도 모든 개척은 한 명에서 시작한다. 그 한 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역자가 좋은 사역자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개척 경험을 나누면서 가장 먼저 바로 그 한 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경험이 일반적이거나 평범하지는 않다. 전국에 기독교 대학이 많지도 않고, 외부인이 교목실에 찾아간다고 무턱대고 교양과목을 맡겨주지는 않는다(4장). 자세한 경위를 구구절절 설명할 지면이 부족했다고 이해하더라도 모든 사역자가 동일하게 따라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우리는 저자가 뭐라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의 청년 사역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배울 수 있고, 또 하나 청년 사역에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와 활동에 대해 재조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신혼부부들을 위한 소그룹 공동체나 3,40대 청년들을 위한 부서는 필자도 평소에 고민해오던 것이었기에 공감이 되었다. 

청년 사역에서 방향과 기준을 양적 성장과 성과주의에 맞추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가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표본 없이 사역의 방법론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청년 사역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공동체의 영적 성숙이 양적 성장과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한쪽만 비중 있게 다룰 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경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회 내외부적인 조건과 요소들의 도움 없이 사역자 개인이나 청년부 자체의 역량으로 규모나 숫자를 키우는 것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감안할 때, 청년 사역의 가치를 ‘그래서 거기는 청년들이 몇 명이나 모이는데?’라는 질문으로 단순화시켜버리면 결국 어떤 이들에게는 교만을, 또 다른 이들에게는 절망을 안겨줄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감소로 인한 청년 수의 감소가 얼마 남지 않은 청년들을 교회가 경쟁하듯이 서로 모셔가려는 양상으로 과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년 사역이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전도로 귀결될 수 있다. 기존 ‘믿는 청년들’이 아닌 새롭게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을 잡지 못하면 모두가 뻔히 예상되는 고만고만한 사역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각 교회의 인프라의 차이가 청년 사역의 절대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의 지배적인 경향대로 교회 사역을 목회적 차원보다는 경영적 차원으로 보려는 이론들이 더욱 힘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론을 아무리 빠삭하게 알아도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저자는 청년 사역에 관한한 어떤 상황에서든 도전하고 시도했던 경험들을 통해 뒷받침된 근거들을 가지고 나름의 이론을 제시하고 있기에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저자가 제시한 주장들과 다양한 사례들을 쉽게 무시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 한 예로, 선교단체와 교회와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과 오랜 숙고 없이는 깨닫기 어려운 통찰이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들었던 의문은 ‘이 내용들을 굳이 청년 사역에 국한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청년부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청년 사역을 단순히 교회의 청년부 담당 사역자들에게만 맡기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회는 작은 규모이고, 그런 교회에서 청년 사역은 특별한 요소가 있지 않는 한 예상 범위 안에 있게 마련이다. 믿음 없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큰 규모의 교회에 큰 규모의 청년부가 있는 것이 정설이다. 예외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교회의 규모나 인프라와 상관없이 청년부만 두각을 나타내는 일은 극히 희박한 케이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관점을 달리해서, 여기서 말하는 청년 사역의 핵심 원리들(예배, 전도, 양육, 기도)을 청년 사역을 넘어서 목회 전반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어떤 사역이든지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청년 사역의 핵심 원리들을 면면히 살펴볼 때 그 요소들이 교회 전체, 사역 전반에 적용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요소들이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교회의 모든 부서와 전 사역에 적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회 전체가 역동적이고 활력 넘치는 청년의 특성을 갖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유쾌한 상상일 수 있지만 청년 사역을 생각하다가 청년의 마음으로 교회를 보게 되고, 교회 자체가 청년이 되는 꿈을 꾸어본다.

PS
저자도 잘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38p) 교회에서 청년 사역의 중요성과 원리를 가장 확실하게 이해해야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담임 목사다. 정상적인 사역자라면 누구나 자기가 맡은 부서에 열정과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교회에서 담임목사가 가지는 영향력과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고, 목회에서 청년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체제를 생각하기 어려운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담당 교역자의 열정과 전문성에만 청년 사역을 맡기는 것은 좋게 말하면 너무 순진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년 사역자보다 오히려 현재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 그룹 안에서 읽고 나누며 공론화가 된다면 더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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