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는 우리가 흔히 공동서신(the Catholic Epistles), 혹은 일반서신(the General Epistles)이라 부르는 것 중 첫 번째 서신이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서신들은 기독교회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다. 이는 신약성경의 중요한 다른 서신들, 특히 바울 서신의 그늘에 거의 가리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야고보서는 초대교회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오해를 받아왔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오지 못했다. 아마 야고보서만큼 시련을 당한 서신도 드물 것인데, 그 중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도적 권위에 대한 의심 때문에 초대교회 당시에 제기되었던 정경성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종교개혁 당시의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 사상과의 마찰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은 모든 교회가 야고보서를 정경으로 인정함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칭의론에 관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좀더 명확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울은 이신칭의를 말하고 있는 반면, 야고보는 이와 상반된 이행칭의(justification by works)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종교개혁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던 마틴 루터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이신칭의라는 해석적 안경으로 모든 것을 보려 했던 그는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까지 말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제시하게 되었다.
루터는 이렇게 말한다. “…야고보서는 다른 책들, 즉 요한복음, 바울의 로마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베드로전서와 비교해 볼 때 의로운 지푸라기 서신(ein recht strohern Epistel)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야고보서는 아무런 복음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R.H. Lenski, “The Inter- pretation of the Epistle to the Hebrews”, the Epistle of James, p. 426). 루터는 야고보서 안에는 그리스도의 죽음이나 부활 등의 중요한 복음적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1522년에 독일어로 출판된 그의 신약성경 초판에서 야고보서를 제외시켜 버렸다.
이러한 루터의 부정적인 평가는 그 후 교회가 야고보서를 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제공하였고, 사람들이 야고보서를 최우선적으로 야고보서 자체의 상황 속에서 해석하기보다는 바울 신학의 틀과 전제로부터 해석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이것은 바울 서신과 야고보서의 차이점, 즉 수신자와 그들의 상황의 차이를 바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되었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바울 서신은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의롭게 되는가’ 하는 칭의의 원인을 말하고 있는 반면, 야고보서는 ‘의롭게 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칭의의 결과를, 즉 믿음과 행위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모든 성경의 배경 연구가 중요하지만 야고보서에 대한 배경을 바로 아는 것은 이 서신을 바로 해석하는데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그러므로 저자와 수신자의 상황(Sits im Leben)에 대한 배경 연구가 없이는 어느 누구도 야고보서의 의도나 기록목적을 바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야고보서를 바로 설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야고보서가 기록될 당시 저자와 수신자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복원함으로써 야고보서를 바로 설교하고자 하는 설교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1. 저자의 상황
야고보서를 누가 기록했는가? 하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본 서신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성격을 규정짓기 때문이다. 만약 야고보서의 저자가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갈 1:19)라면 우리는 예루살렘교회의 지도자로서 그 교회를 이끌어 갔던 야고보의 신학적, 역사적, 사상적 배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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